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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김귀곤·민주당, '가면'을 벗어라"

[기고] 한반도 대운하 '2차 논쟁' 개막

한반도 대운하의 새로운 국면, 경인운하

10월 7일 이명박 정부는 100대 국정 과제를 발표했다. 일제히 언론은 국정 과제 목록에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빠져있음을 강조하였다. 언론 보도에는 운하 포기를 재확인함으로써 이제는 안심해도 되겠다는 안도감이 담겨있는 듯하다. 아무렴 현 정부의 운하 포기는 촛불 집회를 통해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가까스로 얻어낸 소중한 성과가 아니던가.

그러나 '한반도' 규모는 아니지만 '경인', '영산강', '낙동강' 등의 지역 규모에서 '뱃길 복원', '물길 살리기' 등이 이름으로 운하 사업은 현재 추진 중이다. 가령 국토해양부 장관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정부 관료, 지역 정치인의 운하 관련 발언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경인운하 추진 움직임은 한반도 대운하의 2차 논쟁의 시작을 알리는 행동으로 보인다.

한반도 대운하 반대하는 민주당과 새끼 운하 찬성하는 민주당

지역에서의 개발연대를 형성하는 성분 중 하나가 바로 중앙과 지역 간의 가교인 국회의원이다. 지난 총선에서 '생태' 정당 민주당은 한반도 대운하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자신의 지역구에 운하가 관통하는 경우 '보수' 정당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찬성을 표했다.

대운하가 한반도 공약이었던 한나라당은 '원래'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당의 입장은 애매모호, 회색덩어리로 보인다. 아니 입장이 없는 것이 이 당의 입장이다. 수시로 당명이 바뀌고, 이합집산의 분열과 결합하는 과정을 보면 정치적 이념보다는 선거 득표를 위한 정치적 계산만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9월 5일 민주당 인천시당은 한나라당의 안상수 인천시장을 초청하여 경인운하 건설에 입을 모았다. 아무리 시정의 설명을 듣는 자리를 표방 하더라도 총선 이전에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정파를 넘어서 연대하는 지역 개발 연합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직접민주주의적인 접근도 필요하지만 대의민주주의를 통한 해결책도 중요하다.

국회의원이 개발 연합을 구성하기도 하지만 역으로 국회의원이 개발을 저지하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민주당의 한 의원으로부터 경인운하 관련 국정 감사를 준비한다면서 자문 요청 연락을 받았다. 필자는 그 의원에게 감사에서 경인운하 비판을 하면 인천에 지역구를 갖고 있는 민주당 의원과의 관계가 부담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이랬다. 경인운하와 '한강 르네상스'를 연결하려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판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것. 이처럼 이번 감사에서 민주당이 경인운하의 경제적, 생태적 문제점을 철저히 검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지역정치에 있어서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와 직접 민주주의의 접목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환경운동 경력을 자랑하는 오세훈-경인운하를 찬성하는 오세훈

환경운동에 몸을 담았음을 홍보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 르네상스와 한반도 대운하 간의 관련성을 놓고 부인으로 일관했다. <경향신문>과의 인터뷰(2008년 5월 20일자)에서 그는 대운하 건설로 한강 르네상스 사업 차질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운하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우려하는 것은 대운하가 건설되면 컨테이너를 실은 배가 한강에 계속 왔다갔다하는 겁니다. 앞으로 휴식공간과 경관이 더 중요해지는 데 이건 우리가 생각했던 바가 아니지요."

그러나 같은 인터뷰에서 오세훈 시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중에서 상당히 중요한 한강 주운(舟運) 계획입니다. 한강을 중국 상하이나 칭다오까지 연결하겠다는 것으로 10년 뒤까지 내다보는 중기 프로젝트입니다."

설마 중국과의 관광 페리와 컨테이너 바지선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고 핑계를 대려는 걸까? 왼쪽 사진은 한강 르네상스를 설명하는 서울시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것인데 보시다시피 경인운하와의 연계를 고려하고 있다. 참고로 아래 갑문 설치 사진은 한반도 대운하 연구회에서도 사용했었던 자료이기도 하다.

서울시에서 내놓은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도 "서해로의 뱃길이 가까운 시점에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경인운하 건설에 대비하여 서울 구간의 한강 주운을 위한 기반 시설 조성 계획을 장·단기적으로 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의 인터뷰는 한반도 대운하 비난 여론을 피하고자 외줄타기였을 뿐이다.

습지를 사랑하는 김귀곤-운하를 사랑하는 김귀곤

지난 한반도 대운하 논쟁에서 지식인의 자기 존재의식 배반을 목격했고, 필자도 과거의 친환경주의자들이 이명박 시대의 친개발주의자로 전향한 것을 놓고 강한 비판을 했었다.

촛불 집회를 계기로 정부 요직을 관두고 학교로 돌아간 사람은 현재까지도 곤혹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운하 논쟁에서 목소리를 내는 찬성론자가 있다. 바로 서울대 조경학부 김귀곤 교수다. 그는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습지 연구를 비롯한 환경 담론에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였다. 필자 또한 습지 연구에서 그의 저서들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명박 캠프에 들어가면서 돌변한다. <조선일보>(08년 1월 11일자)에 기고한 '환경재앙 없는 운하도 많다'라는 칼럼에서 김 교수는 자신의 기존 주장과 전면 배치되는 주장을 시작한다. 김 교수는 칼럼에서 독일, 영국의 운하를 사례로 들면서 운하 건설 이후에 강 생태계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음을 주장하며 대운하 건설을 합리화했다.

여기서 해외 운하의 오염 수준을 놓고 실증적인 대차대조를 할 생각은 없다. 다만 '기존 강 생태계→운하 건설→생태계 개선'이라는 김 교수의 기묘한 논리 구조만큼은 확실히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가 운하가 건설됨으로써 맑은 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논리처럼 주객이 전도되지 않았는가.

애당초 운하건설을 하지 않음으로써 강 생태계를 유지하려는 생각은 왜 못하는 걸까? 혹은 알면서도 안 하는 건가? 대운하가 관통하는 예정지에는 유수한 습지들이 자리 잡고 있다. 비무장지대에 개성 공단이 유치되면서 습지가 파괴될 것을 우려한 (<한겨레> 07년 8월 24일자) 김 교수가 현재도 금호강으로부터 오폐수가 흐르고 있는 대구시의 달성 습지가 인근에 대운하 터미널이 건설되면서 파괴가 촉진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을 리 없다.

김 교수가 애당초 반생태적, 개발주의적 학문관에 근거한 학자였다면 이러한 비판 자체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김 교수처럼 자신의 기존 입장에 전면 배치되는데도 불구하고 정치적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정치인에게 전문가로서의 권위를 빌려주는 이야말로 큰 문제다. 미꾸라지처럼 논쟁의 선명성을 흐리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경인운하와 관련해서도 "경제성과 환경성의 균형성을 달성해가면서 운하를 건설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해야 한다"면서 "곳곳에 습지와 공원을 조성하고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철저히 과학에 바탕을 둔 정책으로 주변 토지와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찬성 때와 똑같은 논리를 되풀이 하고 있다. (<메디컬투데이>, 2008년 9월 10일자)

김 교수는 <조선일보> 기고에서 "환경문제는 개인적인 생태적 양심의 대상이기도 하고 공공 정책의 이슈이기도 하다"면서 공공 정책으로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인이 아닌 사회에 장기적인 합리적 좌표를 제시해야 할 지식인인 이상 단기적인 정치 논리에 좌우되어 언론에 상반되는 주장을 발언하는 자신의 양심부터 반성해야 할 것이다.

대운하,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운하를 파느냐, 마느냐는 상당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정치인‧지식인이 말장난을 통해서 지역 주민의 개발 욕망을 자극해 운하의 당위를 그럴싸하게 재포장하고 있다. 이들이야 말로 마르크스가 말한 지배 질서에 봉사하는 이데올로그들이다. 점점 더 이들의 발언은 현실에서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지난 25일 보도 자료를 내 "일부 환경단체를 제외하곤 민주당 의원, 박준영 전남도지사,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소속 단체장을 포함한 정치권에선 경인운하 사업 추진 및 영산강·낙동강 뱃길 복원 사업 등 국가 하천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지역별 뱃길 잇기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개발주의 관성을 어떻게 깨부수어야 할까? 이제 막 2차 운하 논쟁이 시작된 만큼 몇 가지만 강조하고서 끝맺음을 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촛불 집회에서 나타났던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다. 정태근 의원의 말처럼 이 문제가 "일부 환경단체"만의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각성한 정치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들이 이번 국정 감사에서 경인운하의 문제점을 많이 알려서 모처럼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 존재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기를 바란다. 이명박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빠졌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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