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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국 침략한 적 없어" 이시하라는 아는가

[프레시안 books] <동북아시아 영토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시절이 하 수상한 요즘은 아시아 패러독스(Asia's Paradox) 그 자체이다. 경제협력과 민간교류로 상호의존이 심화된 동북아지역에서, 유달리 역사인식과 영토분쟁으로 한·중·일간 갈등이 깊어가는 모순을 지적한 단어이다. "침략에 대한 해석은 국가마다 다르다," "위안부 강제동원의 증거가 없다"고 부인하는 우익 아베 수상이나, 아예 "침략한 적이 없다"는 이시하라 신타로 일본 유신회 공동대표의 망언에는 분노와 개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중일 국민 간 상호불신은 8할대로 사상 최악에 이르고 있다. 한일 주요언론이 3년마다 실시하는 공동 여론조사에서 양국 간 호감도는 1할대로 곤두박질쳤다. 한국의 대일본 호감도는 18퍼센트, 일본의 대한국 호감도는 17퍼센트로 떨어졌다.

▲ <동북아시아 영토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와다 하루키 지음, 임경택 옮김, 사게절출판사 펴냄). ⓒ사계절출판사
일본의 우경화는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나서서 비판할 정도로 동아시아의 불안정요인이 되고 있다. 3.11 동일본대지진에서 중국과 한국, 대만의 시민들은 재난복구를 지원하고자 마음과 정성을 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영토문제를 제기하면서 중국과 대만, 한국을 오히려 자극해왔다. 일본은 2005년 3월 시마네 현 의회에서 독도의 날 조례를 제정한 이래, 사사건건 교과서왜곡, 방위백서, 외교청서를 개악하여 한국을 도발하였다. 급기야,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은 이에 맞대응하여 독도를 직접 방문하였다. 2010년 9월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중일 양국의 선박이 충돌한 이래, 일본정부는 아예 센카쿠열도(중국 명 댜오위다오)의 3개 섬을 국유화하여 중국의 엄청난 반발을 샀다.

따져보면, 한·중·일관계가 이토록 최악인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냉전이후 이데올로기 갈등에서 역사인식과 영토갈등으로 전선지형이 이동한 것이 주요한 배경이다. 일본에서 반중·반한 감정이 깊어진 것도, 일본 우파정당들이 중의원을 점령한 것도, 영토 내셔널리즘이라는 마물(魔物)이 국민정서의 저변에 짙게 깔려버렸기 때문이다.

동북아 화해상생을 강조하는 일본 내 지식인의 입지가 좁아진 요즈음, 와다 하루키 교수의 저서 <동북아시아 영토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임경택 옮김, 사계절출판사 펴냄)를 읽고 있노라면, 우익 포퓰리즘과 영토 내셔널리즘의 광풍 속에서도 의연히 서서 고민하는 선각자의 모습이 겹쳐진다.

이 책이 보여준 가치는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외교문서 분석을 통하여 일본 고유영토론의 허구성을 정면으로 반박했다는 것이다. 일본 외무성은 센카쿠, 독도, 쿠릴열도가 일본이 역사적으로 국제법에 따라 고유영토로 지배해 왔다는 억지를 강변하고 있다. 고유영토라 함은, 타국의 주권이 미치지 않은 상태에서 오랫동안 일본인들이 점유, 생활해 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일본의 고유영토는 혼슈, 규슈, 시코쿠에 한정되어 버린다. 19세기 들어 제국주의기에 강제 편입시킨 홋카이도나 오키나와는 이미 고유영토가 아니게 된다.

독도나 쿠릴열도 4개 섬은 더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포츠담선언에서 나온 전쟁 이전의 구 영토로 복귀한다는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면, 일본의 고유영토는 더욱 좁아진다는 것이다. 고유영토 주장의 문제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고유영토론은 한국과 러시아가 독도와 쿠릴열도를 각각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영토문제를 외교쟁점으로 더 이상 삼을 수 없으니, 최후통첩 같은 군사행동을 야기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된다. 동북아 군사분쟁의 원인제공자가 되는 셈이다. 논리나 함의에 있어서 어처구니없는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영토분쟁을 인정하고 양자 간 직접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둘째, 그동안 북한과 소련연구, 그리고 한일관계의 쟁점 등에 집착해 온 저자가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이원덕 옮김, 일조각 펴냄)에 이어서, 한·중·일 갈등의 핵심요소가 되어버린 영토문제의 대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했다는 점이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에서도, 1972년 중일 국교수립에서도 영토문제는 결정적인 장애물이었다. 중일 교섭과정에서 당시 덩샤오핑 부주석과 다나카 가쿠에이 수상은 100년 후나 200년 후를 기대하면서 미해결 보류로 남겨두고자 하였다. 한일 간 교섭도 비슷한 과정이었다. 중국은 댜오위다오에 대한 일본의 실효지배를 인정하였고, 일본도 독도에 대한 한국의 실효지배를 인정한 셈이었다.

그러나 영토갈등은 미래세대로 넘어가지 못하고 현재세대 간 최대쟁점으로 부상해 버렸다. 영토갈등을 최소화시키는 '분쟁 관리'가 아닌 보다 적극적인 '분쟁 해결'을 시도할 경우, 제국주의 최대 피해자인 한국과 중국이 영토문제를 양보하기는 어렵다. 양국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지식인들도 마찬가지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원칙에서 본다면, 가해자인 일본이 과거사를 철저히 반성하면서 먼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1944년~49년 간 독일정부는 공중분해된 상태였다. 근대독일의 출발점인 프로이센의 영토는 폴란드로 넘어갔고, 독일계 주민 90%가 살고 있던 알자스로렌은 프랑스 영토로 바뀌었다.

영토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하여 와다 하루키 교수는 다음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분쟁 당사국이 기존에 맺은 조약, 협정, 선언, 공동성명에 근거하여 논의를 시작한다, 문제가 된 섬의 현재 상태를 중시하고 섬 주민들의 생활은 가능한 한 그대로 유지한다, 주변 해역과 해저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할 권리를 각각 보유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쿠릴열도는 3개 섬을 일본이 보유하고 기존 러시아 주민의 생활수준을 보장하되, 공동 경영하는 것이다. 독도는 한국 영유권을 일본정부가 인정하되, 시마네 현 어민들의 주변수역 조업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센카쿠열도는 중국이 일본의 실효점유를 확인하고, 양국공동의 조업권과 자원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와 국민이 당장 수용하기는 어렵지만, 진보지식인인 와다 하루키 교수가 적극적인 해결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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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와다 하루키 지음, 이원덕 옮김, 일조각 펴냄). ⓒ일조각
셋째, 동북아 최대의 영토문제로서 일본 내 오키나와 미군 기지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1972년 5월 오키나와는 일본본토로 복귀되었지만, 오키나와 전체면적의 18퍼센트나 차지하는 미군기지는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문제는 오키나와 지역주민들의 고통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일 간 영토갈등이 깊어지면서 주일미군의 군사적 프레젠스가 증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가 미국 주장대로 현 내 주둔으로 관철되거나, 공격용 비행기 오스프레이를 오키나와와 일본 본토에 전진 배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이 러시아, 한국과 영토갈등을 겪을수록 미일동맹과 미군기지에 대한 의존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자, 오키나와 미군 기지 이전은 더욱 어려워졌다. 한·중·일간 영토갈등은 미군 기지 주변에서 군용기 추락위험, 이착륙 소음, 미군들의 성폭력 등 온갖 부담을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대안적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와다 하루키 교수는 한·중·일 간 영토분쟁의 해결이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오키나와의 진정한 독립과 해방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동북아시아 영토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한국, 중국, 러시아에 깊은 이해를 지닌 일본의 대표적인 지식인이 영토문제의 적극적인 해결안을 찾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아마도 일본국민이나 정부가 영토문제에서 양보할 수 있는 최대의 한계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은 남아있다. 우선 저자가 기본적으로 러시아 연구자인 만큼, 일본인들이 북방영토로 주장하는 쿠릴열도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도와 센카쿠 문제는 단 한 장으로만 다루고 있으며, 분쟁해결 방안도 러일 간 분쟁지역인 쿠릴열도의 해결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데 그치고 있다.

얼핏 보자면, 이 책은 쿠릴열도의 점유권을 둘러싼 미국, 러시아, 일본의 3자간 영토갈등에 대한 외교사 접근이 주요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러일 양자 간 관계라기보다는 포츠담회담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을 통하여 전후 일본의 영토분쟁에 개입한 미국의 동아시아정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한국과 중국의 관심사인 독도와 댜오위다오 영토갈등 부분이 작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지역의 영토분쟁 해결을 바라는 저자의 진정성, 정확한 사료로 자국정부의 억지논리를 반박한 용기와 지혜, 주변국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는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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