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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록히드 마틴과도 거래했나

[정욱식 칼럼] 수상한 무기 사업…"정무적 판단" 의미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2016.11.04 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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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마수는 어디까지 뻗친 걸까? 이에 대한 합리적 의심은 대형 무기 사업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고등 훈련기인 T-50, 그리고 사드 배치 결정에 이르기까지 비선 실세의 힘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 사업을 관통하는 몇 가지 특징도 있다. 우선 세 가지 사업 모두 세계 최대 무기 업체 미국의 록히드 마틴의 것들이어서 더욱 주목을 끈다. 아울러 세 가지 모두 박근혜의 '관심 사업'이었고, 그래서 비정상적인 정책 결정이 똬리를 틀고 있다.

먼저 F-X 사업 의혹부터 살펴보자. 당초 이 사업의 유력한 기종은 보잉의 F-15SE였다. 가격 입찰 결과 유일하게 이 전투기가 총 사업비 8조3000억 원을 맞췄고, 이에 따라 2013년 9월 24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F-15SE 차기 전투기 기종 선정'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그런데 방추위는 이 안을 부결했다. 수년간 검토 끝에 결정된 기종이 하루아침에 탈락한 것이다. 그리고 2014년 3월 24일 방추위는 록히드 마틴의 F-35를 선정했다. 이 자리에서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현 청와대 안보실장)은 "정무적 판단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정무적 판단"은 박근혜의 결단과 동의어이다. 그리고 그 결단은 핵심적인 문제들마저 깔아뭉갰다. F-35는 개발, 시험 단계에 있었고 각종 결함과 개발비 폭등으로 미국 내에서조차 "스캔들이자 비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또한 가격을 맞추려다 보니 도입 대수도 60대에서 40대로 줄여야 했다. 무엇보다도 록히드 마틴은 파격적인 기술 이전을 제시한 보잉이나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과는 달리 핵심 기술 이전도 거부했던 터였다. 이로 인해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정무적 판단"의 실체에 의혹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SBS 등은 군 안팎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른바 비선 실세도 F-X 사업을 들여다봤다"며 "최순실은 사업 관계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사업 분위기를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는 F-X 사업에 참여했던 정직 방위사업청 관계자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최순실 씨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도, "최 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 씨에게서 전화를 받은 일은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F-X 사업 기종 변경 당시에 두 사람은 부부 관계였다.

언론에선 거의 보도되지 않았지만 T-50 사업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T-50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록히드 마틴이 공동 개발한 고등 훈련기이다. 그런데 이 사업도 박근혜의 '관심 사업'이었다. 그는 2015년 12월 17일 경남 사천에서 열린 'T-50 공개 기념행사'에 직접 참석해 "이번 사업은 단지 한 건의 항공기 수출이 아니라 우리 항공 산업의 장기적인 발전과 한미 공동 번영이라는 큰 의미를 가진 만큼 이번 사업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정부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사업 행사에 참석한 것 자체가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었다. "국방부조차도 대통령의 참석을 만류했었다"는 전언이 나올 정도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인 세력은 누구일까? 합리적 의심은 록히드 마틴과 이른바 '비선 실세'와의 관계에 쏠린다. T-50 공개 행사 직전에 록히드 마틴의 고위 관계자들이 청와대 '문고리'를 비롯한 비선 실세와 접촉했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 결정과 관련해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많다. 박근혜 정부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사드와 관련해 "미국의 요청도 협의도 결정된 바도 없다"는 '3NO' 입장을 견지했었다. 그런데 박근혜는 올해 1월 13일 신년 기자 회견에서 "안보와 국익에 따라 사드를 검토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일주일 전에 있었던 북한의 4차 핵 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설명했으나, 록히드 마틴과 비선 실세의 힘이 작용한 것이라는 의심도 가능하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 마이크 트로츠키 록히드 마틴 부사장은 2015년 10월 30일 워싱턴에서 기자 회견을 자청해 "한미 양국 정책 당국자들 사이에서 (사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7월 8일 전격적인 사드 배치 발표도 의문투성이이다. 불과 사흘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민구 국방장관은 "한미 간의 실무 협의 단계에 있다"며 결정된 바가 없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틀 후에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다음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은 당시 NSC 회의에선 "사드는 국방부가 준비한 안건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것"이라는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비정상적인 정책 결정은 이 대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청와대는 주무 부처인 국방부의 안건에도 없었던 사드 배치를 "대통령의 결정"이라며 밀어붙였다. 사드 배치를 발표한 당일에는 또 다른 주무 장관이라고 할 수 있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바지 수선차 백화점에 있었다. 검토 보고서 작성 완료는 물론이고 부지 선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배치를 결정했다. '마차가 말을 끈 셈'인 것이다. 이처럼 국가적 대사를 숙의가 아니라 졸속으로 결정된 배경, 즉 대통령의 결심에 어떤 힘이 작용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 위협론을 앞세운 '공포 마케팅'에 바빴고 록히드 마틴은 '무기 판매'에 바빴다. 그리고 이들의 유착 관계에 대한 의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진실 규명 대상에는 이들 사업도 마땅히 포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