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미국 '역사적 도박', 어떻게 볼 것인가?
북한-미국 '역사적 도박', 어떻게 볼 것인가?
[기고]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운동
북한-미국 '역사적 도박', 어떻게 볼 것인가?

남북정상회담 4월 발표 이후 한 유력 일간지 머리기사를 보면 입에 쓴 물이 고인다. '북한 정부가 약속을 지키겠냐', '기만술일 뿐이다', '속아서는 안 된다' 등이 요지다. 미국이 북한에 지키지 않았던 그 무수한 약속에 관해서는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다. 그러나 고(故) 리영희 선생이 강조했듯 "미국이 조약을 지킨 일을 단 한 번도 없"지 않았던가.

일부 언론과 몇몇 정당의 '기만술'은 그렇다 치자. 충분히 예상했던 반응이다. 그런데 "험악한 도요토미 히데요시 앞에 납작 엎드린" 조선 특사 운운하면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비유하는 것은 또 뭔가. "미투 운동에 무사한 거 보니 다행"이라는 어느 당 대표의 환한 웃음을 대했을 때의 역겨움이 또다시 몰려 왔다. '이제 한반도에 훈풍이 부는 건가' 하며 평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마음에 작정하고 초를 칠 모양새다.

미국의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의 에드워드 레드왁 같은 강경파는 '대북 정밀폭격'을 은근히 추천해 온 보수 언론의 '북한악마 불신지옥' 재생 구간 반복은 또 어떤가. 이제는 제발 '묵음' 처리됐으면 좋겠다. 중동을 쑥대밭으로 만든 미국에는 박수치면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거품을 무는 이들에게 나는 '그만 좀 도발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들이 지켜야 할 것은 고공 행진하는 강남 집값이고, 유지해야 할 것은 낮은 최저임금이며, 이들의 금과옥조는 한미일 군사동맹뿐이다.

솔직히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기엔 이르고 암초도 여럿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최고 당국자의 방문이 가져올 심리적 변화는 매우 클 것이다. 특히 북한도 보통국가 중 하나라는 인식이 가져올 변화는 적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들이 신발 끈을 동여매고 투쟁을 준비할 때마다 북한을 핑계 댔던 '한국판 매카시즘'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만 한다.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청와대


대북 제재는 야만이다

이제 미국이 답할 차례다. 대북특사가 평양을 가는 날, 북한에 별도의 제재안을 발표한 트럼프 행정부에게 공이 넘어갔다. 그런데 '라켓을 쳐야 할' 트럼프는 무역전쟁으로 정신이 없다. 캐나다, 독일, 영국에 휘두르는 관세 전쟁이 그것이다. EU 집행위원장 장클로드 융커는 '우리도 트럼프와 똑같은 바보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위스키와 의류 등에서 보복관세로 응수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균열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야말로 시간을 벌기 위해 전향적 모드를 취할 수 있다. 물론 간간이 '군사적 옵션' 운운하고, 중국을 압박하는 각종 군사훈련 및 조치(미 항공모함, 43년 만에 베트남 다낭에 입항)을 취하면서 말이다.

더욱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신형 핵미사일이 미국 플로리다에 떨어지는 동영상을 공개하고 중국이 전년 대비 8%니 군사비를 증액하려는 지금(미국은 13% 증액) 지금, 북한 핵은 강대국의 지정학적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하는 '필수 과목'이 됐다.

중국 및 러시아와 미국 사이의 긴장이 갈수록 점증하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는 간단하게 처리되기 어렵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당사자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 대사는 '남한 당국자 말만 듣고는 알 수 없다'며 극도의 신중론을 편 까닭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동아시아 주변의 긴장이 점증하는 현 상황의 모순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때다.

무엇보다 '평화운동'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위선들(정예 시설만 폭격하는 '외과수술식 공격론', '경제 제재는 독재를 제어한다', '북한 인권을 위한 압박'이라는 주장)을 속 시원하게 폭로해야 할 것이다. 특히 경제제재가 마치 '평화의 보검'인 것 마냥 '기승전-제재'를 되뇌는 것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 북한 주민 피해 없는 스마트한 제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이후로 러시아와 중국도 대북 경제제재에 실질적으로 합세해서 대북제재 수준은 북한 주민들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EU의 이중용도(Dual Use) 물품 규제 조항 때문에 중요 화학 약품의 북한 반입이 불허돼 기초적인 의료기기와 의약품조차 제재 대상 목록에 추가되고 있다.

한 유엔 전문가 패널은 지난해 2월에 공개된 유엔 보고서에 "북한 주민 중 1800만 명이 영양 문제 등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레짐>(정은숙 지음, 세종연구소 펴냄) 95쪽) 국제적십자사는 올해 2월 발표한 '북한 A형 인플루엔자 발병 비상조치계획'에서 "유감스럽게도 제재 조처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계절성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받을 수 없었다"고 했다.

북한 동포의 지난해 겨울은 참으로 혹독했을 것이다. 여러 번 지적됐듯, 이라크에서는 경제 제재 때문에 죽은 사망자가 미국과 이라크 전쟁 전사자보다 더 많다.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할 수 있는 스마트한 제재'는 위선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밀타격, '코피'만 터뜨리기, 스마트 타격이 희대의 세계적 거짓말이었다는 것도 이미 이라크와 수단, 세르비아 폭격 등에서 입증됐다. 이란, 이라크, 수단 등에서 제재 조치가 정치·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는 역사적 경험은 이미 수두룩하다.

평화운동의 과제

한반도 평화운동의 어깨가 무겁다. 4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주변 정세의 최강 한파 시기가 드디어 지나갔다는 관측도 무성하지만, 주한미군사령관이나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 거론되는 인물 모두 대북 정책의 매파 중 매파다.

강대국의 거짓 논리를 조목조목 살피며 남북한 당국 모두로부터 독립적인 평화운동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군사주의에 편승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군사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열리는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의 강연이 기대된다. 강연은 3월 14일 수요일 오후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층에서 열린다.

강연은 사드 철회를 외치는 소성리 주민들을 위해 '반전평화연대(준) 페이스북'에서 생중계될 예정이다.(바로 가기 : https://www.facebook.com/AntiWarPeaceSolidarityIn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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