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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국방개혁' 뒤엎은 MB정부, 부랴부랴 해군 전력 증강

돌발 변수에 춤추는 국방 예산, 장기 계획 왜곡 우려

이대희 기자 2010.04.27 16:06:00

정부가 천안함 침몰 사태를 계기로 국방 예산을 늘릴 전망이다. 물리적인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현 정부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초점은 해군 전력을 강화하는 쪽에 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 우리 군의 전력 보강 사례를 근거로, 특정 사안이 불거져 나왔다고 해서 '쏠림 현상'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돌발 사례에 매몰돼 군의 장기 전력증강 계획에 지장을 미쳐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정부, 내년 국방예산 늘리기로 가닥 잡아

정부가 27일 발표한 내년 예산안 편성 지침의 국방 분야를 보면, 북한 위협과 미래전에 대비해 감시정찰 등 핵심전력과 국방 연구개발(R&D)을 지속적으로 늘리자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또 장병 사기 진작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전투장비 가동률을 높이는 정비 활동을 확충하는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

이처럼 국방 부문 예산 편성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천안함 사태로 인해 '안보 경각심'이 하나의 화두가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후 "이번 일로 후퇴하는 게 아니라 더 전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적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도록 군 장비를 현대화·첨단화해야 한다"며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목숨을 잃은 열사들이 국가로부터 예우받고 명예를 갖출 수 있도록 법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는 보수언론에서도 강하게 불고 있다. <조선일보>는 27일 "천안함이 남긴 것… 국가 안보를 짚는다"는 제목의 기획연재를 시작했다. 신문은 이날자 기사에서 천안함 침몰 직후 부족했던 군의 생존자 구조 능력과 조난신호용 구명조끼의 부족, 떨어지는 비상 대응 능력 등을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한 발 나아가 "북한이 기존의 '5-7 전쟁계획'을 변경해 비대칭 전력(재래식 무기를 제외한 특수 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전계획을 바꿨다"며 한국군의 대응 능력도 그에 따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OD 현대화 등 감시장비 첨단화 사업은 지난 정부 때 추진했었으나, 한나라당의 반대로 늦춰졌다. 지난 1일 오후 국방부는 TOD 화면을 추가로 공개했다. ⓒ뉴시스

해군력 증가 추진할 듯

우선적으로 예산 배분에 무게가 실리는 쪽은 해군이다. 일단 정부는 천안함을 첨단 초계함으로 다시 건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열상감시장비(TOD) 등 경계 장비 강화·첨단화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북한의 도발로 이번 사건을 단정한 보수층에서 군의 대북 감시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강하기 때문이다.

연달아 해전이 발생하고 있는 서해안 해군 전력을 강화하는 등, 전력 재배치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잠수함 전력 강화는 천안함 침몰 이후 가장 구체적인 주문이 이어지는 부문이다. 이미 군당국은 잠수함을 탐지하는 음탐장비와 초계함의 레이더 성능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해5도에 대포병레이더(AN/TPQ-36 및 37)와 K-9 자주포를 고정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오는 2020년까지 4000명에서 800명으로 감축하려 했던 서해 5도 주둔 해병대 병력을 기존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국방부는 종합적인 전력 보완책을 오는 6월 발표할 예정이다.

"돌발 상황에 휩쓸리면 곤란"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계획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창권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실장은 "침몰 원인을 규명한 후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단일 돌발 사건으로 국방 계획 전체가 뒤흔들리면 장기 계획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와대에서 국방 분야 업무를 맡았고 김장수 국방장관 당시 정책보좌관을 했던 김종대 <D&D 포커스> 편집장은 이처럼 돌발 변수에 휩쓸려 군의 전반적인 전력 강화가 실패한 사례가 바로 천안함 침몰이라고 지적했다.

김 편집장은 "원래 서해 5도 TOD의 현대화 작업 등 해군 감시 능력 강화 작업은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것"이라며 "당시 한나라당이 북한의 핵실험을 이유로 대북 정밀타격에 예산을 배정하고 감시 능력 개선 예산은 삭감해버렸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이 돌발 변수에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로 군의 장기 감시능력 개선을 막은 게 국방계획 왜곡을 불러왔다는 얘기다.

김 편집장은 "현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만든 '국방개혁 2020'이 문제가 있다며 두 번이나 뜯어고쳤는데, 그 방향이 육군을 더욱 증강하고 해군과 공군은 약화시키는 것"이었다며 "따라서 지금 나오고 있는 정부의 대응책은 전임 정부 때 세운 '국방개혁 2020'으로 회귀하는 것과 다름 없다. 현 정부가 함부로 장기계획을 뜯어고쳐서 국방비 배분에 왜곡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 수송함으로 해군이 홍보하는 독도함. 전문가들은 한국군이 지나치게 육군 위주로 편재돼, 해군과 공군의 능력을 강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뉴시스

여권서도 "현 정부 국방계획 문제"

이같은 지적은 여권에서도 나온 바 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8일 외교·통일·안보 대정부 질문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이상희 국방장관 재임 당시인 작년 6월 국방부가 노무현 정부 때 수립된 국방개혁 2020 수정안을 발표했다"며 "결과적으로 방위력 증강 면에서 해군과 공군의 전력의 상대적 약화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정책이 해군력 약화로 이어졌음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정두언 의원은 그 근거로 3000톤급 차기 잠수함 9척의 건조 계획이 연기됐고, 2000톤급 차기 호위함(FTX) 도입은 재검토 대상이 됐으며, 해군항공대 창설이 백지화됐고, 공군의 무인정찰기 도입도 후퇴했다는 점을 들었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나온) 수정 계획은 해군과 공군의 전력 강화는 사실상 백지화하면서 육군의 전력은 상대적으로 강화시켜 육군 위주의 방위력만 증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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