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바닥 '스크래치' 없어졌다"…'좌초' 증거 인멸 의혹
"천안함 바닥 '스크래치' 없어졌다"…'좌초' 증거 인멸 의혹
北 소행 증거 확보? "바다에선 심청이 신발도 찾는다"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위원으로 참여했던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가 "천안함 바닥이 깨끗해졌다"고 주장했다. 신 대표와 민주당 김효석 의원 등은 천안함 함미 인양 당시 흘수선 아래 부분에 길게 긁힌 흔적이 찍힌 사진을 근거로 '좌초설'을 주장해왔다.

신 대표는 18일 오전 민주당 최문순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조사단에 참여한 뒤 천안함을 직접 봤는데 아랫 부분이 (인양 때 사진에 나왔던 모습에 비해)깨끗해져 있었다"며 "19일 천안함을 공개한다고 하는데, 사진을 찍어 인양 당시의 스크래치와 비교해보라"고 말했다.

신 대표와 김효석 의원 등은 군의 증거인멸 가능성을 우려해 '증거 보전 신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군이 좌초의 결정적 증거를 훼손했을 수 있다는 것이어서 또 다른 논란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천안함과 참수리호 비교해보라"

신 대표는 또한 함미 아래 긁힌 흔적이 "침몰 당시, 혹은 침몰 후 조류에 의해 생긴 흔적"이라는 반박에 대해 연평해전 때 침몰된 뒤 인양된 참수리호 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무게가 (천안함의)1/9에 불과해 조류에 쓸려 다닐 가능성이 더 높고 53일 동안 가라 앉아 있었던 참수리호도 아랫부분은 깨끗했는데, 20일 만에 인양된 천안함 함미 사진과 비교해보라"고 강조했다.

▲ 신상철 대표가 제작한 영문 자료 중 천안함과 참수리호 선저 비교 사진 ⓒ서프라이즈

신 대표는 또 "좌현 스크루 날 5개가 다 휘어져 있는데, 군에서는 침몰 후 구부러진 것이라 해명했다"며 "침몰 후 구부러지면 한두 개만 구부러지지 왜 5개가 모두 구부러지냐고 물었더니, 침몰 후에도 스크루가 돌아갔다는 황당한 답변을 하더라"고 말했다.

합조단은 지난달 25일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선저(밑바닥)에 긁힌 흔적이 없고 소나돔 상태가 양호해 좌초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선저에 긁힌 흔적이 없다는 말은 사진에 의해 반박된다"고 말했다. 소나돔 상태가 양호한 것에 대해서는 "야구선수가 오른쪽으로 슬라이딩을 했는데 왼쪽에 흙이 안 묻었다고 슬라이딩을 안 한 건가"라고 반문했다.

신 대표는 민군합동조사단에서 탈퇴한 배경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조사를 하기 위한 항적기록, 교신기록 등 기초적인 자료도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호주에서 온 팀에게 물어보니 그들도 이런 기초 자료는 하나도 못 보고 그냥 폭파라는 전제 하에 절단면을 보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대표는 호주 조사단에 영문으로 작성한 좌초 주장 자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유실된 터보 엔진 인양중…발견된 금속 조각 '글쎄'"

해난사고 전문가인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도 '좌초'를 확신했다. 특히 이 대표는 인양 당시 발견되지 않았던 터보 엔진을 최근 민간업체가 인양하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렸다.

이 대표는 "40~50톤이 나가는 터보 엔진은 평소에는 반듯이 있지만 선저 높이보다 높은 바위에 부딪혀 손상이 크면 배가 기울어 쪼개지면서 맥주 뚜껑이 열리듯 쏟아진다"며 "천안함은 단순 두 조각이 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터보 엔진을 건져 보면 (좌초로) 찌그러진 부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양된 엔진이 진실을 말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문순 의원은 "어뢰로 피격됐다면 터보 엔진이 맞았을 것이기 때문에 인양된 엔진은 중요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한 합조단이 찾았다는 알루미늄 및 마그네슘 조각 등에 대해 "조류가 강한 백령도에서 뭘 찾았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금속은 바닷물에서 이온화 경향의 차이 때문에 쉽게 녹는데, 무엇보다 잘 녹는 마그네슘을 발견했다는 건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다에서는 뭐든 찾을 수 있다. 심청이 신발도 찾는다"고 비꼬았다.

이종인 대표는 또 "꿍 하고 폭발음과 함께 몸이 붕 떴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에 대해 "배가 쩍 하고 갈라지면 폭발음보다 더 강한 굉음이 난다"면서 "배가 갈라질 때 수톤짜리 구조물도 들리는데 60~70kg짜리 사람들이 공중에 안 뜨겠냐"고 말했다.

이 대표가 목격한 선박 사고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천수만 간척시 1만2000톤짜리 배를 침몰시켜 물막이를 했던 '천수만호'. 당시 천수만호를 인양 및 폐선박 처리에 참여했던 이 대표에 따르면 천수만호를 침몰시켰다가 물을 빼서 인양할 때 앞뒤의 균형이 맞지 않아 균열이 생겨 상갑판은 30cm 균열이 생기고 선저판은 주름이 잡혀 있었다. 인천까지 끌고 왔을 때는 거의 침몰 직전이었고, 배가 쪼개지는 순간 폭발음보다 더 큰 굉음이 났고 사무실 크기만한 해치가 위로 떠오를 정도로 쪼개지는 순간 받는 힘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좌초로는 배가 순간적으로 부러지지 않는다는 반론에 대해 이 대표는 "규모와 상관 없이 어느 순간만 지나면 젓가락처럼 뚝 부러진다"며 "사망자들은 1~2분 사이에 배가 가라앉아 버렸고 불이 꺼졌기 때문에 긴 복도를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내 직업이 배가 좌초되고 빠져 나오고 하다가 생기는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수중 용접하는 것"이라며 "간단한 교통사고를 가지고 저명한 분들이 돈 들여 배운 지식을 갖고 설명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 ⓒ프레시안

"비접촉 근접폭발은 버블제트 안 생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박선원 연구원(전 청와대 비서관)은 합조단이 2차 발표 때 결론을 내린 '비접촉 수중 근접 폭발'의 허구성에 대해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호주의 수중 폭발 피해 연구에 따르면 배에 근접해 어뢰가 폭발하면 이른바 '버블제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조사단이 의심하는대로 천안함의 3m에 근접해 폭발이 일어났다면 버블제트는 일어나지 않고 천안함에 어뢰 파편에 의한 파공이 잔뜩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박선원 연구원이 제시한 호주 측 연구자료. '버블제트' 효과는 8번 'Bubble Pulse'로 B나 A의 위치에서만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프레시안

박 연구원은 "그러나 천안함에 어뢰에 의한 파공이 발견되지 않았고, 내부 전선도 깨끗하다면 이 이론과 다른 것"이라며 "정부가 어뢰에 의한 폭발이라고 결론 짓는다면 이론과 다른 점을 추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만약 북 잠수함에 의한 피격이라 하더라도, 북 잠수함과 어뢰를 탐지해내지 못한 책임은 물론, 피격 후에도 고속정을 보내 도주로를 차단시키지 않았고, 속초함도 북 잠수함이 아니라 괴물체(새떼)에 대고 사격을 해댄 책임이 더 크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북의 소행이면 굉장히 심각한 작전 실패이고, 적의 사기를 올려준 이적행위에 대해서도 군과 정부는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문순 의원은 "기초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고, 책임 당사자들이 조사의 주체이며, 정치적인 공정성이 상실된 상태에서 진행된 조사 발표는 확립된 사실로 볼 수 없다"며 "따라서 군의 발표에 따라 취해지는 정치, 군사, 외교적 조치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richkhy@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