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후보를 포기했지 정책은 포기한 적 없다"
"민주노동당, 후보를 포기했지 정책은 포기한 적 없다"
[인터뷰] 차기 당 대표에 도전하는 이정희 의원
"민주노동당, 후보를 포기했지 정책은 포기한 적 없다"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과 다른 길을 갔다.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정치세력과 전적으로 연대하기 힘든 진보정당의 '차이'에 진보신당이 좀더 주목했다면, 민주노동당은 '반MB연대'를 앞세워 민주당과 적극 연대했다. 그 결과 142명의 당선자를 내고 인천 등 수도권 3곳의 기초단체장을 배출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진보정당으로 정체성을 일정정도 포기한 선택이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정희 의원은 16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이런 비판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후보는 포기했지만 정책을 포기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선거에서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을 맡아 민주노동당이 선택한 전략의 의미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존재이기도 했던 이 의원은 "정책만 내놓는 것이 진보정당의 역할은 아니다. 자기 기반을 통해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야권연대에서 협상력을 발휘한 거의 유일한 정당이 민주노동당이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진보신당과 등 진보세력과 연합이 우선돼야 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애초 민주노동당의 원칙은 '반(反)MB' 연합과 '진보 대통합'을 두 개의 레일로 끌고 간다는 것이었다. 다만 세부적인 시기에 있어 '진보 대통합'이 다소 뒤로 밀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구, 강원 등 지역차원에서 진보신당과 선거연합이 이뤄진 지역도 있지만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민주당과 연대를 '전술적 필요'에 의해 우선시했다는 것. 이 의원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투표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며 "우리가 단일화를 해서 한나라당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줄이고 분위기를 만들어야 진보신당과의 단일화도 좋은 조건이 형성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이 의원은 "노회찬 대표가 '단일화된다고 이기겠냐'고 언급했던 것은 못내 안타깝다"고 봤다.

야권연대에 대한 이 의원은 생각은 민주노동당 향방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 의원은 내달 있을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다. 8명의 최고위원 중에 최다 득표자가 당 대표를 맡게 된다. 이 의원은 당 대표로 유력하다. 1969년생인 이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최연소 대표가 될 뿐 아니라 정치입문 2년 반 만에 제2야당 대표를 거머쥐게 되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강기갑 대표가 상징하는 '진정성'에 더해 "조금 더 유연하고 조금 더 빠른 정당"을 만들어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의 중심축이 되겠다"는 게 이 의원의 포부다.

다음은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이다.

▲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프레시안(여정민)

경남, 호남에 이어 다음 목표는 수도권

프레시안 :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강기갑 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유력한 차기 당대표로 꼽히고 있다.

이정희 : 민주노동당이 참 어려울 때 강기갑 대표가 3기 지도부를 맡았다. 그리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난 2006년보다는 한층 더 지역에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선거연합, 야당연대를 중심적으로 이끌어오면서 국민들로부터 조금씩 신뢰도 쌓여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한 단계 더 적극적으로 도약해야 할 곳이 과연 어디일까. 그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지방선거 이후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 쇄신논란이 있었고,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요구를 세대교체론으로 풀어가려고 하는 듯 하다. 여당이 세대교체를 하겠다지만,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가장 젊은 당 대표가 탄생하게 된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이정희 : 지난 10년 동안 지역에서 쌓아 온 성과가 이번 선거에 많이 드러났다. 창원이나 울산에서는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은 나가면 거의 모두 당선되는 정도까지 만들어냈다. 경남은 야권연대의 힘으로 쌓은 성과가 있었다. 호남은 민주당과 거의 일대일로 경쟁했는데, 기초의원 뿐 아니라 광역의원도 상당히 당선됐다.

남은 것은 수도권이다. 수도권에서 조금 더 힘을 키워야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면서 좀 더 단단해질 수 있다. 특히 수도권의 20대와 30대, 그리고 40대까지 진보적인 사람들과 함께 당의 정책에 대한 공감대와 열기를 높여가는 것이 향후 2년 동안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물론 이번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에서도 진보적 표심이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이들이 곧 민노당의 지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을 끌어내기 위해서 당 정체성의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정희 : 이번 선거는 우리가 주장해 온 정책이 야당의 표준이 되는 과정이었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등록금 후불제, 무상급식 문제가 있다. 두 가지 모두 우리 당이 초기부터 주장하고 적극적으로 조례도 만들었던 내용이다. SSM을 규제하는 문제 역시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내놓은 공약이 야당의 공약으로 된 것이다. 이제는 실현의 단계에 왔다. 정책적 합의에 기초해 야당이 힘을 모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당의 정체성 문제는 지난 10년을 봐야지, 단기적으로 1~2년을 잘라 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이번 선거에서 만들어낸 보편적 복지의 공약 실현을 위해, 한 발자국씩 앞서 나가면서 야권을 끌어나가는 것이다.

힘과 정체성, 딜레마는 아니다

프레시안 : 민노당의 정책이 보편화됐다고 하는데, 이것이 현실화되는 데 있어 실질적인 고민은 정치적 힘의 여부다. 선거연합도 어찌 보면 그런 차원의 고민들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적 힘과 진보정당으로서 정체성은 일종의 딜레마일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으로의 정체성을 다소 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정희 : 힘과 정체성이 딜레마라고 보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정책선거가 되지 못했다. 세부적인 정책에 대한 논란보다는 이슈 선거였다. 무상급식이라는 큰 정책적 이슈가 지나고 난 뒤, 야권연대와 천안함을 둘러싼 북풍이 선거 이슈가 됐다.

오히려 지난 시기 만들어낸 정책을 실현화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단계였다. 시기 구분이 필요하다고 본다. 힘은 모으는 것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연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했고 민주노동당이 결단을 했다. 그러면서 만들어진 연대였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진보가 미래로 나아갈 수는 없다. 야권연대는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특히 중요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정책을 포기한 적은 없다. 후보를 포기했지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 이번 선거의 제일 큰 화두는 '반(反)MB'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주를 이어갈 경우 당장 7.28 재보궐 선거와 나아가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반(反)MB'는 화두가 될 것이다. 여기서 각 정당들의 정책과 정체성의 차이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이는 진보정당의 입지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프레시안(여정민)
이정희
: 정책만 내놓는 것이 우리의 역할은 아니다. 자기 기반을 통해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자기 기반이 없으면 협상력도 없다. 이번에 야권연대에서 협상력을 발휘한 거의 유일한 정당이 민주노동당 아니었나? 그것이 실질적 평가다.

지역 차원으로 가면 잘 알 수 있다. 경남에서 민노당이 단일화에 합의하지 않았다면 김두관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을까? 서울에서도 민노당이 아니었다면, 새벽 3시까지 많은 시민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드라마는 연출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 이런 과정을 통해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의 첫 발을 디뎠다.

프레시안 : 민주당과의 연합에 앞서 진보연합이 우선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정희 : 애초 민노당의 원칙은 '반(反)MB' 연합과 '진보 대통합'을 두 개의 레일로 끌고 간다는 것이었다. 다만 세부적인 시기에 있어 '진보 대통합'이 다소 뒤로 밀렸다. 지금은 '반(反)MB'에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또 지역마다 다른 양상을 보였다. 가령 대구는 진보신당과의 후보 단일화가 최종 결렬됐지만, 민주노동당 후보가 자진 사퇴했다. 당시 지지율은 민노당 후보가 8~9%, 진보신당 후보가 3% 수준이었다. 우리가 등록하지 않으면서 결국 진보신당 후보가 어느 지역보다 높은 10% 대의 지지율을 보였다. 또 강원도지사 선거의 경우 진보신당과 먼저 단일화를 했고, 민주당과 다시 단일화를 이뤘다.

진보 대통합과 관련된 비판은 서울과 경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과 경기는 정치적 상징성이 매우 큰 만큼 야당연합을 이뤄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유권자들로 하여금 투표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 진보신당과 단일화보다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먼저 한 것은 당 차원의 결정이었다. 우리가 단일화를 해서 한나라당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줄이고 분위기를 만들어야 진보신당과의 단일화도 좋은 조건이 형성된다고 생각했다. 선거를 이기기 위한 전술적 선택이었다.

노회찬 '단일화 된다고 이기겠냐'는 발언은 유감

프레시안 :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후보가 작은 차이로 패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독자 완주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를 비판했다. 노 대표의 선택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같은 진보정당 정치인 입장에서 느끼는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이정희 : 과연 독자완주가 옳은 것이었는지를 내가 평가할 수는 없다. 다만, 야당 정치인, 특히 진보정당 정치인으로 국민들을 향해 '최대한 힘을 끌어올려 달라,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봤을 때 그 점에서 안타까움이 있다. 노 대표가 '단일화 안 한다'고 하면서 '단일화 된다고 이기겠냐'고 언급했던 것은 못내 안타깝다.

물론 서울 시장 선거에서 이기지 못한 것은 한명숙 캠프와 그 캠프에 참여했던 정당, 함께했던 시민사회의 책임이다. 단일화가 되지 않더라도 이길 수 있는 준비를 철저히 했어야 했다. 그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는 없다.

프레시안 : 이번 선거에서 한명숙 캠프의 대변인을 했다. 2006년에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금실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의원의 이런 행보를 비판하기도 한다.

이정희 : 두 가지는 별개의 사안이다. 다른 상황에서 다른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먼저 한 캠프의 대변인은 당 차원의 결정이었다. 적극적으로 한 후보 선대위에 결합하면서 천안함 사태 이후 불어 닥친 북풍 선거에서 오히려 한 캠프가 선명한 입장을 보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한나라당을 찍으면 전쟁이 날지 모른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고 그 점에서 진보정당의 역할은 충분히 다했다.

강금실 후보 지지는 내가 당적이 없을 때의 일이다. 강금실 전 장관과는 호주제 폐지 사건을 같이 진행했고 결국 호주제를 철폐시켰다. 존경하는 선배에 대한 개인적인 지지였다.

프레시안 :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는 'MB 정부 심판'을 얘기하면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했다. 심 후보는 진보연합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 범주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외에도 창조한국당과 친노세력을 언급했다. 민주노동당이 생각하는 진보대통합의 범주는 어디까지 인가?

이정희 : 창조한국당이나 국민참여당과는 공동의 경험이 많지 않다. 민주당도 어떤 면에서 그렇다. 지난해 4대강 예산을 놓고 싸울 때, 처음에는 4대강 범대위와 야4당이 함께 했는데 막판에 민주당이 양보 움직임이 있어 우리와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이 따로 농성을 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진보정당이 일정한 '블럭'을 만들어 힘을 모으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것은 정당 통합과는 상당히 다른 문제다.

진보대통합에 대한 당의 공식 입장은 진보신당과 시민사회단체만 포괄한 것이다. 그 범위 안에 창조한국당과 국민참여당은 없다. 그들과 일상적으로 통합된 정당이 됐을 때 2012년 정권 교체에 어느 정도 유용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선거는 민주당 제외하고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좀 더 치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프레시안 : 진보신당과 통합을 추진한다 하지만, 진보신당이 현재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느 정도 시간표를 갖고 추진할 계획인가?

ⓒ프레시안(여정민)
이정희
: 우리도 지도부 선거가 끝나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야 한다. 진보신당도 내부에서 논의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원래 생각도 그간의 경험과 성과를 가지고 만나자는 것이었으니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프레시안 : 통합을 얘기하지만, 두 당이 갈라설 때 종북주의 논란은 서로 많은 생채기를 냈다. 종북주의는 민노당이 일반 국민들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해선 반드시 설명이 필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이정희 : 종북주의가 과연 현실을 반영한 단어인지 모르겠다. 물론 민주노동당의 남북관계에 대한 정책 방향은 뚜렷하다. 그리고 그 방향은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북미관계에서는 그 역사성을 함께 봐야한다는 인식이다. 북미관계의 역사성은 형평성과도 연결돼 있다.

나 역시 핵개발은 반대하지만, 북한이 핵개발을 했을 때 '유감'이냐 '매우 유감'이냐, 이런 것이 과연 중요할까? 그것이 북한을 '따라간다'고 표현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핵개발을 반대하지만, 북한의 핵개발을 강하게 비판하지 않는다고 진보적이지 못하다거나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천안함 특위, 의혹 규명할 수 있을까

프레시안 : 지금 하고 있는 활동 얘기를 좀 해보자. 천안함 특위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 천안함 이슈는 어느 것보다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이정희 : 우선, 반역자 취급을 당하는 것이 참 힘들다. 참여연대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된다. 첫 회의부터 나를 겨냥해 '군 발표를 믿지 못하고 북한의 편을 드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북한이 검열단 주장을 할 때도 내가 '어쨌든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하니, 한쪽 수석 대표의 조사권을 인정한 정전협정에 따라 해석될 여지는 없냐'고 물었었다. 북한의 반론권을 보장해주고 차근차근 진실을 밝혀야 하지 않냐는 취지였다. 그런데 그날 회의 후에 한 한나라당 의원이 회의장을 나가면서 '북한의 검열단을 받자는 사람하고 우리가 회의를 해야 돼?'라고 하더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하면 '북한이 안 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참으로 고생하신다'는 답이 돌아온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합리적인 토론과 의문에 대한 문답을 경원시하고 무조건 '이적행위'라는 식으로 바라보는 것이 고통스럽고 참담하다. 그나마 나는 국회의원이나 되니 회의장에서 그런 의문이라도 제기하는 것이지 평범한 사람은 모두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당하지 않나.

둘째, 국방부가 계속 말을 바꾸는 게 큰 어려움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그렇다. 물기둥 문제가 간단한 예다. 처음에는 없다더니 나중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물기둥이 있었는데 배 위의 견시병의 얼굴에 고작 물방울만 튀었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이번에는 물기둥이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나중에 배를 보러 갔더니 견시병의 근무지점이 물기둥의 중심이었다. 물기둥이 솟았다면 흠뻑 젖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군이 자꾸 말을 바꾸니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말을 맞추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논쟁과 검증을 불가능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회 천안함 특위가 여러 의문을 완벽하게 규명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천안함 특위에 대한 안타까움은 민주당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당은 요지부동이다.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이정희 : 국정조사 필요성에 공감한다. 김태영 장관이 감사원 조사마저 잘못이라는데, 이대로라면 징계도 형사처벌도 유야무야 될 가능성이 높다. 제대로 밝혀야 한다. 사실 국회만으로도 어려움이 있다. 의석 구조상 국민의 의문을 다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 민간이 폭넓게 참여하는 검증기구가 필요하다. 민관합동조사단의 경우 민간이 참여했다고 하지만 명단조차 비공개다. 언론도 접촉이 불가능했다. 이런 합조단의 조사를 놓고 민간의 검증을 거쳤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영구미제로 남겨질 가능성도 있지만, 밝힐 수 있는 한 다 밝혀보려고 한다. 조금 더 적극적인 조사가 가능하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예를 들어 생존자 진술이라도 받아볼 수 있으면 말이다. 진실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각종 정보가 너무 차단돼 있는 것이 문제다. 정부가 내놓는 것 외에는 알기가 힘들다. 하지만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진실은 없다.

프레시안 : 유엔 안보리에 의견서를 보낸 참여연대를 검찰이 수사한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다시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이정희 : 노무현 정부 때 국가보안법을 폐지시키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특히 민간외교 활동까지 폄훼하고 비난하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 유엔 안보리의 현재 쟁점은 NGO에게 협의 지위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처럼 말이다. 회의 참석도 가능하게 하고, 서면 진술도 하게 할 것인지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를 막는 것은 강대국이다. 아직 협의 지위를 인정해주지는 않고 있지만 NGO가 자기 국가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부가 아무리 국제 관행을 무시해도 국민에게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

은평을, 4대강 사업에 대한 심판장 돼야

프레시안 : 7.28 재보궐선거 얘기를 좀 해보자. 야당에 유리하다는 전망이 일단 우세하다. 민주노동당의 선거 전략은 무엇인가?

이정희 : '은평을'이 제일 중요하다. 지방선거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는 국회로 공을 넘겼지만 4대강 사업을 끝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은평을 선거 결과는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가 될 것이다. 더욱이 4대강 사업의 기초가 된 '대운하' 주창자였던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더 그렇다.

역시 중요한 승부수는 야권연대의 실현이다.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서로 알아서 잘 해보겠다고 할 수는 없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라도 더 힘을 합쳐야 한다. 전체적으로 야권연대가 이뤄져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은평을은 모범적인 야권연대가 이뤄져야 한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힘이 은평을로 모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프레시안 : 하지만 민주당 생각은 좀 다를 것 같다. 지방선거 결과 때문에 민주당에 더욱 공천 신청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지방선거과 재보궐 선거는 다소 다르다'고 얘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연대가 과연 가능할까? 야권연대가 가능하려면 민노당이 후보를 대거 포기해야할지도 모른다.

▲ ⓒ프레시안(여정민)
이정희
: 오히려 적극적으로 후보는 낼 것이다. 재보선은 지방선거와 다르다. 오래 전부터 서로 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후보를 내서 공정한 경쟁을 할 것이다. 큰 야당이라고 해서 내가 가져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 한 가지, 이재오 위원장과 맞서 이기려면 신선한 사람이어야 한다. 야권연대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점들이 고려돼야 한다. 시민사회도 일정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프레시안 : 국회에 입성한지 2년 만에 '스타'가 되었다. 최연소 당대표라는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이정희 : 90%는 민주노동당 의원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그렇다. 당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의석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이 감당해야 하는 진보적 입장과 당이 대변해야 하는 시민들의 마음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눈에 띄었을 수는 있다.

개인적으로는 민주노동당을 아끼는 평범한 시민들의 마음을 느끼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민주노동당 의원이라면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민주노동당에 들어와 지난 2년 간 '희망이 있는 정당'이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것마저 내놓기도 한다. 여기에 덧붙여 조금 더 부드럽고 조금 더 유연하고 조금 더 빠를 수 있다면, 정치적으로도 대단히 큰 영향력을 가지면서 앞으로 야권 전체를 끌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그 힘을 바탕으로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의 중심축은 민주노동당이 돼야 한다.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야권연대를 통해 당원들이 겪었던 고통을 봤다. 나 역시 사퇴시킨 후보가 너무 아깝고 속상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갈등까지도 대의를 위해 극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민주노동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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