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특수요?"…'체불'에 울고 '빚더미' 앉은 건설노동자들

건설노조 실태 조사, 공급과잉으로 4대강 사업 이후 더 큰 문제

선명수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1.02.08 1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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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 사업이란 미명 아래 진행되는 하루 10시간 중노동, 비밀리에 진행되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에 체불까지…4대강 현장은 말 그대로 '지옥'입니다" (금강 살리기 사업 굴삭기 노동자 김모 씨)

22조 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4대강 사업으로 건설 노동자의 일거리가 늘어났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지만, 굴삭기 노동자의 현실은 여전히 '월 100만 원짜리 체불 인생'이었다.

정부는 '지역 경제 활성화'란 구호를 내세웠지만 정작 영세한 장비를 가진 지역의 굴삭기업자는 진입조차 할 수 없었고, 그 몫은 여지없이 대기업에게 돌아갔다. 그나마 일거리를 얻는다 해도 비밀리에 이뤄지는 다단계 하도급에 공공연한 임대료 체불까지, 도무지 '나아질 것 없는' 현실이었다.

▲ 4대강 사업이 진행 중인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준설 현장의 모습. ⓒ프레시안(선명수)

8일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전국의 굴삭기 노동자 90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굴삭기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굴삭기 노동자의 90.2%가 처우 개선을 위해 '과잉 공급된 굴삭기 수급 조절'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부의 굴삭기 수급 조절 실패와 4대강 '특수'가 맞물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굴삭기 노동자의 현실은 과거보다 열악해졌다. 매년 전국의 굴삭기 공급은 꾸준히 늘어 4대강 사업이 시작된 2009년엔 총 2972대가, 사업이 본격화된 2010년엔 총 4022대의 굴삭기가 추가로 등록됐다. 굴삭기 과잉 공급 현상이 심각해진 것.

때문에 현장 노동자들은 억대의 값비싼 장비를 구입해놓고도 일거리를 찾지 못해 장비를 놀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수입이 줄어든 만큼, 장비 할부금을 감당 못해 빚더미에 앉는 일도 부지기수다.

더 큰 문제는 '4대강 이후'다. 가뜩이나 건설 경기가 움츠러든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 4대강 사업의 주요 공정이 마무리되면 과잉 공급으로 인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건설산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건설수주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마이너스 4.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노조 충남건설기계지부 신기철 지부장은 "지금도 과잉 공급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2년짜리 4대강 사업이 끝난 이후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드 돌려막기'는 일상…사람 잡는 '어음 지급' 관행에 체불까지

이른바 '국책 사업'의 현장에서도 다단계 하도급과 어음 지급 관행, 임대료 체불 문제는 여전했다. 금강 일대의 4대강 사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굴삭기 노동자는 "말이 좋아 정부에서 하는 사업이지, 실제 현장에선 다단계 하도급이 만연하고 비밀리에 임대료 대신 어음을 지급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어음 지급 관행은 건설 현장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실제 건설노조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3.8%가 임대료로 어음과 현금을 병행해 받는다고 답했다. 이중 현금보다 어음을 주로 받는다는 노동자도 10% 남짓이었다. 그나마 어음 수령 기간도 3~5개월이 지난 이후라고 답한 사람이 51.7%, 6개월 이후라고 답한 사람이 6.3%였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이 지나서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어음을 임대료로 받으면 가뜩이나 장비 할부금 부담이 있는 건설 노동자들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더군다나 건설 경기 침체로 회사가 부도가 날 경우, 그 빚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건설노조의 조사 결과, 굴삭기 노동자의 평균 부채는 5880만 원으로, 부채가 1억 원이 넘는 노동자도 응답자의 10%에 달했다. 신용불량 경험이 있다고 답한 노동자도 전체의 30%가량 됐다.

인천 지역의 한 굴삭기 노동자는 "지난 3년을 체불, 부도, 안전사고를 막느라 급급했고, 한 때는 생활비조차 없어 고생했다"며 "하루 10시간을 일해도 어음 쪼가리만 받는 현실에서 건설 노동자는 수시로 신용 불량의 늪에 빠지는 '카드 돌려막기' 인생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해 6월 4대강 사업 구간인 낙동강 달성보 현장에선 하청업체의 임대료 체불로 한 때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굴삭기와 덤프트럭, 삽차 등 건설노동자 70여 명의 석달 임대료 20억 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 원청인 현대건설은 체불 문제가 논란이 되자 밀린 임대료의 50%만을 지급하겠다고 밝혀, "그동안 일하며 들어간 기름값과 장비 할부금도 갚지 못한다"라는 노동자들의 반발을 샀다.

굴삭기 노동자 84%가 체불 경험…절반도 못 돌려 받는 경우 부지기수

그나마 받는 수입조차 공공연히 체불됐다. 응답자의 대다수인 84.1%가 임대료를 체불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뒤늦게나마 임대료를 돌려받더라도 체불된 금액 중 절반만을 받는 경우가 30%, 50~80%를 돌려받는 경우가 32.8%, 전부를 돌려받는 경우는 9.8%에 그쳤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임대료가 체불되더라도 특수고용직이란 신분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함은 물론 노동부의 체불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것이 굴삭기 노동자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설노조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굴삭기 수급 조절 △체불 및 어음 근절 △작업 시간 단축 △임대료 인상 △표준임대차계약서 의무 작성 △안전사고에 대한 건설사 책임 △건설기계불법행위 단속 강화 △특수고용노동자성 인정 등의 '대정부 8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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