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탤런트 정치인'인가 '선거의 여왕'인가?
나경원, '탤런트 정치인'인가 '선거의 여왕'인가?
[분석] 'BBK 선봉장'부터 '주민투표 돌격대'까지
2011.09.27 17:23:00
나경원, '탤런트 정치인'인가 '선거의 여왕'인가?
나경원(48)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내달 26일 열릴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한나라당 후보로 27일 확정됐다. 그간 당 일각에선 '제2의 오세훈은 안 된다'며 비토론까지 제기됐지만, 한 달 넘게 끌어온 후보 선정에서 '나경원 외엔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 결국 설득력을 얻은 셈이다.

승승장구한 정치인생…'주어 경원'부터 서울시장 후보까지

정치 입문 7년 만에 당내 유일한 서울시장 카드로 떠오른 나 최고위원의 정치 행로는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서울대 조국 교수, 한나라당 원희룡·조해진 의원과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이기도 한 그는 2002년 처음으로 정계에 발을 들였다.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가 젊은 가정법원 판사였던 그를 정책 특보로 발탁한 것이다. 나 최고위원은 이 총재의 대선 패배 후 다시 변호사로 돌아갔다가, 2004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인생을 시작한다.

▲ 지난 7.4 전당대회 당시 나경원 최고위원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프레시안(이명선)

그가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강재섭 전 대표 시절부터 2007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의 중앙선대위까지 총 3년간 대변인을 맡으면서부터다. 당시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이명박 후보의 'BBK 동영상' 관련 논평.

당시 이명박 후보가 "BBK를 설립했다"고 발언한 광운대 특강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자, 나 최고위원은 "BBK라고 한 것은 맞지만 ('내가'라는) 주어가 없다"고 논평해 야당은 물론 누리꾼들의 실소를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그에겐 아직까지도 '주어(主語) 경원'이라는 별명이 심심찮게 따라붙는다.

18대 총선에선 서울 중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재선 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간사를 맡아 2009년 미디어법 강행처리의 '선봉'에 섰고, 이는 그를 향한 보수층의 지지가 커진 계기가 됐다.

실질적인 '정치 도약대'는 지난해 6월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었다. 당시 나 최고위원은 오세훈 후보에겐 패배했지만, 서울 법대 재학 때부터 과 1,2등을 다퉜다던 원희룡 후보(당시 3선)와의 단일화 여론조사에선 승리했다. 그해 7월 전당대회에선 3위의 성적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고, 그 기세를 몰아 올해 7.4 전당대회에서도 3위로 지도부에 재입성 했다.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봤을 땐 홍준표 대표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한 대중성이 그 힘의 원천이었다.

주민투표 '돌격대'에 미디어법 '1등 공신'…'강경보수' 이미지 굳혀

그러나 '거기까지'라는 평가도 나온다. 인구 1000만 명, 예산 20조 원을 다루는 서울시의 수장을 맡기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표조차 그를 두고 '탤런트 정치인', '이미지 정치인'이라 평하면서 번번이 비토론을 제기했다. 뛰어난 외모를 바탕으로 선거 때마다 압도적인 대중적 지지를 얻어왔지만 선거에 나설 명분도, 중량감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나 최고위원도 이를 의식한 듯, 출마선언 당시 "서울시장은 행정도 잘 해야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갈등 조정 능력"이라고 항변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정치행보만을 놓고 본다면 그는 갈등의 '조정자'라기 보다는 '추동자'에 가까웠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복지포퓰리즘에 맞선 '성전(聖戰)'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계백 장군'에 빗대며 당의 적극적인 지원을 주장한 그다.

같은 지도부인 남경필 최고위원이 수차례 "정치권의 역할은 갈등 조정"이라며 주민투표 철회를 주장했지만, 나 최고위원은 끝까지 당의 공세적 지원을 주장했고, 아이러니하게도 주민투표 '참패'가 낳은 보궐선거 후보 자리를 스스로 자처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나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확정한 이후엔 "주민투표 자체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고 항변했다. 이미 주민투표를 하게 된 마당에 "당 차원에서 지원키로 했다면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현행 주민투표법 자체에 흠결이 있다"며 국회의원도 투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주민투표법 개정안을 발의한 게 불과 한 달 전 일이다. 최근 자위대 행사 참석에 관한 '거짓 해명'에 뒤이은 나 최고위원의 '말 바꾸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갈등의 조정자' 자처하지만…

2009년 미디어법 강행처리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문방위 간사였던 그는 야당의 여론조사 반영 요구에 "국민들은 잘 모른다"는 '명언'을 남겨 화제가 됐다.

당시 나 최고위원은 미디어법과 관련한 각종 토론회와 방송에 대표선수로 꼬박꼬박 출연할 정도로 대내외적 '미디어법 전도사' 역할을 맡았고, 결국 국회를 파행으로 이끈 미디어법 정국을 통해 확실히 존재 증명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역시, 갈등의 '조정자' 라기보다는 갈등의 '선봉'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사학재벌 집안'이라는 꼬리표도 부담거리다. 나 후보의 부친은 화곡중·고등학교 등을 운영하는 흥신학원 등 법인과 학교 3개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나 후보가 사학법 파동 당시 장외투쟁 등에 적극 나선 것 역시 이런 배경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현재 나 최고위원의 재산은 40억5757만 원(올해 3월 재산변동 신고내역)으로 한나라당 최고위원 중 가장 많다.

'대중적 인기' 강점이지만 '콘텐츠 약하다' 비판도

논란 끝에 한나라당 후보로 최종 확정됐지만, 후보 경쟁력을 놓고서도 당내에서 말이 많다.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무상급식 전쟁'의 가장 앞에 섰다가, 23일 출마를 선언하면서 오세훈 전 시장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도 무리수일 수 있다.

▲ 23일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선언하는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뉴시스
굳건한 '반(反)복지' 이미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나 최고위원은 출마선언에서 '생활복지 기준선'을 만들겠다고 공약하는 등 '생활정치'에 방점을 찍었지만,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정책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는 26일 복지비전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여기까지만 하자"며 말을 아꼈다. 나 최고위원의 복지 스탠스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야권 후보와의 논쟁에서도 아직 초기 단계긴 하지만 '판정패'라는 시각이 많다. 박원순-나경원 후보의 '1라운드' 대결이 된 한강 수중보 철거 문제가 그렇다. 야권의 박원순 변호사는 환경단체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한강 수중보 철거를 거론하며 먼저 논쟁의 물꼬를 텄고, 이에 나 최고위원은 "보를 철거하면 서울 취수원도 옮겨야 한다"며 반대론을 폈다가 오히려 망신살만 뻗쳤다. 최근 서울시의 취수원은 잠실 수중보의 영향권 밖인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 강북취수장으로 옮겨간 상태다.

'BBK의 저격수' 박영선과 '방패막이' 나경원, 승자는?

'BBK 저격수'라 불린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의장과 대변인 시절 'BBK 방패막이' 역할을 한 나 최고위원의 맞대결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다만 한 정치평론가는 "이미지가 아닌 콘텐츠로만 본다면 민주당 박영선 후보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촌평했다.

장외 인사까지 '4파전'으로 진행되는 이번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 문제도 남은 숙제다. 박영선-박원순의 '범야권 2강'은 준결승전이 확정됐지만, 여권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한나라당 후보 확정 후 나 최고위원은 이석연 변호사와의 단일화 협상을 서두르겠다며 선거 행보에 속도를 올렸지만, 한나라당에 단단히 마음을 돌린 이 변호사는 한 발 더 나아가 박원순 변호사와의 '조건부 단일화'까지 제안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인기'는 나 최고위원의 최고 무기다. '공천 학살' 여파로 박근혜 전 대표가 지원 유세를 거부한 18대 총선 당시, 나 최고위원은 지역구를 제쳐 놓고 다른 후보의 지원 유세를 다녔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늘 선두에 서 왔다. 차차기 대선에선 홍준표 대표·오세훈 전 시장과 함께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 역시 지난해 7월 재보선 당시 트위터에서 "저한테 아바타라도 하나 있었으면 하네요"라며 인기를 과시하기도 했다.

나 최고위원은 지난 7.4 전당대회 당시 스스로를 박근혜 전 대표에 이은 '제2의 선거의 여왕'으로 칭했다. 그러나 '탤런트 정치인으론 안 된다'는 홍준표 대표의 지적처럼, 나 최고위원에 대한 지지가 단순한 '인기'를 넘어 선거의 승리로까지 이어질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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