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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 머리박기, 속옷 벗기기…학생들 '조폭 교수' 고소

황당한 대학 교수, 상습적으로 학생들 폭행

허환주 기자 2012.07.27 11:36:00

부산 모 대학교에 다니는 A씨. 그가 학과 담당교수인 B교수를 처음 본 건 지난 2010년께였다. B교수 수업을 듣진 없었지만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좋은 교수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첫인상이었다.

어느 날 동기가 B교수와의 술자리가 있다고 같이 가자고 했다. '교수님'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술자리까지 한다니 더욱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동기와 함께 간 술자리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술자리에 앞서 동기는 A씨에게 "B교수는 술자리에서 학생들을 때리고 벌을 준다"며 조심하라고 귀띔했다. 운동선수 출신인 A씨는 그저 신고식 비슷한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술자리에서 B교수는 술에 취하지도 않았는데, 자신과 친해지려면 맞아야 한다며 얼굴과 목, 가슴 등을 주먹으로 10여 차례 때렸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친해지기 위해선 맞아야 한다고 때렸다. 황당했지만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술에 취하자 B교수는 동석했던 A씨 동기와 선배들도 함께 때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주먹을 잘 버텨야 자기 사람이 될 수 있다며 지속해서 가슴, 목 등을 주먹으로 때렸다. 운동선수 출신인 A씨가 견디기에도 힘든 폭행이었다. B교수는 합기도, 유도 등을 두루 섭렵하고 격투기 선수생활까지 했다.

너무 아파 화장실로 피했으나 이후 B교수는 A씨에게 "어디 갔다 왔느냐"며 술집에서 머리를 바닥에 대고 버티도록 했다. 일명 '머리 박기'였다. A씨는 어리둥절했지만 선배들이 귓속말로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그러자 B교수는 발로 배와 허벅지를 차며 "똑바로 하라"고 했다.

다음날 일어나 보니 목과 가슴에 멍이 들었고 주먹으로 맞은 얼굴 부위는 퉁퉁 부어 있었다. 이후 B교수와는 술자리를 가지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쉽지 않았다. 다른 약속이 있다며 술자리를 피하려 해도 끝까지 불러내는 B교수의 집요함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체벌 받고 있는 운동부 학생들.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머리 박기'를 시킨 뒤 군가를 부르게 시키기도

이후에도 술자리는 여러 번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마셔야만 했다. 폭행은 반복됐다. 몇몇 술자리는 A씨가 잊을 수 없다. 선배와 간 술자리에서 B교수는 A씨와 선배를 또다시 때렸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때리고 발로 다리를 차기도 했다. 그러면서 "군가를 듣고 싶다"며 A씨와 선배들에게 '머리 박기'를 시킨 뒤, 군가를 부르게 했다. 목소리를 작게 하면 엉덩이 다리 등을 때리며 다시 부르게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학교 앞 대로변에서도 '머리 박기'를 시켰다. 이유는 역시 없었다. B교수가 어떤 질문을 했는데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자 머리를 박으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A씨는 학교 친구들이 오가는 대로변에서 머리를 박을 수밖에 없었다. B교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머리를 박고 있는 A씨에게 갖은 욕설과 폭행을 서슴지 않았다.

폭행이야 A씨가 심하게 당했지만 수모를 겪은 건 C씨가 더 심했다. C씨는 B교수와 노래방에 갔다 B교수 폭행에 못 이겨 옷을 모두 벗고 테이블 위에 올라가기도 했다. 속옷까지 다 벗어야만 했다. 옷을 벗지 않으면 주먹으로 가슴과 얼굴 등을 가차 없이 때려 어쩔 수 없었다. D씨는 B교수 집에 끌려가 교수 부인이 있는 자리에서 수차례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모두 이유는 없었다.

B교수의 폭행이 술자리에서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평소 수업시간에도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C씨는 "한 번은 수업시간에 경호 시범을 보여주겠다며 학생 한 명을 불러 수도(手刀, 새끼손가락 끝 부분에서 손목에 이르는 부분)로 목을 쳐 넘어뜨리기도 했다"며 "그 모습을 본 학생 중 누구도 그걸 경호 시범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D씨는 "B교수는 수업시간에 수치심과 함께 폭언을 날리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며 "시범을 빙자한 폭행을 통해 학생들의 고통을 즐기는 듯했다"고 밝혔다.

불이익 당할까 두려워 신고도 못 해

그런 B교수에게 학생들이 문제 제기를 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 A씨는 "한 번은 주먹으로 목과 얼굴을 10여 차례 맞고 코와 입술에 피가 났다"며 "너무 화가 나고 무섭기도 해서 더는 이렇게 맞기 싫다며 집에 가겠다며 반항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후 B교수는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고 수업시간에도 비아냥거리며 인간 취급을 하지 않았다"며 "상당 기간 학교 다니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런 모습을 본 다른 학생들은 후환이 두려워 B교수 폭행이 무서웠지만 아무 말 못 하고 술자리에 참석해야 했다. 학과 전공교수인 B교수 수업을 전공 학생이 피하긴 쉽지 않다.

C씨는 "B교수에게 폭행당한 학생들이 신고하지 못한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교수가 학점을 낮게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며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할 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학점에 혹시 불이익 당할까 하는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C씨는 "그래서 참으면서 같이 피해받은 친구들과 뒤에서 교수 욕을 하며 빨리 졸업하자는 생각만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후배들이 B교수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A씨는 폭행혐의로 B교수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나만 참고 나만 모른척 하면 끝나게 될 줄 알았던 B교수의 만행이 아직도 행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더는 우리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