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유기 고양이'가 됐나
나는 어쩌다 '유기 고양이'가 됐나
[개와 고양이의 시선 ③] 반려묘에 대한 오해와 진실
2013.11.27 08:27:00
나는 어쩌다 '유기 고양이'가 됐나
화목한 가정 생활의 덕목은 무엇일까. 바로 이해와 배려다. 같은 핏줄을 타고 난 사이라도 서로 맞추려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관계는 무너지기 마련이다. 하물며 종(種)이 다른 인간과 반려동물과의 사이는 어떠할까.

반려 생활이란 결국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일이다. 사람들은 그들이 기르는 개와 고양이가 사람에게 익숙해지도록 많은 훈련을 요구한다. 그러나 정작 사람은 반려동물에게 익숙해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다. 그래서 반려동물에게 문제가 생기는 경우 많은 사람이 자신의 문제는 따지지 않고, 자신이 키우는 개, 고양이를 탓하곤 한다. "우리 개는 왜 이렇게 먹는 것에 집착할까?", "우리 고양이는 왜 저렇게 사나울까?". 어쩌면 우리는 반려 생활의 상대방에게 매우 무례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개와 고양이의 시선] 두 번째와 세 번째 기사는 바로 이런 취지에서 기획했다. 한 번쯤은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반려 생활을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 세 번째 기사는 '고양이의 시선'이다. <편집자>


저는 태어난 지 5년 반이 된 수컷 고양이입니다. 어미 고양이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저는 인간 세계에서 '유기 고양이'로 분류됩니다.

2008년 5월. 그러니까 제가 태어난 지 열흘 정도 됐을 때, 시골에서 어미 고양이가 저를 물고 이동하다가 한 할머니와 마주쳤습니다. 깜짝 놀란 어미 고양이는 저를 그 자리에 놓고 도망갔고, 버려진 저를 딱하게 여긴 할머니가 저를 데려왔지요. 저는 그대로 할머니의 딸이 사는 서울에 가게 되었는데, 따님이 인터넷 유기 동물 분양 카페에 제 사진을 올려서 지금의 주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 눈썹 밀어도 되나요?" 질문에 식겁

▲ 생후 약 10일. ⓒ임시 보호자
그렇게 갑자기 저는 '유기 동물'이 되어 태어난 지 이주일 만에 A4 용지 절반 크기의 박스에 담겨 대학가의 한 원룸으로 이사 오게 되었습니다. 젖도 못 뗀 상태였지요. 지금 주인도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제가 소젖인 우유를 먹는 줄 알았대요. 주인은 고양이가 소젖을 소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서야 고양이 전용 분유를 사다 먹였지요. 사람 아기와 마찬가지로 저는 2시간마다 한 번씩 깨서 젖을 달라고 울었습니다. 주인은 낮뿐만 아니라, 밤 12시, 새벽 2시, 새벽 4시, 새벽 6시에도 젖을 달라고 우는 저에게 분유를 타 먹였다고 해요. 저는 보답으로 어미 고양이에게만 하는 짓인 '꾹꾹이(두 발로 번갈아 가며 주인을 꾹꾹 누르는 행위)'를 주인에게 해주었습니다.


저의 주인은 고양이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어요. 영양 상태가 말이 아니었던 저는 어릴 때부터 식탐이 강했습니다. 제가 젖병에 분유를 먹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서 내는 갸르릉 소리(사람들을 이걸 '골골이'라고 부르더군요)를 듣고, 제가 어디 아픈 줄 알고 놀라서 동물 병원에 갈 정도였으니까요. 또 한 번은 제가 조금 자라 생후 3개월이 됐을 때 푸석푸석한 털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인터넷 카페에 "고양이 눈썹 밀어도 되나요?"라는 글을 올려 저를 식겁하게 했습니다. 수염은 고양이가 균형을 잡는 중요한 수단인데 말입니다. 만류하는 댓글을 보고 결국 주인은 눈썹 밀기를 시도하지 않긴 했지만요.

게다가 생후 한 달 미만인 새끼 고양이는 스스로 배변하지 못 합니다. 어미가 까칠한 혀로 항문을 핥아주면서 배변을 유도하는데, 저는 어미가 없는 탓에 주인이 물티슈로 배변을 유도해주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너무 아파서 '끼익 끼익' 울곤 했습니다(아직 고양이 목소리가 나오기 전이었거든요). 주인은 똥을 잘 못 싸는 저를 너무 걱정한 나머지 제 이름을 '응냥이'라고 지었습니다. 응가를 잘 싸라는 뜻이라나요? 물론 저는 다른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생후 한 달 만에 알아서 배변을 척척 가리게 되었습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모래에 변을 보고 모래를 덮게 됐습니다. 크고 난 지금은 제가 변을 덮을 때 모래가 너무 튀어서 주인은 방이 '사막화'된다고 투덜대곤 합니다.

가끔은 현관 밖에 있고 싶지만 주인은…

주인은 처음에는 제가 '산책하는 로망묘'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생후 8개월이 됐을 때 가슴 줄을 샀어요. 대부분의 고양이가 그러하듯이 저는 답답한 가슴 줄을 거부했고, 외출을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그런데도 주인은 꿋꿋하게 공원에 저를 앉혀 놓고 몇 걸음 떨어져서 '응냥아 이리 와' 놀이를 하곤 했습니다. 저는 낯선 곳에 옮겨진 게 서러워서 울면서 주인을 따라 다녔습니다. 다 어릴 때 이야기입니다. 다 큰 지금은 오라고 해도 '뭥미' 표정을 짓고 그대로 앉아 있기에 주인도 '이리 와' 놀이를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요즘 저는 하루 18~20시간을 자는 데 보내고, 1시간 정도 몸단장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주인과 같이 앉아 있거나 집을 지키면서 보냅니다. 저는 제 영역에 동네 고양이들이 발을 들이는 게 너무 싫습니다. 그런데 주인 가족들은 제가 싫어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줍니다. 길고양이들은 저보다 말라서 안쓰럽다나요? 저는 동네 길고양이들이 저희 집 근처에서 얼쩡거리면, 쫓아가서 '하악질(고양이가 경계하는 대상에게 '하악' 소리를 내는 행동)'을 하고 쫓아내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한 번은 주인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졸라서 현관 밖에서 집을 지키다가 동네 고양이에게 얻어맞고 돌아왔습니다. 머리와 목덜미를 물려서 털이 다 빠지고 몸에 구멍이 났습니다. 주인은 그런 저를 보고 속상해한 나머지 가족들에게 저의 '외출 금지'를 당부했습니다. 억울하긴 하지만, 사실 저도 맞고 온 뒤로는 조금 무서워서 보내달라고 조르지는 않고 있습니다. 주인은 추운 겨울에 제가 동네에서 얻어맞고 돌아다니거나, 길을 잃고 굶어죽는 것을 걱정하는 모양입니다.

▲ 생후 5년. ⓒ프레시안(김윤나영)
저는 현관까지는 나가고 싶지만, 대문을 넘어 낯선 곳에 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주인이 저를 이동장에 넣고 어디론가 갈 때면 영락없이 도착하는 곳은 동물 병원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도살장에 끌려가듯이 큰 목소리로 울곤 합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크게 우는 저를 힐끔 쳐다보면 주인은 난감해 합니다. 주인이 한 번은 요도에 문제가 생겨 2주일 동안 오줌을 잘 못 쌌던 저를 데리고 동물 병원에 가려고 했는데, 저는 너무 무서워서 죽을 듯이 울다가 그만 이동장 안에서 오줌을 다 지리고 말았습니다. 주인은 허탈하면서도 기쁜 표정으로 이동장을 들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고, 그 이후로 동물 병원 행은 당분간 없는 것 같습니다.

주인은 퇴근하면 제 이름부터 부릅니다. 원룸에서 살 때는 주인이 외출하는 게 그렇게 서러웠는데, 지금은 이사를 했고 가족들이 늘어서 솔직히 저를 부르는 소리가 귀찮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침대 밑에서 자고 있다가 퇴근한 주인이 부르면, 약 10초 정도 고민하다가 못 이기는 척 느릿느릿 주인 곁으로 갑니다(어릴 땐 달려갔지만요). 주인은 <무한도전> 따위를 거실에서 보고 있을 때면 제가 불러도 방으로 와 주지도 않으면서, 자기가 보고 싶을 때는 귀찮게 저를 부르는 고약한 심보를 가지고 있지만 참아 줍니다.

새끼 고양이를 구조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을

저는 '로망묘'도 아니고, '똥고양이(일명 코리안 숏헤어)'일 뿐이지만, 어쨌든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주인은 제가 자식을 한 번밖에 못 보게 하고 저에게 불임 수술을 시킨 것을 미안해합니다. 또 제가 현관 앞 계단에서 집을 지키고 싶은데, 못하게 해서 제 속을 썩이기도 하지요. 길고양이로 살았다면 2~3년 전에 저는 이미 죽었을 테지만, 집에서 사는 대가로 저는 어느 정도 자유를 잃은 것 같습니다. 주인은 "뭐가 너를 위해 행복한 길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곤 합니다.

인간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요? 성묘가 되고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저를 '구조'한 할머니는 고양이의 습성을 잘 모르셨던 것 같습니다. 길에서 사는 어미 고양이는 이동 중에 사람을 보면 놀라서 새끼를 놓고 도망가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면 다시 새끼를 데리러 오곤 하거든요. 만약 제가 버려진 날 하루 정도 어미가 놓고 간 자리에 뒀다면 어미 고양이는 저를 데리러 왔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는 길가에 있는 새끼 고양이를 데려오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라고 조언 드리고 싶습니다. 그 새끼 고양이는 단지 어미 고양이가 사냥을 나간 사이에 어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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