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많은 서울, '착하게' 뜯어 고칠 수 있나?
문제 많은 서울, '착하게' 뜯어 고칠 수 있나?
[프레시안 books] <리씽킹 서울><도시기획자들>
2014.02.21 19:57:01
문제 많은 서울, '착하게' 뜯어 고칠 수 있나?

1.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함께 자라네.”

▲ <도시기획자들>(은유·천호균 외 지음, 소란 펴냄). ⓒ소란

<도시기획자들>(은유·천호균 외 지음, 소란 펴냄)은 도시의 대안과 희망을 찾아 활동하는 일곱 명의 ‘도시기획자들'을 소개하는 여정을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노래로 연다. 그들은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서두에 나오는 “화폐가 풍기는 악취를 따라 사람들이 파리 떼처럼 모이는" 도시 ‘얼룩소'에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며 분투하는 사람들이다. “니체를 공부하고 시를 읽으면서" 그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책으로 묶은 저자, 은유는 서둘러 와우북페스티벌을 기획한 이채관을 소개하며 희망을 향해 가지만, 우리는 잠시 배금주의에 얼룩진 도시 ‘얼룩소'의 “위험"을 짚고 넘어가자.


2013년 10월 10일,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하고, 그 후속조치로 도시개발구역 지정도 해제했다. 이로써 총사업비가 31조원에 달할 것이라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막을 내렸으며 사업 초기에 쓴 몇 푼의 돈(1조원이 넘는 큰 돈이지만)과 사업 실패의 책임 소재를 두고 벌일 법정 공방이 남게 되었다.

<리씽킹 서울>(김경민·박재민 지음, 서해문집 펴냄)은 공저자 중 김경민의 2011년의 책 <도시개발, 길을 잃다>(시공사 펴냄)를 프롤로그에서 언급하며 시작한다. 그는 이 책에서 이미 용산개발사업의 실패를 예견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그의 예견이 있기 전부터 변해 있었다.


▲<도시개발, 길을 잃다>(김경민 지음, 시공사 펴냄). ⓒ시공사

<리씽킹 서울>의 저자도 지적하듯, 한국은 이미 10%의 고도성장의 시대를 지나 구조적인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다. 한국은 도시 건설의 속도가 경제성장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던 고도성장의 시대에는 만족스럽게 하지 못했던 도시환경미화 작업을, 21세기의 첫 10년 동안 막대한 규모로 풀린 유동성을 연료 삼아 열광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는 몇 개의 기념비적인 공공 건축물과 전면 철거 후 건설 방식으로 지어 올린 막대한 양의 아파트다.


사실 이 두 결과물은 서로가 서로를 지원하는 관계에 놓여 있다. 주택 붐을 타고 재개발이 시작되면 나중에 지어질 아파트가 이전에 지어진 재개발 대상 노후 주택의 가격을 끌어 올린다. 이를 노리고 주택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면 지방세인 취득세 수입이 크게 늘었다. 가격이 오르자 보유세 수입도 함께 늘었다. 이 재원을 바탕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은 보다 화려한 청사를 짓는 것은 기본이고 여러 건축 사업을 벌일 수 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 르네상스 사업의 기반에는 주택 시장의 호황이 놓여 있었다.


저성장 문제를 주택 경기로 메꿔보려는 전략은 곧 한계에 부딪혔다. 가계는 스스로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며 경기 부양과 도시 재생이라는 두 가지 중책을 떠안은 모양새가 되었다. 상승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던 빚과 세금은 정체기가 찾아오자 본격적인 문제로 등장했다. 금리를 내리고 세금을 깎아주는 부양책이 계속 발표되고 있지만 상승기가 다시 찾아올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화폐의 향기가 악취로 변하는 순간, 도시의 위험이 가시화되자 기존의 전략 역시 재고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김경민과 박재민이 함께 쓴 <리씽킹 서울>은 ‘도시, 과거에서 미래를 보다'라는 부제를 달고 서울의 새로운 재생 전략을 담당할 지역을 물색한다. 중산층 이하를 대상으로 20세기 초에 개발된 한옥촌인 종로구 익선동 집단한옥지구, 7~80년대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구로공단 가리봉동 쪽방촌 그리고 서울 패션 산업의 중심인 동대문구 창신동 봉제공장을 선정했다.


<도시기획자들>의 은유는 사람에 주목한다. 홍대와 함정 등 마포구에 위치한 수많은 출판사를 기반으로 와우북페스티벌을 기획하고 탄생시킨 1968년생 이채관, 1992년 (주)쌈지를 창업하고 인사동 쌈지길을 기획했으며 현재는 도시 농업을 통해 예술로서의 농업으로 소통하기를 시도하는 1949년생 천호균, 도시와 공원을 중심으로 시민과 공공성을 고민하는 서울숲의 기획자이자 운영자 1968년생 이강오, 저자가 서문에 묘사하듯 “도시에 자신의 몸을 포개어" 뭇골시장 안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아내 불어 넣은 1971년생 오형은, 한 달에 하루 공평하게 나누는 클럽데이를 기획하여 홍대 클럽을 활성화시킨 욕망에 눈을 돌린 전직 운동권 1957년생 최정한, 전주 남부시장을 청년들의 시장으로 키워낸 이래 공덕역에서 늘장을 기획하는 1968년생 김병수, 미술로 도시를 변화시키는 공공미술프리즘 대표 1977년생 유다희가 그들이다.


2.

<도시기획자들>과 <리씽킹 서울> 두 권의 책은 몇 가지 키워드를 조합하여 서로 교차시켜 읽을 수 있다. 과거와 미래, 제조업과 문화 산업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기반인 토지를 실마리로 삼는 것이다. 이는 저자들의 의도를 조금은 비껴간 시도지만 메시지가 분명한 두 책을 읽으며 질문을 발견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도시 재생의 전략은 낙관적인 경제 성장 전망에 빚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리라는 기대는 이 전망이 현재에 구현되는 방식이었다. 이를 위해 서슴없이 과거의 도시는 철거되어 개발이 용이한 맨땅에 바쳐지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성장하는 미래는 불안한 현재의 왜곡된 상이었음이 곧 드러나고 말았다. 미래를 빚으로 바꾸며 경기를 부양하는 동안 현재의 소득은 갈수록 불안해졌다. <리씽킹 서울>이 고발하는 창신동 봉제공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작업단가는 지난 20년 동안 계속 정체 상태다. 1980년대 말 점퍼 한 장 박음질 공임이 5,000원이었던 것이 2000년대 초반에는 오히려 4,000원으로 떨어졌고, 현재는 대략 5,000원 남짓이다. 하지만 디자인이 과거에 비해 복잡해져 한 장을 박음질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은 더 늘어났다.


작업단가를 실질가격으로 환산하면 1989년 5,000원의 2012년 말 가치는 15,000원에 이른다. 즉 물가상승률만큼만 인상하여도 점퍼 한 장 박음질 공임은 15,000원은 되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도 5,000원밖에 안 된다는 것은 23년에 걸친 기간 동안 실질임금은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실질임금이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면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과거보다 더 열악해졌음은 명확하다.


실질소득이 하락하는 가운데 과거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노동 시간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길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따라서 창신동 봉제공장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은 어마어마하다. 8~10시간 근무 노동자가 전체 46%, 11~12시간이 30%, 12시간 이상이 23%에 이른다.”(160쪽)


▲ 서울 창신동 골목. ⓒ프레시안(손문상)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없는 조건은 신규 인력의 진입을 막는다. 의류봉제업체 종사자의 57%가 50대 이상이지만 30대 이하는 7,4%에 불과하다. 반면 의류 디자이너는 30대 이하 비중이 63%다(161쪽). 게다가 동대문 시장의 하청을 받는 공장은 노동자들을 독립시켜 뿔뿔이 흩어진 소규모의 외주업체로 바꾸었다. 이들은 이제 서로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벌인다(164쪽).

과거와 미래, 제조업과 문화 산업이 교차하는 극적인 장면이자 현재의 일상적 장면이다. 의류봉제업의 경우는 신흥국과의 인건비 격차와 가격 경쟁력 저하라는 구조적 조건이 놓여 있다. 사실 이는 저성장 국면의 기초 조건이다. 게다가 의류 산업의 어려움은 저자의 지적처럼 창조산업인 의류 산업이 창의적 혁신에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새로운 인력은 창의적 직업을 찾아 디자이너에 지망한다. 제조업 노동자, 특히 소규모 하청 업체의 노동자로서의 삶은 그늘이 너무나 짙다. 대신 이 자리는 외국인 노동자가 채운다.

▲ <리씽킹 서울>(김경민·박재민 지음, 서해문집 펴냄). ⓒ서해문집

동대문 의류 산업의 문제만은 아니다. <도시기획자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보자. 이들은 모두 창의적 인재의 외양을 하고 문화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다못해 농부도 예술을 매개로 소비자와의 소통을 고민한다. 도시기획자가 주목하는 분야만 보아도 주도적인 추세는 확연하다. 출판 시장은 불황을 호소하는 가운데 새로운 지역 문화 축제로서 와우북페스티벌은 주목받고 있다. 애당초 이 행사는 서울의 주요 상권이자 문화적 배경을 갖춘 홍대라는 입지가 중요한 요소다. 이 옆에 클럽데이가 있었다. 조금 다른 대안은 시장에 있다. 시장 상인들에게 문화적 소통 방식을 도입하거나 아예 젊은이들을 끌어들여 재생을 기획한다. 혹은 도시환경을 소소하게 가꾸거나 카페를 차린다.


몇몇 사람의 문제는 아니다. <리씽킹 서울>에서 제시하는 대안을 보자. 저자들은 서울의 새로운 가능성을 “근현대 도시자원”에서 찾는다. 지역과 역사가 주는 고유성이야말로 외국인에게도 호소력 있는 도시의 문화유산인 것이다. 최근 경쟁적으로 지어지는 랜드마크 건물의 반대편에 자리한 과거로부터의 유산이다. 물론 오래된 건물만을 가리키는 좁은 의미의 유산은 아니다. 서울의 오늘을 만들어 온 유형의 자산과 산업과 문화의 네트워크를 포괄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무엇일까? 주거지였던 익선동의 한옥은 카페나 문화 공간으로 변하길 권한다. 가리봉동 쪽방들은 게스트 하우스나 셰어 하우스가 될 수 있다. 창신동의 봉제 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협동조합 형식의 공정거래패션의 도입을 제안한다.


두 권의 책에서 보이는 이런 추세는 전반적인 제조업과 소득의 위기를 반영한다. 그리고 위기의 현재는 대안의 확산을 가로막는 한계를 제공하기도 한다. 익선동이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떠오르는 상권이 되면 그 근처의 삼청동과 북촌, 서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촘촘한 대중교통으로 연결된 서울의 여러 상권은 지금도 각자의 운명이 갈리고 있다. 홍대가 떠오르는 대신 신촌과 이대는 몰락했다. 강남구 신사동의 가로수길이 매력을 뽐내자 압구정동과 청담동의 상권에는 비어있는 건물이 속출한다. 공공미술프리즘을 운영하는 유다희의 증언도 책에 소개되어 있다. 그가 동네에 카페를 차려 인기를 얻자 주변의 다른 카페의 손님이 줄어든다. 결국 그 카페는 접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위치가 고정된 지역과 토지 소유의 문제가 끼어들면 한층 문제가 복잡해진다.  <리씽킹 서울> 223~224쪽에서 제기하는 하나의 문제 상황을 보자.


“많은 등산객이 즐겨 찾는 산이 있는 동네에 집 두 채가 있다고 치자. A집은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있고, 그 밑으로 B집이 있다. A집은 일반 가정집인데 담벼락이 길고 넓다. 그리고 용도가 주거지여서 상품 판매를 할 수 없다. B집은 대로에 접한 코너라서 조그마한 구멍가게로 이용되고 있다. 어느 날 예술가가 A집 담벼락에 그림을 그렸고, 이 그림이 TV에 소개되면서 벽화를 보기 위해 엄청난 인파가 그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A집 골목길을 방문한 많은 사람들은 B집 구멍가게를 이용하면서 B집 주인은 큰 돈을 벌게 되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과연 A집 주인은 행복할까?


우선 이 상황과 관련된 이해 당사자들의 이이과 피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외부 방문객은 벽화를 통해 매우 새롭고 독특한 경험을 얻는 이익을 얻는다.
2. B집 구멍가게는 이전보다 매출이 증가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
3. B집의 구멍가게 매출 급증은 세수 확대로 연결되어 지역정부 역시 이익을 얻는다.
4. 과연 A집 주인이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저자의 안내를 따라 A집 주인은 별다른 이익을 얻지도 못한 채 집 주변의 관광객들 덕에 혼잡과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입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을 더해보자. B집의 구멍가게는 임차인 C가 빌려서 운영하는 경우다. 주인 B는 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게 될까?


3.

현재의 난관은 단순히 경기 순환의 한 국면으로, 침체기를 인내하면 곧 다음 성장기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반대로 구조적 저성장을 극복하지 못한 채, 빠르게 고령화하는 인구 구조와 저출산의 악순환으로 인해 지금의 위기가 단지 한 순간의 국면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가 개막되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도시기획자들>과 <리씽킹 서울>은 기존의 도시 성장 전략이 한계에 부딪힌 시점에서 새로운 제안을 가지고 기획된 책이다. 도시기획자들이 만난 난관과 성공의 경험을 따라 읽으면서, 또 도시와 지역을 학문으로 연구하는 저자들이 소개하는 서울의 현실과 이에 대처하는 대안을 따라 읽으면서, 현재 우리가 맞이한 난관을 엮어 여러 질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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