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윽한 눈으로 나를 보는 고양이에게도?
그윽한 눈으로 나를 보는 고양이에게도?
[살림이야기] 사람에게만 있다는 영혼, 동물에게도 있을까?
그윽한 눈으로 나를 보는 고양이에게도?
종교를 공부하는 사람들과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여러 가지 질문을 주고받는다. 창조론과 진화론, 빅뱅이론과 천지창조, 동물과 인간의 같은 점과 차이점 등 학제를 넘어서서 우주의 이치와 생명의 신비들에 대해 전혀 다른 방법론과 전망을 가지고 이야기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지금껏 어렴풋이 알았던 문제들이 더 또렷이 그리고 환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최근에 내가 관심 있는 것은 동물의 영혼에 관한 문제이다.

지난달 18일 샘터사와 한겨레가 내 책 <연약함의 힘>을 화두로, 과학자와 신학자가 함께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이날 대화상대로 초대된 사람은 국립생태원 원장인 생물학자 최재천 박사였다. 나는 2000년대 초에 있었던 한국의 호주제 폐지 운동을 지지하면서 최재천 박사를 처음 알게 됐다. 한국 남성인 최재천 박사는 법관들 앞에서 또 대중매체에서 "생물계는 거의가 모계이다. 그러므로 남성 중심의 호주제는 자연의 이치에 벗어난다"는 '양심선언'을 했다. 이로 인해 그는 한국의 유교적인 남성들에게는 온갖 수모를 당했고 여성들에게는 "울 오빠"가 됐다.

▲ 9월 27일 오후 청주시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반려동물한마당'. ⓒ연합뉴스

나는 인생의 중요한 경험을 통해 동물에게도 영혼이 반드시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리고 원주민들의 영성 이야기를 보면, 인생의 갈 길을 잃고 헤맬 때 동물들이 영혼의 안내자로 나타나 삶의 길을 밝혀 주는 많은 사례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동물은 감각만 있고 영혼은 없는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특히 자연과학자 가운데 그런 사람이 많다. 그래서 나는 최재천 박사에게 이 질문을 제일 먼저 했다.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습니까?" 그 질문을 하며 기독교 교리사에서 300년간이나 남성 신학자들 사이에서 열띠게 토론됐던 "여자에게도 영혼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내 의견도 전했다. 서양 문화의 상상력에 항상 남자는 신과 영혼에 가까운 존재, 여자는 동물과 물질에 가까운 존재로 여겨지는 가부장제의 사상적 '망상'이 있었다는 것을. 최 박사는 이 질문에 대해 절묘한 대답을 했다. 

"제가 과학자로서는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소신 있게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과학은 모든 것이 데이터로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제 동료 과학자의 경험담을 나누면서 제 개인적인 느낌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 동료가 아프리카에서 연구를 하다가 석양을 보게 되었는데 너무도 아름다운 그 석양빛에 매료됐다고 합니다. 그때 숲 속에서 한 침팬지가 파파야를 들고 나타났는데, 그 침팬지도 들고 있던 파파야를 땅에 내려놓고 그윽한 눈빛으로 거기 서서 거의 30분이나 석양빛을 바라보더랍니다. 그러다가 석양이 지자 파파야도 버리고 서서히 숲으로 사라져 갔다고 합니다. 그 그윽한 침팬지의 눈빛은 어디서 왔을까요?" 

과학자로 참 책임감 있고, 인간으로 아름다운 답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연과학자가 아니고, 신학자이니까 믿음의 확신으로 말하고 싶다. 동물도 물론 영혼이 있다고. 집에서 개나 고양이를 키워 본 사람은 개가 지닌 무조건적인 사랑과 의리에 감동받은 순간, 고양이의 자존감과 독립성에 감탄하는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히말라야 산에서 길을 잃고 위험한 처지에 처했을 때, 한 개가 나타나 나를 안전한 절까지 데려다 주고 내가 절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홀연히 사라지던 모습을 지금도 가슴 따뜻이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이슬람교에서는 동물을 음식으로 사용할 때 '할랄(halal)'이라고 해서 그들의 '육보시(肉報施)'에 감사 기도를 올리고 가장 고통이 적은 방법으로 순간에 죽인다. 불교나 힌두교, 제인교(힌두교 종파)와 같은 종교에서는 동물이 죽임당한 고통스러운 영혼의 기운은 우리 몸에 다 기억된다며, 철저한 채식주의를 권장한다. 우리가 어차피 다른 생명체를 먹고살아야 한다면 그들에게 가장 자기다운 즐겁고 평화로운 삶을 구가하게 하고, 그 후 그들에게 감사하며 그들의 몸과 영혼을 우리가 살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먹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그들과 우리의 삶이 함께 의미 있어질 테니까.

'살림이스트'인 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모든 죽임 당하는 것들을 살려 내고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을 더욱더 생생하고 싱싱하게 살려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한살림운동이 우주적인 큰살림 운동이고 우리 모두를 하나의 거대한 생명의 그물망으로 같이 평화롭게 살아가게 하는 아름다운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살림이야기> 바로 가기)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