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선거법 유죄' 판결, 대법원서 파기환송
원세훈 '선거법 유죄' 판결, 대법원서 파기환송
法 "일부 증거능력 인정 안 돼"…새누리 '무죄판결' 아전인수
2015.07.16 16:20:08
2012년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정치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던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단 이는 무죄 취지 파기환송이 아니며,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증거 가운데 일부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결과다.

대법원은 16일 원 전 원장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피고인들의 상고를 받아들여 2심 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앞서 1심은 선거법 위반 부분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으나, 2심은 유죄로 판단했다.

"트위터 계정 269개 적힌 첨부파일, 증거능력 없어"

대법원은 원 전 원장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이종명 전 심리전단장에 대한 2심 판결의 근거가 △인터넷 게시판 활동, △인터넷 게시판에서의 '찬·반 투표' 클릭 행위, △트위터 활동 등 3개의 행위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중 3번째 항목인 트위터 활동에 대한 사실관계 증명에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 전 원장 등의 지시로 인한 국정원 조직의 트위터 활동에 대해, 2심은 78만6698회의 정치적 게시물을 올려 국정원법을 위반했고 이 가운데 44만6844회는 공직선거법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봤다. 앞서 1심 법원은 국정원이 175개 트위터 계정을 이용해 11만3621회의 트윗을 작성했다고 봤으나, 2심은 국정원이 활용한 트위터 계정 수를 1157개로 보아 78만여 회의 트윗 작성을 모두 인정했었다.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국정원의) 사이버 활동이 정치관여 행위 또는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을 하려면, 우선 심리전단 직원들이 행한 것으로 인정되는 사이버 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느 범위(까지)인지에 관한 사실 인정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사이버 활동 범위 확정에 관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검사가 제출 증거 중 심리전단 직원의 이메일 계정에서 압수한 텍스트 파일의 증거능력의 중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 파일에 기재된 269개의 계정을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계정이라고 인정한 다음, 이를 기초로 다시 트윗덱 프로그램에 의한 연결 계정을 심리전단의 사용 계정으로 추론할 수 있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422개의 트윗덱 연결계정을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계정이라고 인정했다"면서, 그러나 이 2개의 파일을 유효한 증거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정원의 트위터 활동 범위를 2심 판결과 같이 확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즉 2심 법원은 "두 파일은 형사소송법 315조 2호의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 동조 3호의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해 작성된 문서'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반면, 대법원은 "파일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출처를 명확히 알기 어려운 단편적이고 조악한 형태의 언론 기사 일부분과 트윗글 등"이라며 "정보 근원, 기재 경위와 정황이 불분명하고 (…) 파일에 포함된 업무 관련 내용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된 것인지를 알기도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2개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나머지 부분에 대한 원심 판단은 정당"

하지만 대법원은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유죄로 판결된 3개의 행위 가운데 트위터 활동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게시글 작성, 찬반투표)에 대해서는 원심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대법원은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 중 트윗글 및 리트윗글을 제외한 2125회에 걸친 인터넷 게시글 및 댓글 작성과 1214회에 걸친 찬반클릭 행위가 모두 심리전단 직원들에 의하여 행해진 것이라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트위터 활동에 대한 부분 가운데서도 "(문제의 이메일 첨부파일에 나온 269개 계정 목록을 제외한) 공소사실 특정, 공소장 변경, 트윗덱 및 트위터피드 연결계정의 인정 여부, 그 밖의 나머지 검사 제출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원심의 유·무죄 판단은 모두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일부 증거의 증거능력이 없을 뿐,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 판단이 합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했음에도 대법원이 "원심을 모두 파기한다"고 한 이유는 "이(트위터)를 제외한 나머지 인터넷 게시글, 댓글 및 찬반클릭 행위 등에 관한 부분도 트윗글 및 리트윗글 부분과 포괄일죄 및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즉 2심 법원이 3개의 행위 각각에 대해 유·무죄를 판결한 게 아니라, 3개의 행위를 묶어 하나의 죄로 보았기 때문에 일부에 문제가 있으면 전체 판결도 다시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만 대법원이 지적한 2개 파일의 증거능력은 1심 판결(무죄)과 2심 판결(유죄)의 사실관계 판단에서 거의 유일하게 다른 점이고, 이번에 대법원이 이 부분에 있어 1심 법원의 손을 들어준 셈이어서 파기환송심을 담당할 재판부가 선거법 위반 부분의 유죄 판결을 유지할 확률은 낮아졌다는 관측도 법조계 내외에서는 나온다.

대법원 유·무죄 판단 안 했는데 새누리 일각 '무죄' 주장

한편 대법원은 원 전 원장 측이 청구한 보석 신청도 기각했다. 판결 취지나 보석신청 기각 등을 종합하면,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선거법 위반 부분에 대해 유·무죄를 직접 판단하지는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을 '무죄 판결'로 해석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판결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제가 쭉 주장한대로 선거법 위반은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이로써 국정원 선거 개입 논란은 '선거개입은 아니다'로 종결됐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신의진 대변인 공식 논평에서 "대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며 "야당도 이번 대법원 판단을 존중해주기 바라며, 이제는 국익을 위해서라도 정치적 논란을 자제해야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판사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이에 대해 "판결 어디에도 무죄라는 말은 없다"며 "무죄 판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새누리당의 바람이 그런 것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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