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승소한 거면 왜 소송비용 부담하나?"
"싸이, 승소한 거면 왜 소송비용 부담하나?"
[인터뷰] 카페 '드로잉', "싸이 측, 법원에 대한 존중도 없다"
2015.09.23 10:59:44
22일 오전 10시께 찾은 서울 한남동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의자 등 집기들이 어지럽게 카페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한창 손님 받을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당분간 영업을 하지 못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21일 건물주 싸이 측이 강제집행을 강행했다. 카페 드로잉 측은 18일 법원으로부터 강제집행 정지 결정문을 받았음에도 이를 밀어붙였다. 드로잉 측이 공탁금을 내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공탁금을 내면서 강제집행은 중단됐으나 집기들은 이미 대부분 철거된 이후였다. 드로잉 측은 이날 오후 늦게서야 철거된 집기들을 되찾을 수 있었다. 잠정휴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련기사☞ : "싸이 나쁘다!"…싸이 한남동 카페 기습 강제 집행)

"인간에 대한, 그리고 법원에 대한 존중도 없었다"

"언론에서는 강제집행이 이뤄졌으나 세입자들의 반발로 중단됐다고 해요. 자기네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집행이 진행됐는데 우리가 막으면서 이런 적법 절차가 중단됐다는 거죠. 그런데 이건 사실이 아니거든요."

카페 드로잉 운영자 최소연 씨는 자신들이 법을 어기고 있는 듯 비치는 게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10일 법원에 강제 집행 중단을 신청했고, 18일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집행 정지 결정을 내렸다. 

▲ 철거된 뒤 되돌려 받은 집기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최소연 씨는 "양현석 씨와의 약 두 달간 협상 끝에 잠정 합의안이 만들어졌고, 이를 법원에 제출했다"며 "여기에는 싸이 측에서 '11월 30일까지 강제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 "우리가 싸이에게 돈 뜯으려 했다고요?")

최 씨는 "합의안은 비록 잠정 합의안이지만 민사에서는 법적 효력을 발휘한다"며 "법원에서는 이를 인정해주었고 그 결과, 강제 집행 정지 결정을 내려주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탁금이 문제였다. 법원으로부터 6000만 원을 공탁하는 조건으로 강제집행 정지 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그 많은 돈을 구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그 사이 싸이 측은 드로잉을 상대로 강제집행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그 결과, 드로잉 측 관계자 4명과 용역 직원 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공탁금만 내면 되는 일인데, 그 사이를 비집고 싸이 측에서 강제집행을 진행한 셈이다. 최 씨는 "따지고 보니 싸이 측은 주말 동안 강제집행을 준비했다"며 "인간에 대한 존중도, 법원에 대한 존중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싸이 측의 요구 "계고장 없이 강제집행 해달라"

그간 싸이 측은 법원 집행관에 여러 차례 강제집행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채권자(유혜연(싸이 부인) 외 1명) 대리인 명의로 서울서부지방법원 집행관사무소로 보내진 '강제집행에 대한 의견서'를 보면 강제집행 관련,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채권자 대리인은 "채무자들(카페 드로잉 측)의 막무가내식 저항과 명도거절, 언론플레이 등으로 인해 아직도 명도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 두 차례 걸친 명도가처분 집행 시에도 계고처분 후 임의적인 명도를 요구했으나 오히려 집행 당일 정체불명의 노인과 장애인, 건설회사를 대동하고 나타나 집행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채권자 대리인은 "또 채권자들이 유명인인 점을 이용한 언론플레이와 맘상모, 명도집행 소재지에 거주하는 이른바 레지던시 예술가 등 수많은 인력을 동원해 명도집행을 방해하므로, 본 강제집행은 계고 없이 불시에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채권자 대리인은 이외에도 '노무 인력 업체 선정 변경', '경찰 협조 요청' 등 여러 요구사항을 의견서에 담았다. 카페 드로잉 측에 따르면 담당 집행관은 싸이 측에서의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 강제집행 당시 모습. 카페 드로잉 측 관계자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싸이 측은 정말 재판에서 이긴 걸까

이날 강제집행은 공탁금을 내면서 중단됐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공탁금을 낸 뒤 강제집행이 중단된 게 아니라 카페 드로잉 측이 물리력을 행사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적법한 절차에 따른 강제집행이 충돌사태로 중단됐다는 것. 

이런 식으로 사실이 뒤바뀌는 경우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대표적인 게 지난 8월 13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내려진 건물 인도청구 관련 1심 판결이다. 언론에서는 싸이가 승소했다고 보도했지만, 재판 결정문을 보면 그렇게만 보기는 어렵다. 

재판부는 '카페 드로잉 측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싸이 측 주장을 두고 "점포 인도 의무와 임대차보증금 지급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며 "합의한 기한(2013년 12월 31일)이 경과한 것만으로 점포를 인도할 의무가 바로 발생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 "'문화대통령' 싸이가 쫓아낼 줄은…")

이어 재판부는 "원고들(싸이 측)이 피고(카페 드로잉 측)에게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카페 드로잉 측의) 점포 점유는 불법점유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즉, 싸이 측이 카페 드로잉 측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이상, 드로잉 측이 나갈 의무는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카페 드로잉 운영진에 뒤늦게 합류한 송현애 씨가 카페를 소유, 운영했다는 법적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자 법원은 "점포를 권한 없이 점유했다"고 판단했다. 카페 드로잉은 최소연 씨, 최지안 씨, 송현애 씨 등 3명이 운영한다. 이 중 송현애 씨만 법적 서류 미제출로 불법 점거자가 된 셈이다. 

송현애 씨는 "양현석 씨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재판이 진행돼 법률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뿐"이라며 "항소심에서 카페를 소유하고 운영했다는 법적 증거를 제출하면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송 씨에게 "카페가 있는 건물 5, 6층을 싸이 부부에게 인도하고 65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를 두고 언론은 싸이가 소송에서 이겼다고 보도한 것이다. 

최지안 씨는 "언론에서 승소했다고 하는 싸이 측이 되레 재판비용을 부담하라고 재판부는 판결내렸다"며 "결국, 싸이 측이 졌다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실제 판결문을 보면 "원고들(싸이 측)의 피고 최소연, 피고 최지안에 대한 소 중 건물인도청구 부분을 각하한다"며 그에 따라 "소송비용도 원고들이 부담하라"고 명시돼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항변 한 번 못하고 나가는 게 맞는 일인가

현재 싸이 측과 카페 드로잉 측간 소송만 약 20개가 된다. 기약 없는 법정 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혹자는 이제 그만하고 나가라고 손가락질하기도 한다. 언론에서는 가수 싸이가 연예인이라 피해를 보고 있다고 보도한다.  

대부분 세입자들은 '을'이라는 이유로 아무 항변도 못하고 빈손으로 나간다. 임대차보호법이 있지만 건물주들이 빠져나갈 구멍은 많다. 재건축을 한다면서 쫓아내면 그만이다. 가수 싸이 측도 재건축을 한다면서 카페 드로잉 측에 나가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남동에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발전시켜온 카페 드로잉이다. 이런 가게들이 하루아침에 가게를 빼라는 건물주 '갑'질 때문에 짐을 싸야 하는 게 상식적인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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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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