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은 왜 헌법보다 '기율'을 더 강조하는가?
시진핑은 왜 헌법보다 '기율'을 더 강조하는가?
[양갑용의 중국 정치 속살 읽기] 시진핑의 ‘기율’ 지상주의
시진핑은 왜 헌법보다 '기율'을 더 강조하는가?
지난 10월 12일 중국에서는 중앙정치국 회의가 열렸다. 중앙정치국 회의는 중국공산당을 이끄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인을 포함한 정치국 위원 25인의 소수 정예 회의다.

이 자리에서는 10월 26일부터 나흘간 열릴 '18기 5중전회(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심의될 문건이 토론되고, '국민 경제 및 사회 발전에 관한 제13차 5개년 계획(13·5 계획, 2016-2020년)' 등이 논의되었다. 이러한 어젠다 외에 필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이들이 모여 '중국공산당 청렴 자율 준칙(中国共产党廉洁自律准则)'과 '중국공산당 기율 처분 조례(中国共产党纪律处分条例)'를 심의하고 통과시켰다는 점이다. 이른바 '기율'이란 말에 방점이 찍혀 있다.

회의를 주재한 시진핑은 "18대 이후 당 중앙은 엄격한 정치 기율과 정치 규범 그리고 조직 기율의 확립을 강조해 왔다. 중앙 8항 규정(공직자들의 업무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8가지 규정) 정신을 엄중히 실천했으며, 반부패 처벌 강도를 높이고 순시 감독을 강화함으로써 당을 관리하고 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을 철저히 해결했다"고 자평했다. 그리고 향후 "당에 대한 전면적인 치리(治理, 통치)는 당의 역사적 사명을 실현하기 위한 필연적 임무"이기 때문에 "기율의 강화가 당의 근본적인 정책이 될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시진핑 曰 "기율이 법보다 먼저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은 "당장(黨章)이 근본임을 견지하고 (…) 기율이 법보다 엄격(纪严于法)하도록 하고 기율이 법 앞에 있도록(纪在法前) 견지함으로써 (…) 당내 법규 건설이 시대와 함께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그는 "당에 대한 엄격하고 전면적인 치리는 당장을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며, 이번에 새롭게 수정한 준칙과 조례는 당장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것이니, 이것을 엄격하게 집행하여 고상한 도덕적 지조를 수립하고 당의 기율을 공정하고 엄격하게 하여 당장(黨章)의 권위를 세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각급 기율검사위원회에 당의 부패를 막을 강한 기율 조건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바야흐로 '기율'에 힘이 실리는 시절이 도래한 것이다. 이로써 중국에서는 다시 '기율'을 앞세운 당의 논리와 기본법인 '헌법' 및 '법률'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이른바 '사회주의 법치'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黨章)이 먼저냐, 헌법이 먼저냐

중국공산당의 헌법이라 불리는 '당장(黨章)'에서 중국공산당은 노동자 계급의 선봉대이고 동시에 중국 인민과 중화 민족의 선봉대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를 두고 그들은 중국공산당이 고대 '천하위공(天下爲公)', 즉 '큰 도가 행해지면 천하가 공정해진다(大道之行也, 天下为公)'는 '공'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며, 당장(黨章)은 '천하의 사람들이 걱정하기에 앞서 걱정하고 천하의 사람들이 다 기뻐하고 난 다음에 기뻐한다(先天下之忧而忧, 后天下之乐而乐)'는 고대 사람들의 도덕적인 지조를 계승한 것이라 칭송하고 있다. 이러한 도덕적인 가치 체계를 현실 생활에서 구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중국공산당은 모든 조직과 운영 체계를 규칙으로 정하고 있으며,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각종 다양한 상세 규칙을 만들어 왔다.

11기 3중전회 이후 사회주의 법치를 방침으로 내세운 중국공산당은 '법에 의거해야 하고, 법을 반드시 지켜야 하며, 법 집행은 엄격하게 하고, 위법은 바로 잡아야 한다(有法可依, 有法必依, 执法必严, 违法必纠)'는 '16자 방침'을 제시했다. 15대에서는 '법에 의한 통치, 사회주의 법치 국가 건설'이라는 전략 목표를 제시했고, 18기 3중전회에서는 '법치 중국' 건설이라는 목표를 한층 더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당의 구체적인 원칙은 당의 헌법이라 불리는 당장(黨章)에서 뿐만 아니라, '당내 정치 생활에 관한 약간의 준칙(党内政治生活的若干准则)' 및 '8항 규정(八项规定)'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결국 중국공산당은 다양한 형태의 규정과 규칙을 만들어 이른바 '기율(紀律)'이라는 이름으로 실천하고 있다. 물론 이 기율에는 당의 기율(黨紀)와 정부의 기율(政紀)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수단'이 되어버린 헌법

중국은 당장(黨章)과 헌법, 당내 법규와 제도, 국가 법률과 법규가 서로 충돌하지 않고 모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사상이나 이론 차원에서 오히려 서로 일치하며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이 그들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중국공산당의 집권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은 바로 헌법과 법률을 잘 구현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아주 강하다.

지난해 18기 4중전회에서 통과된 '중공 중앙의 전면적인 의법치국 추진의 중대 문제에 관한 결정(中共中央关于全面推进依法治国若干重大问题的决定)' 역시 중국에서는 법률 이상의 효력을 가진 강령성 문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안에는 당내 법규 체계뿐만 아니라 중국의 법치 체계 건설의 전략 목표와 방향, 구체적인 실천 과정에서 나타나는 각종 조치 사항 등이 들어 있으며 사실상 법률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국가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헌법도 중국에서는 중국공산당의 이른바 영도 지위를 합법적으로 보장하는 일종의 '수단'으로서 기능한다.

'기율'이 헌법과 법률 위에 있는 시진핑 시대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법으로서 헌법이든 법률이든, 중국공산당 당원에 직접 영향을 주는 당장(黨章)이든, 각종 규정 규칙 조례 등 이 모든 것이 중국에서는 일종의 행위 규칙으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율(紀律)'로 정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공산당 기율 처분 조례(中国共产党纪律处分条例)'의 경우처럼, '기율'에는 마르크스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삼개 대표 중요 사상'과 함께 당장(黨章)뿐 아니라 중화인민공화국 헌법과 법률을 결합한 지위가 부여되고 있다. 시진핑 시기 들어 계속 추진되고 있는 부패 인사 처벌 역시 대부분 '기율' 위반이 주요 근거이다. 반부패 운동을 진두지휘하는 왕치산(王岐山)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맡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시진핑 시기 들어서 '기율'은 헌법과 법률의 지위를 뛰어 넘고 있다고 봐도 큰 무리는 아니다.

이번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시진핑이 다시 한 번 '기율'을 강조하면서 "기율이 법보다 엄격해야 하고, 법 앞에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그의 '기율'과 '법'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준다. 나는 이것이 '사회주의 법치'를 중요한 가치로 강조해 왔던 중국 공산당의 '법치' 전통과 일부 배치된다는 점을 우려스럽게 생각한다.

'기율'의 엄격함을 강조하기 위해 각급 기율검사위원회의 전면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각급 기율검사위원회가 수직적 통제만을 받고 수평적 통제를 받지 않는 구조로 기능을 조정한 것은, 시진핑의 의도가 법치의 실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게 만드는 대목이다.

시진핑이 추진하는 반부패 운동이나 안정적인 정치 환경의 조성은 '무섭게' 기율을 강조한다고 해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법'의 테두리 내에서 국민들의 자발적인 지지와 성원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것만이 중국이 주창하는 '사회주의 법치'를 실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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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중국의 정치 엘리트 및 간부 제도와 중국공산당 집권 내구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