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이 한판 붙는다면…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이 한판 붙는다면…
[박홍서의 중미 관계 돋보기] 힘의 과시 통해 경제 패권 유지하는 미국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이 한판 붙는다면…
"미국이 도발한다면 우리는 피하지 않을 것이다. 누가 센지 한번 보자."

10월 15일자 중국 <환구시보> 사설의 한 대목이다.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군사 행동 가능성에 대한 경고 메시지다. 흡사 북한 <로동신문>의 어조처럼 격하게 들린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보통 정부의 공식적 입장을 '점잖게' 표현한다면, 자매지 <환구시보>는 보다 직설적이다. 중국의 속내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10월 12일 애시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미-오스트리아 전략 대화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했다. 미국은 공해상에서 통행의 자유가 지켜지길 희망한다는 것, 남사군도에 중국이 건설한 '인공 섬'은 도서로 간주될 수 없기 때문에 그 섬으로부터 12해리 영해권 주장은 수용될 수 없다는 것, 따라서 미국의 군함이나 비행기는 그 수역 안으로 통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중 간의 무력 충돌 가능성은?

<환구시보>의 내용만 보면 9월 25일 미-중 정상 회담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당장이라도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군사충돌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 무력 충돌은 공멸이고, 따라서 갈등적 문제는 제쳐두고 공통 이익을 위해 서로 '윈윈'하자는 미-중 양국이 왜 남중국해 문제만 나오면 비타협적인가?

사실, 남중국해서 미-중 모두에게 재앙을 초래할 무력 충돌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그래야할 합리적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격한 어조를 쏟아내는 <환구시보>도 "우리는 미국과 싸울 의사는 없지만…"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미국 역시 미 해군의 '자유 통행 작전(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s)'은 남중국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하는 작전이라고 항변한다. 2014년에도 세계 각지에서 18차례나 선례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은 단순히 영토 분쟁이라기 보다는 무언가 또 다른 전략적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상황 반응적 성격이 강하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중국 고유의 영해이며 경제 및 군사 안보 영역에 있어 '핵심 이익' 지대라고 간주한다. 따라서 영토 문제는 관련된 동남아 국가와의 상호 협의를 통해 해결될 문제이지, 제3자인 미국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방어적 성격이 짙다.

핵심 이익 지키려는 중국 vs. 어떤 제약도 용납 않는 미국

반면, 미국의 행태는 전 지구적 패권 전략의 일환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어떠한 행위자이든 국제 관계에 있어서 '독점적' 지위를 갖는 것은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남중국해 문제가 단순히 중국 견제용으로만 해석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자유 무역'이나 '자유 통행'은 외부 속박으로부터 약소국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미국의 대외 행동에 그 어떠한 제약도 가해져서는 안 된다는 권력의지의 표현이다. 흡사 헤비급 복싱 선수가 체급이 다른 라이트급 복싱 선수에게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싸워야한다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자유라는 개념을 전유해 만든 전형적인 강자의 논리다.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공세적 입장을 보이는 데에는 '힘의 과시'를 통한 경제 패권의 유지라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최첨단 무기 체계의 발달로 더 이상 강대국 간 전쟁이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결국 경제적 이익은 모든 강대국의 '사활적' 이익이 되었다. 군사력은 이제 그 자체로서 중요하다기 보다는 경제 이익을 확보하는데 유용한 수단이 되었다.

미국의 대외 군사 전략은 '군사적 케인스주의(Military Keynesianism)'와 밀접히 연동되어 있다. 즉, 미국 경제를 군사 부문의 막대한 투자를 통해 부양시키겠다는 것이다. '군사적 케인스주의'가 원활히 작동되기 위해서는 군사력이 투사되어야할 안보 이슈가 끊임없이 재생산될 필요가 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북한, 그리고 반테러 전쟁 등은 군사적 케인스주의와 궤를 같이 하는 안보 이슈다. 남중국해 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

힘의 과시 통해 경제 패권 유지하려는 미국의 권력 의지

남중국해 문제는 '세력권 관리'라는 측면에서도 유용하다.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른 국가들에게 미국의 신용을 반복적으로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 달러-금 태환을 규정했던 브레턴우즈 체제 아래서라면 미국의 신용은 금 보유 자산으로 간단히 증명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체제가 부재한 현 상황에서 미국의 신용은 결국 원초적 힘, 즉 군사력의 과시에 의해 증명될 수밖에 없다. '달러-안보 태환'이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달러 패권'에 맞서 위안화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도모하려는 중국의 최근 행태를 결코 달갑게 볼 수 없다. 아세안 국가들이 위안화 경제권으로 편승한다면? 심지어 동맹국 한국이나 일본까지 그렇게 된다면? 실제로 한국은 위안화 국제화의 금융 허브가 되겠다고까지 공언한 상황이다. 미국이 식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중국해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중국과의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힘을 과시해 미국의 신용을 확인케 하려는 측면이 크다. 달러에 대한 안보 태환이 확고하다는 것, 따라서 기축통화 달러는 끄떡없으며 믿고 투자하라는 것이다. 17일 한미 정상 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 등에 대해서 한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오바마의 발언에는 많은 함의가 담겨 있다.

중국은 전승절 행사를 통해 자국의 힘을 과시했다. 이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우리는 구태여 그렇게 힘을 과시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불편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남중국해에서 통행의 자유를 외치는 미국 역시 힘을 과시하려는 데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아니, 중국이 천안문 광장이라는 극장에서 근육을 드러내 보였다면, 미국은 길거리에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보다 대범한 권력에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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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한국외국어대에서 중국의 대한반도 군사개입에 관한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덕여대 연구교수 및 상하이 사회과학원 방문학자를 역임하고, 현재 강원대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관계 이론, 중국의 대외관계 및 한반도 문제이다. 연구 논문으로 <푸코가 중국적 세계를 바라볼 때: 중국적 세계질서의 통치성>, <북핵 위기시 중국의 대북 동맹 딜레마 연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