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IS는 집단 살육을 멈추지 않는가?
왜 IS는 집단 살육을 멈추지 않는가?
[프레시안 books] <IS : 분쟁 전문 기자 하영식 IS를 말하다>, <이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2015.11.23 17:22:31
2005년 이라크 남부의 포로수용소 캠프 부카에 혼자 있기 좋아하는 이슬람학 권위자 아부 바르크 알 바그다디가 수용됐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인수한 캠프 부카는 '테러리스트들의 대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이 많이 수용된 곳이었다. 이곳에서 알 바그다디는 9명의 동지를 만났다.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보이지 않는 지도자' 알 바그다디의 이슬람국가(IS)가 이렇게 탄생했다.

IS는 2014년 6월 10일 이라크 북부의 중요 도시 모술을 점령하고, 같은 달 29일 이슬람제국(칼리파) 성립을 선포했다. 지도자 알 바그다디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 이후 사라진 칼리프(이슬람 제국의 최고 지도자) '이브라힘 1세'를 자처했다. 이들은 대대적 세력 확장을 통해 시리아 일부까지 무법 점령했다. 현재 시리아는 사실상 내전 상태로, 정상적인 국가 기능을 상실했다.

IS가 가한 파리 테러는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IS는 이제 브뤼셀과 워싱턴, 런던 등을 다음 목표로 겨냥했다. IS의 등장에 자극받은 듯, 이들과 비슷한 논리로 무장한 알 카에다(정확히는 알 카에다의 분파)까지 말리에서 테러를 일으키며 다시 뉴스의 중심에 섰다.

IS의 테러는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극악하다. 우리는 이미 그들이 사람의 목을 잘라 죽이고, 불에 태워 죽인 사실을 알고 있다. 여성은 성매매 대상으로 삼거나, 실제 노예로 팔고 있다. 이들의 총은 비단 서방국만 겨누지 않는다. 수니파 단체인 이들은 이라크 북부의 한 교도소에서 시아파 남성 600여 명을 집단 총살했다. 이라크 북부에 거주하는 야지디족(뱀신을 믿는 토착 민족) 전체를 말살하려 하고 있고, 4000만 명에 달하는 쿠르드족 역시 모두 없애려 한다.

▲ IS(Islamic State)의 깃발. 깃발 위 단어는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다"는 뜻이며 원 안의 글은 "무함마드는 알라의 사자"라는 의미. ⓒwikipedia.org


왜 유일신 야훼(하느님)를 믿고 평화(살람)를 지지해 온 이슬람주의자들이 이처럼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을까. 왜 이들은 자살을 금하고, 여성 인권을 신장하며, 다른 종교에 관용을 보이라고 강조한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서, 무함마드의 진정한 후예임을 자처할까. IS의 테러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이런 숱한 의문에 대한 답은 책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범 이슬람 문명권역은 우리에게는 낯설고, 중동은 워낙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땅이라 쉽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세 권의 책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하며, 이 극단적 테러리즘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까지 이어질지를 조명해본다. 오는 24일 <시사통>과 공동 진행하는 '독서통'에서는 국내 대표적 이슬람 문명 연구자인 이희수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를 모시고 그의 저서 <이슬람 학교>(청아출판사 펴냄)에 대해 이야기한다. 

23일에는 두 권의 책 <IS : 분쟁전문기자 하영식 IS를 말하다>(하영식 지음, 불어라바람아 펴냄>와 <이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서정민 지음, 시공사 펴냄)를 소개한다. 

<IS : 분쟁 전문 기자 하영식 IS를 말하다>는 2003년 아시아 언론인으로는 최초로 쿠르드 게릴라를 취재한 칼럼니스트 하영식 씨가 IS의 어제와 오늘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의 실제 경험담이 녹아든 덕분에 개론서에서 접하기 힘든 경험을 할 수 있다. 책 초반부에 등장하는 도스트와 바르드 형제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테러리스트로 인식돼 관타나모에서 장기간 수감 생활한 언론인인 이들 형제와의 인터뷰 경험담을 실었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이후 IS의 주요 간부가 된다. 관타나모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반미주의자가 된 이들이 쉽게 IS에 빠져들었음을 유추 가능하다.

IS에 쫓겨 난민 신세가 된 야지디족(예즈디족)과의 만남도 생경한 경험을 준다. 저자는 야지디족 난민촌에서 이들이 IS를 피해 산으로 올라갔다 굶주림으로 떼죽음 당한 이야기를 전하고, 세계 언론의 무관심으로 인해 어려움을 벗어날 길이 없는 이들에게 파리의 피해자만큼 관심어린 눈을 보여야 함을 알린다.

IS와 싸우는 쿠르드족의 사례는 중동 지역이 얼마나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혔는가를 알려준다. 저자는 터키와 시리아 접경 도시인 수루츠가 IS로 인해 거대한 난민 도시가 되었음을 지역민의 목소리로 전하고, 전 세계가 터키에 보다 강력한 개입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터키군이 이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현실을 전한다. 저자와 만난 쿠르드인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터키 정부가 IS의 손을 빌려 쿠르드족을 압살하려 한다"는, 기존에 인식하기 힘들었던 지역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쿠르드족은 사회주의 노선 정당 체제를 갖췄고, 여성 인권의식도 상대적으로 높은 민족이다. 예전부터 터키 정부는 국가가 없는 이들을 탄압해 왔다.

전반적으로 책의 만듦새는 좋지 못한 편이다. 교열 상태가 나쁘고, 책이 주는 정보 전달력을 높여줄 지도 등의 그래픽이 부실하다. 그러나 경험이 바탕이 된 생생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건 이 책만의 장점이다.

예를 들어 현재 IS가 점령지에서 행하는 다양한 만행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점령지의 여성 인권을 짓밟거나 진화론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며 극단적인 이슬람 원리주의 교육을 강요하는 IS의 무자비한 통치 이야기는 국정 교과서 파동과 맞물리며 다가오기도 한다.

<이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는 중동 문제 전문가 서정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의 신간이다.

무함마드 이후 이슬람 문명권의 대략적인 역사를 훑으면서 이슬람권에서 왜 과격주의 노선이 탄생했는지, 왜 이슬람권에서 이란과 같은 신정 일치 체제의 혁명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슬람권 테러 단체의 역사는 어떠했는지를 훑는다. 이어 IS의 역사를 짚어 올라가며 이들의 지나친 과격 노선이 오히려 성장을 막을 것으로 주장한다. 무슬림 사회 내에서도 IS에 반대하는 연대가 강화될 정도로 이들의 폭력주의는 비판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IS가 사라진다고 해서 이런 과격주의가 해소될 리는 없다는 결론도 내린다.

IS는 그들 이전 이슬람 테러 단체의 대명사로 여겨진 탈레반(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히즈불라(레바논), 하마스(팔레스타인), 제마 이슬라미야(인도네시아) 등과 구분된다. '알 카에다 이후'인 이들은 알 카에다의 세계적 네트워크 체제와 적극적 테러리즘을 받아들여,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전 세계에서 대원을 모집한다. 한국에서도 10대 청소년이 IS 대원이 된 것으로 알려져 큰 논란이 일었다. 알 카에다 식 행동방식이 전 세계 곳곳에 이슬람 과격주의를 뿌렸는데, IS는 아랍권역 전체의 이슬람화를 주창한다.

IS는 현대 서아시아․북아프리카 지역 이슬람 문명권 국가의 정치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이 내세운 목표는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의한 통치가 유지되는 옛 이슬람 제국 시대의 부활이다. 이 때문에 IS가 만든 '국정 교과서'에는 아랍권 국가의 경계선도 표시되지 않는다. 이슬람권의 모든 지역은 IS가 수복해야 할 옛 땅이기 때문이다.

▲<IS : 분쟁 전문 기자 하영식 IS를 말하다>(하영식 지음, 불어라바람아 펴냄)(왼쪽). <이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서정민 지음, 시공사 펴냄)(오른쪽). ⓒ프레시안


두 책을 읽으면 IS가 왜 이와 같은 논리를 펴는지 알 수 있다. 이들에게 무함마드 시절은 실재했던 영광의 시기다. 이전까지 사분오열 되어 있었고, 국가 체제도 수립되지 않았던 중동 지역에 처음으로 강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십자군과 몽골군에 시달리기 이전까지 이 시대는 중동 지역민이 맞이한 유일한 평화와 영광의 시기였다. 쿠란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과거로 돌아가자'고 하는 IS의 주장은, 강대한 서방 세력에 대한 저항의 논리로 민중에게 다가온다. 서방화된 통치 체제 하에서 극심한 빈부격차에 고통 받는 이 지역 빈민에게 이와 같은 논리는 오랜 시간 동안 해방의 메시지가 되었다. IS 지도부를 없앤다 한들, 이 논리를 막을 수는 없다.

책을 읽으면 한 가지 분명해지는 사실이 있다. 오늘날 중동에 테러가 횡행하게 된 근본 원인은 유럽과 미국이 제공했다는 것이다. 유럽 제국주의 정권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중동 각지를 괴뢰 정부를 앞세워 반쪽 독립시켰다. 이는 중동 내 부족 간, 정파 간, 민족 간 분열을 야기했다. 프랑스가 인위적으로 만든 국가인 레바논이 극단적인 종교간 갈등(기독교-시아파-수니파 대립)으로 혼란에 빠진 건 대표적 사례다.

미국은 냉전 시대 이 지역의 과격주의자들에게 무기와 돈을 지원했다. 석유 자원을 얻고, 공산주의 확장을 막기 위해 미국이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테리리스트를 눈감아 준 셈이다(사우디아라비아는 인권 지수에서 북한과 마찬가지로 세계 최악을 달리는 대표적 국가다. 극단적 이슬람 교리인 와하비즘이 횡행하고, 참수형이 엔터테인먼트처럼 생중계된다. 여성 인권 탄압 수준에서도 세계 최악의 국가 중 하나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자본이 테러리스트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미국이 테러 집단을 키웠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그렇게 자라난 조직이 사담 후세인의 독재 정부와 알 카에다다. IS는 알 카에다의 후손이다.

따라서 서방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IS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악의 고리를 어디에서 끊어야 할 것인가. 두 권의 책은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하진 않는다. 그건 독자의 몫이고, 나아가 세계 위정자의 몫이다. 그러나 정답은 있다. 중동의 불안정성을 해소해야 한다. 평화를 위한 '근본적 노력'이 필요하고, 서방과 중동이 상호를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뚜렷한 해답이 보이지 않아, 더 답답해질 뿐이다.

대부분의 무슬림은 평화를 지향한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이집트 등지에서는 여성 인권 수준도 높은 편이다. 살육을 가까이하고 여성 인권을 등한시한 건 이슬람 문명의 특징이 아니라 유목민 문화의 잔재다. 두 권의 책은 이런 상식의 빈 공간을 채워주는 한편, 복잡한 이슬람 정세를 정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여러 테러 조직의 생성 과정을 역사적 사례와 함께 설명해주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가 IS의 탄생 과정을 상세히 요약한다. 테러의 시대에 반드시 읽어두면 좋은 책이다.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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