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이 로봇에게 진다면, 지옥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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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books] <인간은 필요 없다>
2016.02.04 11:07:29
2010년 5월 6일, 뉴욕 증시의 일상은 평온하게 흘러갔다. 거래 종료 15분을 남기기 전까지.

갑자기 증시가 998.5포인트(9.2%) 폭락했다. 단 5분 만에 일어난 이 대폭락에 자산 1조 달러 이상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플래시 크러시(flash crush)'에 사람들은 공황에 빠졌다. 범인은 6개월이 지나 밝혀졌다. 로봇이었다.

체포된 이는 이 혼란을 이용해 거액을 챙긴 자산 관리자였지만, 이 사건을 이토록 키운 건 초단타 매매(HFT) 프로그램이었다. 한 뮤추얼 펀드 회사의 HFT 프로그램은 설정된 매도 타당 지점에 증시가 이르자, 7만5000주 매도 주문을 넣었다. 프로그램에 악의는 없었다. 그런데 매수자가 없었다. 그러자 해당 증권의 주가는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다른 투자 은행의 다른 프로그램들은 증시가 위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입력된 명령에 따라 역시 매도 주문을 실행했다. 규모는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로봇이 지배하는 증시가 낳은 비극이었다.

마블의 히어로 영화 <앤트맨>을 보면 소형 전투병을 전쟁에 투입하려는 군수 업자가 등장한다. 사실 사람이 필요 없다. 로봇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이내에 (세계 널리 퍼진 테러리스트를 포함해)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인간 추적 로봇 곤충 부대 양산이 가능하리라고 전망한다. 창틀 사이로 숨어 들어가 요인을 암살하고 중요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이 치명적 병기가 실전에 투입된다면 전쟁의 양상, 군대의 개념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로봇 매춘은 어떤가. 이미 영국에서는 지난해부터 로봇 매춘 반대 캠페인이 열렸다. 뉴저지의 트루컴패니언(TrueCompanion)은 실제 인간 크기의 남성과 여성 섹스 인형을 개발했다. 섹스 인형은 현재까지는 자위 기구이기에 당연히 불법이 아니다. 그런데 이들은 대화하고 눈을 맞추는 등 상호 작용도 가능하다. 이를 어떻게 단속할 것인가. 매춘이 로봇 산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수익이 나는 분야가 될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지배적이다.

전망의 세계에 안주한다면 너무 낙관적이다. 스페인 회사 애그로봇(Agrobot)이 생산한 로봇은 이미 농사 현장에 투입되어 있다. 이 로봇은 적당히 익은 딸기만 골라 수확한다. 유럽연합(EU)은 곡물 생산 계획인 크랍스(CROPS) 프로그램에 도입할 로봇 생산 프로젝트에 2010년부터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화물차 운전자의 일자리는 빠른 시간 안에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리오틴토는 최근 자율 주행 트럭 150대를 생산 현장에 도입했다. 로봇이 운행하는 트럭 150대가 2년 동안 24시간 쉬지 않고 화물 4200만 톤을 14만5000번에 걸쳐 날랐다. 주행거리는 45만 킬로미터 이상이었다. 이 생산 현장에 필요한 노동자는? GPS 관리자, 트럭 정비사 정도의 극소수 인력뿐이다.

지식 노동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퀴즈쇼 챔피언을 꺾은 IBM의 로봇 왓슨은 현재 의료 산업에 투입됐다. 책 100만 권 분량의 지식을 가진 이 로봇은 환자의 병명과 그에 맞는 치료법을 찾아내는 업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히포크라테스가 되살아나도 왓슨보다 뛰어나기란 불가능하지 않을까.

조만간 바둑의 제왕 이세돌 9단과 로봇 바둑 기사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이 열린다. 이번에 이세돌 9단이 이긴다손 치더라도, 다음에 또 붙는다면 로봇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학습의 차원에서 사람이 로봇을 넘는 건 불가능하다. 자, 로봇이 인간 노동력을 완전히 대체할 세상이 얼마나 빨리 올까. 그 시대가 도래했을 때 인류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컴퓨터 공학 교육을 받지 못한 숙련 노동자의 삶은 얼마나 망가질까.

▲사람? 저리 꺼지라고! ⓒwikipedia.org


변화에 대처할 시간이 과연 충분할까. 문명은 항상 기술 발전에 따라 극적으로 변했다. 인류는 수십만 년간 채집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다 약 1만 년 전, 신석기 혁명으로 농사를 짓게 되자 마을을 이루고, 계급을 만들고, 국가 체제를 만들었다. 산업 혁명은 어떤가. 예수 탄생 이후 1700년간 이어진 왕족-지주 지배 체제를 무너뜨리고 자본가 계급을 만들었다. 인터넷 혁명은 불과 300년이 안 되어 일어났다. 새 혁명에 필요한 기간은 점차 줄어들고, 인류가 그에 대처할 시간은 그만큼 짧아졌다.

다음은 로봇 혁명이 다가올 차례다. 산업 혁명이 만든 노동 체계 변화는 아이들 장난에 불과할 것이다. 노동 시장에서 대대적인 인간 청소가 일어날 것이다. 극소수 과학 엘리트, 교육자, 예술가 등을 제외하면 이 혁명이 일으킨 노동 시장 변화에서 일자리를 위협받지 않을 이는 없다.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진은 로봇 혁명으로 인해 미국인의 일자리 47%가 자동화되리라고 내다봤다. 이미 혁명은 우리 코앞에 다가왔다.

실리콘밸리의 잘나가는 벤처 기업가였으며, 현재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제리 카플란은 신간 <인간은 필요 없다>(신동숙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에서 조만간 인류의 노동력을 대체할,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로봇 혁명을 세밀하게 소개한다. 아마존의 로봇 기술이 어디까지 갔는지, 법조계에서 로봇에 의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이야기하는 한편, 이런 변화는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추론한다.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로봇 혁명 상이 책에 그려진다. 앞서 소개한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변화가 인류에게 미칠 가장 치명적 영향은, 물론 책 제목에 표현된 대로 일자리 변화다. 인간이 노동에 해방된다고 볼 수 있겠으나, 문제는 인류의 절대다수인 임노동자의 삶이 실로 막막해진다는 데 있다.

이 변화는 막으려야 막을 수 없다. 진보라는 상징성을 지닌 로봇에 일자리를 내줘서는 안 된다는 캠페인이 얼마나 큰 효과가 있겠나. 저자는 직업 교육을 위한 전용 대출 프로그램(직업 대출) 개설 등 자신이 상상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노동자의 꾸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사업으로 성공한 미국인이기에 그러하겠지만) 사실상 협동조합 모델과 같은 대안적 주식회사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책에 나오진 않았으나, 최근 녹색당뿐만 아니라 포털 사이트 '다음' 창업자 이재웅 씨도 중요하게 거론한 기본 소득도 로봇 혁명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런 해법은 (상기된 대로 로봇 공학의 진보가 상상을 초월할 속도로 빨리 일어난다는 가정 하에) 한계가 뚜렷하다. 인공 지능이 오류투성이인 인간의 육체 노동은 물론이고 정신 노동까지 대체하게 될 테고, 인간 노동력이 필요한 절대 수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노동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부의 분배를 강화한다손 치더라도,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부의 집중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로봇을 적극적으로 노동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자본가, 로봇을 대량으로 생산할 자본가, 로봇 프로그램을 혁명적으로 만들 인력을 고용할 자본가, 로봇을 적극적으로 가사 노동에 투입해 완전히 가사 노동에서 해방될 자산가와 그렇지 않은 자의 삶의 형태는 극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로봇 혁명 자체가 부자와 빈자 간 삶의 질을 이전보다 더 크게 가를 텐데, 여기서 파생하는 부의 분배 형태마저 더 극적으로 벌어진다면 기본 소득마저도 부의 편중 현상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나치게 비관적인가.

▲ <인간은 필요 없다>(제리 카플란 지음, 신동숙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한스미디어

기술 진보가 앞으로 짧은 시간 안에 (로봇 혁명을 포함해) 연달아 큰 변화를 우리 사회에 가져온다면, 사람은 이 변화에 일일이 대응하기도 힘들 것이다. 이 상황에서 인간 노동자가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데 필요한 직업 교육을 받는다손 치더라도, 이를 생업에 써먹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보장될 것인가. 이미 소프트웨어 개발 시장에서는 특정 프로그램 언어 숙련자가 직업 현장에서 이 지식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기간이 10년도 되지 않는다. 앞으로 이 주기는 모든 산업 영역에서,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다.

책이 부분적으로 설명하지만, 깊이 있게 논하지 않는 변화상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혁명은 사람의 사고방식도 바꾼다. 로봇과의 섹스가 가능해진다면, 사람과 로봇의 교제를 윤리적으로 허용해도 될 것인가. 로봇에 얼마나 큰 자율권을 줄 것인가. 가사 노동하며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로봇은 노예로 취급해야 할 것인가, 가전제품으로 취급해야 할 것인가. 로봇에게 빼앗기는 노동 현장에서 인간이 어떻게 적응케 할 것인가는 물론 가장 중요한 논의이지만, 로봇 혁명은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인류 문화의 모든 영역에 걸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고민할 여유가 있는 시간은 절대 길지 않다.

이 책은 고차원의 영역에서 이러쿵저러쿵하지 않고, 곧바로 이 땅에 일어나는 로봇 혁명의 오늘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그만큼 진지한 수준의 고찰을 돕기에는 부족하다. 저자가 본론에 집중하지 못하고 수시로 논제를 일탈하기에 주제에 집중하기도 쉽잖다.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진지하게 다뤄야 할 신세기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