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중국이 김정은을 날릴 수도 있다
어쩌면 중국이 김정은을 날릴 수도 있다
[박홍서의 중미 관계 돋보기] 대북 제재 이후 중국 측 예상 시나리오

지난 3월 2일 통과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은 미 유엔 대사 서맨사 파워(Samantha Power)가 환호하듯 지난 20년 이래 가장 강력한 제재안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중국 역시 북한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대북 결의안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대북 결의안이 과연 효과적인가의 문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제재 대상 물품의 핵미사일 관련성은 개별 국가들이 임의적으로 판단할 사항이라든가,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통로인 섬유 노동자 수출에 대한 조치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북한 자금 동결도 '쪼개기' 방식으로 빠져나갈 여지가 있으며 현금의 직접 배송에도 아무 제약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중국에 더욱 의존하게 될 북한

역설적으로 보면, 이러한 문제점들이 바로 중국이 제재안에 '만족한' 이유라 할 수도 있다. 중국에게 북한은 리스크이기도 하지만 미-중 세력 경쟁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전략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대북 결의안 합의 이후 중국 관영 언론들의 논조는 이러한 입장을 명확히 뒷받침한다. 즉, 북한은 이번 도발에 응분의 대가를 져야하고, 따라서 중국을 원망하지 말 것을 주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이 미국의 제재안을 절충하려 노력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결의안의 목표가 북한 정권의 붕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미-일의 입장과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이번 결의안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그것이 실제적으로 수행될 경우 북한의 대중국 취약성이 극대화된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었던 북한은 '북한 봉쇄'를 강화한 이번 결의안으로 인해 유일한 대외 창구인 중국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중국은 이제 '게토' 북한의 유일한 출구가 된 것이다.

특히, 북한이 육로로 화물을 운송할 경우 중국을 경유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그리고 북한 자금을 취급하는 외국 은행이 대부분 중국 은행들이라는 사실은 그만큼 북한에 대한 중국의 통제력이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결의안에서 중국의 반대로 제외된 원유 공급 중단 조치 역시 중국의 초강력 대북 카드로 남아있다.

러시아가 제재안 초안에 대해 '몽니'를 부린 것은 제재로 인해 북-러 경제 협력이 훼손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대북 통제력이 강화된 것에 대한 불만의 표출일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북한을 두고 중국과 러시아가 벌여왔던 경쟁의 관성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향후 중국이 쥐고 있는 카드는?

향후 중국의 대북 결의안 실행 여부는 당연히 북한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김정은 정권이 중국이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6자 회담과 평화 회담에 전향적 태도로 나온다면, 중국으로서는 당연히 대북 제재를 형해화할 가능성이 크다. 결의안도 북한의 행태에 따라 제재의 강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나, 중국은 그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대북관계 복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북한이 5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중국의 대북 제재는 보다 실질적 방식으로 옮겨갈 가능성 크다. 사실, 북한으로서는 남한의 사드 배치는 미-중 관계를 뒤흔들 수 있는 효과적인 카드이기 때문에 또 다른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사드 배치를 '강요'할 수도 있다. 혹은 국지적 대남 도발을 통해 유엔 제재를 회피하면서도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중국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감행한다면, 중국은 기존의 공식적인 제재 이외에 보다 '은밀한' 방식으로 대북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즉, 중국은 미국의 대북 강경책과는 명확히 거리를 두면서도 북한 자금의 실제적 동결이나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때와 같이 기술적 문제를 들어 원유 공급을 일시 중단 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조치의 목표가 김정은 정권의 붕괴에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는 중국이 간주하는 '레드 라인(red line)'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의 최고 국가 목표가 경제발전이며 그것을 위해 안정적인 대외 환경이 사활적이라면, 결국 중국이 절대로 용인할 수 없는 마지노선은 미-중 간 군사 충돌을 촉발하는 북한의 행태라 할 수 있다. 남북 간 전면적 분쟁 상황을 조장해 중국을 연루시키는 상황이 그것이다.

그러한 경우 중국은 선제적으로 개입해 극단적으로 북한 정권 교체까지도 기도할 수 있다. 1882년 임오군란 상황과 유사하다. 당시 청은 즉각적인 군사 개입을 통해 대원군 정권을 붕괴시킨다. 청의 외교를 총괄하던 이홍장은 대원군이 청일 간 전쟁을 촉발시키려 했다는 이유를 들어 대원군 납치를 정당화했다.

사실, 미국이 '북진 통일'을 외치던 이승만 정권과 핵개발을 시도한 박정희 정권을 강력히 비판했던 사실 역시 이러한 논리와 차이가 없다. 당시 미국은 남한의 강압 외교로 초래될 소련 및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을 극도로 우려했던 것이다. 강대국 간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동맹 약소국을 통제하려는 강대국의 현실주의적 행태일 뿐이다.

미래는 열려 있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결국 현재에 대한 설명을 미래 시점으로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결국 미-중 간 협조 관계와 경쟁 관계라는 길항 요인 그리고 체재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북한이라는 요인이 상호적으로 빚어낸 결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러한 구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향후 한반도 정세가 현재와 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를 알면서도 구조를 변화시키지 않으려는 건 현 상황을 이대로 방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뿐이다. 그렇다면, 관련 당사자들 모두 북핵 문제의 위선적인 공모자들이 되는 것이다. 보다 희망적인 한반도 미래를 진정 원한다면 구조에 대한 정확한 독해와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필요한 것은 행동이다.

tyio@pressian.com 다른 글 보기
▶ 필자 소개
한국외국어대에서 중국의 대한반도 군사개입에 관한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덕여대 연구교수 및 상하이 사회과학원 방문학자를 역임하고, 현재 강원대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관계 이론, 중국의 대외관계 및 한반도 문제이다. 연구 논문으로 <푸코가 중국적 세계를 바라볼 때: 중국적 세계질서의 통치성>, <북핵 위기시 중국의 대북 동맹 딜레마 연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