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정 선 후진타오 최측근…제2의 포청천은?
재판정 선 후진타오 최측근…제2의 포청천은?
[양갑용의 중국 정치 속살 읽기] 링지화의 재판을 보는 또 다른 시각
지난 5월 13일 중국 최고인민검찰원은 제12기 전국정협 전국위원회 부주석과 중공중앙 통전부장을 역임했던 링지화(令計劃)에 대한 조사를 종결했다. 그리고 뇌물 수뢰, 국가 비밀 불법 획득,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톈진시(天津市) 인민검찰원 제1분원에 관련 자료를 이송하여 공식적인 기소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자식이 개입된 '페라리' 사건, 옥 궁전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거실, 복잡한 여자 문제 등 여러 추문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링지화가 드디어 사법 판단을 기다리게 된 것이다. 지난해 7월 '쌍개(雙開, 당적과 직무 박탈)' 처분을 받고 공식 조사가 시작된 후 10개월 만에 공식 재판이 시작되는 셈이다.

링지화는 후진타오 집권 시기부터 중앙판공청 주임으로 전도유망한 차세대 리더 가운데 하나였으나 부정부패 혐의로 낙마하고 이제는 법의 심판만을 기다리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로써 시진핑(習近平) 시기 들어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위원회 서기), 저우용캉(周永康,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등 두 명이 법의 심판을 받았고, 링지화도 다음 수순을 기다리고 있다. 개혁 개방 이후 지난 30여 년간 5명의 부국급(副國級) 이상 간부가 사법 처리되었는데, 이 가운데 2명(보시라이, 저우용캉 등)이 시진핑 시기에 집중적으로 심판을 받은 것이다.

▲ 링지화(令計劃) 전임 중공중앙 통전부장. ⓒAP=연합뉴스


그동안 장쩌민(江澤民) 시기 천시통(陳希同, 전 베이징시 당위원회 서기), 청커제(成克傑, 전 전국인대 부위원장), 후진타오(胡錦濤) 시기 천량위(陳良宇, 정치국 위원 겸 전 상하이시 당위원회 서기) 등이 각종 부정부패 혐의로 단죄를 받았으며, 시진핑 시기 들어서는 보시라이(薄熙來, 정치국 위원 겸 전 충칭시 당위원회 서기), 저우용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각각 무기 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에 있다.

링지화가 사법 처리 수순에 들어가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수롱(蘇榮, 제12기 전국정협 부주석) 또한 정식 공소가 제기된다면 개혁 개방 이후 7명의 부국급 이상 간부가 단죄를 받게 되는데 이 가운데 4명이 시진핑 집권 시기에 집중되어 있는 셈이다.

중국의 사법 절차에 따라 최종적인 법의 심판을 남겨두고 있지만, 이미 링지화는 정치적 심판을 받은 상태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의 법의 심판은 최종적인 판단을 하는 공식적인 절차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사법적인 판단은 당의 결정을 일종의 법적인 결정으로 추인하여 사법적인 완결성을 보여주는 절차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소명하는 절차와 방식, 제기되는 여러 사안에 대한 법정 다툼 등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소 유지를 위해서는 구색을 맞춘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실사구시적인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미 공소 유지는 전문성이 매우 높은 분야로 점차 중국 내 사법 체계에서도 그 본래 위상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사실 링지화의 공소 유지 절차는 링지화라는 개인과 링지화 사건이 촉발한 여러 정치 사회적인 문제와 함께 절차적 관점에서 어떻게 공소를 유지하고 사법적인 결과를 견인해 낼 것인가라는 공소 유지 기관에 대한 관심 차원에서도 흥미로운 관찰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中, 관료 부패 사법 절차는 어떻게 이뤄지나?

중국에서 일반적으로 관료 부패 관련한 사법 절차는 투서나 내부 고발, 혹은 현장 실사를 통한 적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안건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여기에는 주로 각급에 포진해 있는 기율검사위원회가 움직인다. 사건을 인지한 이후 내부 논의를 거쳐 조직 조사를 진행하고 공식적으로 기율검사위원회에서 입안(立案)하게 된다. 그 경중에 따라 조직 처분((雙開, 免職 등)을 내리고 기율검사위원회 차원에서 공식, 비공식 논의를 거쳐 사건을 정리한 후 서류와 함께 검찰에 이송하여 사법당국의 공식 조사를 요청한다.

주로 검찰원에서 이 일을 맡으며 사안이 중대한 경우 최고인민검찰원은 관련 조사를 종료 한 후 관할지 검찰원에 이송, 정식으로 공소를 제기, 법원 판결을 요구하고 결과에 따라 집행하게 된다. 따라서 링지화 사건의 경우 이미 공소를 제기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법적인 절차에 들어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이번 사건 또한 최고인민검찰원에서 톈진시(天津市) 인민검찰원에 사건을 배당하고 공소를 유지하라고 명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관련 법 절차에 따라 톈진시 인민검찰원 제1분원이 공소 유지 주체가 되어 톈진시 제1중급 인민법원에 정식으로 링지화 사건에 대한 공소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링지화의 사법적인 단죄의 칼은 톈진시 제1중급 인민법원이 이 가지게 된 셈이다.

톈진시 인민법원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미 저우용캉이나 천량위 사건 때도 사법 판단의 주체로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저우용캉과 링지화 사건 심리 사법기관은 모두 톈진시 인민검찰원 제1분원과 톈진시 제1중급 인민법원이다. 천량위 사건도 톈진시 검찰원 제2분원에서 공소를 유지하고 톈진시 제2중급 인민법원에서 사법적인 판단을 내렸다. 따라서 톈진시와 톈진시 제1중급 인민법원이 다시 한 번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다.

사회적 평가 중요해지는 중국 공직 사회

결국 링지화 사건을 둘러싸고 단죄를 받는 사람과 단죄를 하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둘러싼 양지와 음지를 모두 보게 되는 셈이다. 단죄를 하는 사람이 주목을 더 받는 이유는 단죄할 대상이 바로 국가의 부국급 주요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소를 제기하는 인민검찰원 관계자나 재판을 담당하는 인민법원 관계자 모두 국민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시선이 중국의 독특한 간부 충원 시스템 차원에서 보면 매우 유용하고 효과적으로 승진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점이다. 즉,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시진핑 시기 들어서 간부 승진 시 성과와 업적 못지않게, 사회적 평가, 즉 군중의 여론을 평가의 주요 지표로 참고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링지화 사건처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슈에서 여론의 시선은 링지화와 함께 그 사건에 관계된 여러 행위자들에게도 집중된다. 오히려 공소와 재판 관련하여 우호적인 여론이 나올 경우 이는 간부 승진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링지화 사건은 사건 처리 자체가 가져오는 정치적 긴장감 못지않게 제2, 제3의 '포청천(包靑天)'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저우용캉 사건은 이미 법정 판결을 받고 사법부 확인을 거쳐 관련 기관이 신병을 인도하여 현재 수감 생활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저우용캉은 현재 '중국 제1감옥', '가장 신비로운 감옥'이라고 불리는 친청감옥(秦城監獄)에 수감되어 있다. 보시라이도 무기 징역을 받고 복역 중이며 천량위도 18년을 선고받고 현재 10년째 복역 중이다.

여기에 링지화가 보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왜냐하면 친청감옥은 옌청감옥(燕城監獄)과 달리 공안부 소속으로 사법부에 예속되어 있지 않은 유일한 감옥으로 주로 성부급(省部級) 이상 고위 관원들이 수감되어 있는 중국 최고위급 범죄자 감옥이기 때문이다. 링지화가 여기로 보내질 것인가의 첫 열쇠는 톈진시 제1중급 인민법원 재판장이 쥐고 있다.

현재 톈진시 제1중급 인민법원 원장은 차이즈핑(蔡志萍, 1965년생, 여성)으로 2014년 9월부터 톈진시 제1중급 인민법원 원장을 맡고 있다. 톈진시 제1중급 인민법원은 지난 해 두 건의 형사 사건과 5건의 민사 사건을 처리하여 올 3월 22일 최고인민법원으로부터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원장이 반드시 직접 재판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저우용캉 사건의 경우 지난 2015년 6월 11일 톈진시 제1중급 인민법원에서 뇌물 수수, 직권 남용, 국가비밀 고의 누설 등 혐의로 무기 징역을 선고 받았다. 당시 저우용캉 사건의 재판장은 톈진시 제1중급 인민법원 부원장 딩쉐쥔(丁學君)이 담당했고 공소 유지는 톈진시 인민검찰원 제1분원 부검찰장 볜쉐원(邊學文)이 제1 공소인으로 참가했다.

당시 재판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끈 것은 공소 유지를 담당했던 볜쉐원(邊學文) 톈진시 인민검찰원 부검찰장이다. 볜쉐원(邊學文)은 이른바 '70후(1972년 12월 생)'로 2014년 톈진시 당위원회 선발 임용 국급(局級) 간부 가운데 유일한 '70후' 부국급(副局級) 간부였다. 3년 연속 톈진시 10대 걸출한 공소 유지인 가운데 1등을 차지했으며 '전국 우수 공소 유지인(全國優秀公訴人)'으로 평가받고 있다. 톈진시 검찰 계통에서 최연소 부처급 영도 간부로 파격적으로 선발되기도 했으며 장궈광(張國光, 전 후베이성 성장)의 뇌물 사건을 처리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고 천량위 사건의 공소 유지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결국 링지화 사건은 이제 검찰의 손을 떠나 사법적인 판단을 받는 마지막 사법 절차에 돌입했다. 이를 기회로 다시 한 번 링지화 사건은 국민과 언론의 관심을 받을 것이다. 후진타오의 최측근이었다는 정치적 휘발성과 함께 시진핑의 반부패 드라이브 정책이 맞물리면서 이 사건은 충분히 세간을 이목을 끌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대로 중국의 사법적 판단은 당의 결정을 법의 결정으로 바꿔야만 하는 절차적 정당성이 필요한 최소한의 과정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 제3의 '포청천(包靑天)'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사회적으로 우호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쉽게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치열하게 공소를 유지하고 공정하게 판단하는 노력에 따라 우호적인 사회적 평가가 인사에 반영되고 이것이 군중의 여론을 중시하는 시진핑식 인사 고과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개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링지화의 재판이 여러모로 시선을 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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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중국의 정치 엘리트 및 간부 제도와 중국공산당 집권 내구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