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의 한화, 추락할 수밖에 없다
김성근의 한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종훈의 영화 같은 스포츠] 한화의 길은 '배대슈'?
2016.05.29 08:42:54
지난 3월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잭 스나이더 감독)은 순 제작비 2억5000만 달러, 마케팅 비용 1억5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영화 개봉 전, 제작사 워너 브러더스는 전 세계 흥행 수익 10억 달러 이상을 최소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발표할 정도로 흥행 성적에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여태까지의 흥행 수익은 총 8억7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영화의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기는 초라한 수준이다.

영화가 공개된 후 평론가와 팬들의 혹평이 연일 쏟아졌다. 워너 브러더스와 잭 스나이더, 그리고 저스티스 리그(DC 코믹스의 간판 히어로인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 등이 주축이 된 히어로 팀)의 영화화를 기다려온 팬들 모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DC 코믹스 팬들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 이어 향후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의 감독으로 내정된 잭 스나이더의 연출력과 스타일의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한다. 감독 교체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펼칠 정도다. 안 그래도 기대 이하의 초라한 성적표로 기가 꺾인 워너 브러더스와 잭 스나이더 감독은 더 곤혹스러운 처지로 내몰렸다.

잠시 KBO리그로 눈을 돌려보자.

한화 이글스는 최근 3년간 팀 전력 보강과 성적 향상을 위해 국내 FA 시장의 큰 손을 자처했다. 이 기간 선수 영입에 투자한 돈만 500억 원 이상이다. 덕분에 올 시즌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한화는 팀 전체 연봉과 선수 평균 연봉 부문 모두 1위에 올랐다. 특히 팀 연봉 총액은 102억1000만 원으로, KBO 구단 최초로 전체 연봉 100억 원을 넘기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덕분에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개막전 KBO리그 흥행을 이끌 최고 기대주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한화는 LG와의 개막 2연전을 시작으로 연일 패했다. 지난 5월 24일 선두 두산 베어스가 30승 고지를 밟던 날, 한화는 10개 구단 가운데 최초로 30패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했다. 당초 기대했던 가을 야구는 고사하고 탈꼴찌의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되자, 한화 구단은 물론이고 김성근 감독과 선수들 그리고 한화 팬들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당혹감과 좌절감을 겪었다.

특히 팬들은 지난해 '마리한화(마리화나처럼 중독성 강한 한화)'라고 부르며 열렬히 지지했던 팀의 꼴찌 전락 주범으로 김성근 감독을 꼽는다. 김성근 감독의 팀 운영 스타일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특히 변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일부 팬은 김성근 감독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 김성근 감독의 지도 방식은 팀 성적 추락과 맞물려 큰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마치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의 몰락과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많은 영화 전문가와 평론가는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의 실패가 잭 스나이더와 제작사 워너 브러더스의 과도한 엄숙주의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과거 워너 브러더스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다크 나이트 3부작'을 통해 엄숙주의로 무장한 새로운 슈퍼 히어로 영화의 상을 창조했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성공은 워너 브러더스로 하여금 웃음기를 싹 뺀 'No Joke' 정책을 고집하게 만들었다.

특히 잭 스나이더 감독은 이전에도 히어로 영화 <워치맨>을 연출하면서 '우리 사회의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느냐'는 진지한 문제의식을 던져 평단의 호평을 받은 경험이 있다. 따라서 잭 스나이더와 워너 브러더스의 결합은 진지함과 엄숙주의로 화면을 가득 채운 히어로 영화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게 너무나 당연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관객은 상영 시간 내내 감독과 제작사가 진지함과 엄숙주의에 매몰돼 자연스러운 플롯 전개마저 무시한 영화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전 영화와 비교해 색다름이라고는 전혀 없이 반복 소비되는 배트맨과 슈퍼맨의 모습에 피로감을 느꼈다.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도 확실히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는 지도자다. 그의 야구 철학은 공 하나에 최선을 다하며 그 이후는 없다는 뜻을 가진 '일구이무(一球二無)'다. 과거 많은 전문가와 기자는 김성근 감독의 야구 철학을 두고 야구와 승부의 본질에 관한 진지한 고찰과 치열함의 산물이라며 칭송했다. 일흔을 바라보는 노감독의 진지함은 뜨거운 열정을 넘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엄숙함마저 느끼게 만든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마치 다크 나이트 시리즈가 세상에 처음 공개됐을 때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미디어에서 더는 김성근 감독에 관한 찬가를 찾아볼 수 없다. 야구팬들은 승리에 가려진 선수들의 혹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색다름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고, 과거 태평양 돌핀스 시절부터 반복된 김성근 식 야구에 피로감과 당혹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덕분에 지금 우리 미디어에서 김성근 식 야구 철학은 이제 버려야 하는 과거의 유물로 취급된다.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의 처참한 실패를 경험한 워너 브러더스는 최근 막대한 돈을 들여 또 다른 슈퍼 히어로물 <수어사이드 스쿼드>(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의 재촬영을 감행했다. 유머 코드를 삽입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워너가 기존 고집한 'No Joke' 정책을 버리고 변화를 선택했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지난 21일에 가진 비공개 시사회 참석자들로부터 "완벽하다", "완벽을 넘어 위대하다"는 극찬을 받아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의 부진을 씻어줄 차세대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남은 시즌동안 한화 이글스와 김성근 감독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기존 방식을 답습해 관객에게 피로감을 선사한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의 길을 계속 걸을까? 아니면 영화의 방향성을 재설정한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길을 걸을까?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 남은 기간 KBO리그를 기대할 또 하나의 관심거리다.
다른 글 보기
▶ 필자 소개
스포츠가 좋아서 스포츠 전력분석 일을 하다가 현재는 기고와 방송활동을 업으로 삼는 스포츠평론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무한경쟁과 승리의 스포츠'보다는 '휴식과 힐링의 스포츠', '내가 응원하는 스포츠'보다는 '나를 응원해주는 스포츠'라는 관점으로 스포츠를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자칭 색다른 스포츠평론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