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정말 북한 쿠데타를 바랄까?"
"미국은 정말 북한 쿠데타를 바랄까?"
[이수훈의 동북아시대] "사드 배치 초읽기…야당도 너무 조용해"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로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구상과는 달리, 중국과 러시아는 다양한 방식의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30~3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중국-러시아 대화에 민간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했던 이수훈 경남대학교 교수는 이번 대화 참가자 대부분이 제재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러시아 측 인사들에게 유엔 안보리 2270호가 나왔는데 이번 제재로 효과가 있을 것 같은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그게 무슨 질문이냐'며, 선수들끼리 뭐 그런걸 물어보느냐는 식으로 대답하더라"라며 제재 일변도는 해법이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 추진이라는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구상을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내놓았다. 러시아는 4자, 5자회담을 비롯해 이란 핵 문제 해결 방식과 유사하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 + 한국 일본 등 유관국' 등이 참여하는 대화 방식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현실 가능한 부분부터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12년 이뤄진 미국과 북한의 2.29 합의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선은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 핵의 동결로 목표를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2012년 이뤄진 2.29 합의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 합의는 북한과 미국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워싱턴을 상대로 2.29 합의 때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은 절대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비핵화가 아니라 비확산이 목표인 미국을 상대로 단기‧중기‧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은커녕, 북한을 고립시킨다는 명분으로 남북 교류 협력의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마저 닫아 버렸다. 이 교수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NLL 인근에서 조업하는 남북 어민이 공동으로 수산물을 판매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면서 "오직 제재를 한다는 쪽으로만 진행되다 보니 보수 쪽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자체에서 국민들의 민생을 생각해서 이러한 제안도 하고 있는데, 박근혜 정부는 어민들이나 중소기업들이 당하는 피해에 대해 안중에도 없다"면서 "전혀 실용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관념에만 사로잡혀 남북관계를 틀어 막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터뷰는 지난 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이수훈 교수 연구실에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편집인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이수훈 경남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지난 5월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중국-러시아 대화에 민간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하고 오셨다고 들었다. 중국-러시아 대화는 어떤 성격의 대화 채널인가?

이수훈 :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 중국-러시아 대화는 기본적으로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1.5트랙 형식을 갖추고 있다. 21세기에 중국과 러시아 관계가 아직 냉전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진단 아래, 새로운 세기에 맞게 양국 관계를 다듬어 가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중국 측에서는 다이빙궈(戴秉国)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참석했고 러시아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기조연설을 했다. 동북아 안보 협력과 관련해 북핵 문제를 다루는 세션에서는 파노프‧이바센초프 전 주한 러시아 대사와 케빈 러드 호주 전 총리 등이 패널로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프레시안 :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아무래도 북한 핵 문제일 것 같은데, 어떤 이야기가 주로 오갔나?

이수훈 : 대체적으로 참석자들은 제재만 해서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특히 이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270호로 인해 가동되고 있는 대북 제재가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핵 문제 해결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일단 중국 측에서는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제안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 협상을 시작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러시아 측은 다자 대화에 익숙하다 보니 4자든 5자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파노프 전 대사의 경우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P5 + 알파' 형식으로, 즉 이란 핵 문제를 협상하듯이 북핵 문제도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와는 달리 북핵 문제를 대화로 풀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수훈 : 그렇다. 제가 러시아 측 인사들에게 유엔 안보리 2270호가 나왔는데 이번 제재는 좀 다를 것 같은지, 효과가 있을 것 같은지를 물었는데 "그게 무슨 질문이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선수들끼리 뭐 그런 걸 물어보느냐는 식으로 대답하더라. 제재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데 굳이 그런 걸 말할 필요가 있느냐는 식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번만큼은 북한의 버릇을 고쳐야 한다면서 개성공단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그런데 러시아나 중국 쪽에서 개성공단을 닫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아서 한국 정부가 조치에 대해 별도로 설명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닫으면서 '결연한 의지'를 보인 것과는 달리 국제사회에서는 별다른 반향이 없는 것 같았다.

개성공단은 우리 중소기업과 북쪽의 노동자들이 윈-윈할 수 있는 평화사업이자 남북 교류 협력사업의 마지막 교두보인데 이걸 박근혜 정부가 닫았다고 설명했다. 닫은 이유는 북쪽 노동자들의 임금이 평양으로 들어가서 핵무기를 개발하는데 들어간다는 논리였다고 말했다. 한국에 있는 일부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북한이 아니라 남쪽을 제재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랬더니 남북 간 관계 개선을 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인데 왜 닫았냐고 하더라. 남북관계는 남북관계 그 자체로 가져가야지 왜 그런 조치를 취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 개성공단 남한 인원들이 지난 2월 11일 밤 도라산 출입사무소를 통과해 남한으로 들어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바센초프 전 대사는 이란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서 제재와 관련한 이야기도 했는데, 이란이나 러시아는 세계 경제 속에 통합돼있기 때문에 제재가 일정한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란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원유 제재에 돌입하면 경제가 질식할 가능성이 높다. 제재 효과가 금방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북한은 이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기껏해야 중국, 그리고 남한과 교류가 좀 있었지만 우리와 하던 교류는 모두 끊어졌고 러시아와 교류도 소수다. 이바센초프 전 대사는 이란과 러시아에 했던 원유 제재와 비슷한 것을 생각해 본다면 무연탄이나 철광석, 석탄 등의 제재를 고려해볼 수 있는데 이것 역시 북한의 사회 구조가 이란이나 러시아와는 다르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고 밝혔다.

프레시안 : 결국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재 일변도가 아닌, 대화를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 같은데 한국 정부는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이수훈 : 참석자들은 대체적으로 한국에 "당신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서" 라는 반응을 보였다. 러드 전 호주 총리도 한국이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중국이 왕이 이니셔티브를 강조하길래 저는 이걸 실행하려면 중국이 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중국은 자기들은 북한을 설득하기도 하고 북한과 관계에 있어서 일정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미국이 좀 움직여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프레시안 : 제재만으로 북한이 굴복한다거나 협상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거라는 것이 일종의 국제적인 상식인데, 미국도 북한의 붕괴를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일례로 지난 4월 미국 국제전략연구소(CSIS)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웬디 셔먼 전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은 "북한은 곧 붕괴될 것이며, 지금 필요한 것은 북한을 제외한 6자 회담 5개국이 협의체를 만들어서 북한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수훈 : 셔먼 전 차관은 북한 내에서의 쿠데타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에 대한 군사적인 대비도 필요하다면서 상당히 자세한 로드맵까지 말했는데, 중요한 것은 이들이 이렇게 판단하는데 필요한 근거가 서울에서부터 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북한의 쿠데타를 정말 바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어떤 식이든 북한 내 급변사태가 일어나면 미국의 군사작전이 반드시 필요한데, 미국이 이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한국이 요지부동이라는 데 있다. 얼마 전 미국에도 다녀왔는데 미국은 북핵 문제를 풀 생각이 별로 없더라. 중국도 대단히 적극적인 편은 아니었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조금만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얼마든지 유관국들을 움직일 수 있는 좋은 여건이 될텐데,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기는커녕 제재의 첨병에 서 있으니 심각한 문제다.

박근혜 정부가 오직 제재에만 기울다 보니 보수 쪽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유정복 인천시장이 서해 NLL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의 생활을 이야기하면서 남북 어민들이 수산물을 공동 판매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말만 다를 뿐이지 2007년 10.4 남북 공동 선언에 담겨있던 공동어로구역 설정과 똑같은 것이다.

지자체에서 국민들의 민생을 생각해서 이러한 제안도 하고 있는데, 박근혜 정부는 어민들이나 중소기업들이 당하는 피해에 대해서는 안중에도 없다. 어민들의 어로 활동을 보장해주고 금강산 관광을 통해 고성 주민들의 형편을 나아지게 하고 개성공단 가동을 통해 중소기업들이 활로를 찾는다는 관점에서 남북관계를 접근해야 하는데 전혀 실용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관념에만 사로잡혀서 남북관계를 틀어 막고 있는 것이 문제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도 북한은 곧 망할 것이라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수훈 : 미국의 경우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없다. 또 미국은 북한이 망한다는 생각 보다는, 북한을 그저 방치하고 있는 수준이다. 미국은 북한이 이상하고 문제가 많은 국가라고 생각하지만 전략적인 분석은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것이 없이 관념과 생각에만 사로잡힌 채 북핵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현실적인 해결 방안, 2.29 합의부터 출발해야

프레시안 : 정부가 이러면 야당이라도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지난 1일 <중앙일보>에 김영희 대기자가 '사드를 포기하자'는 칼럼을 통해 지금 정부의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 신문에서도 이러한 지적이 나오는 판에 야당은 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수훈 :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말을 보면 결국 올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사드 배치를 발표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국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지금 야당은 이런 문제에 너무 조용한 것 같다.

이런 분위기에 사드 같은 무기가 한 번 들어오면, 나중에 필요 없어진다고 해도 철수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진다. 없던 것을 가져오는 건 쉽지만 있는 걸 빼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런 무기체계를 들여놓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정 정부가 북한 위협을 빌미로 밀어붙이는 느낌이 강한데 이건 이렇게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

설사 정부의 페이스대로 올해 안에 결론을 내고 이행을 위한 실무적 상황이 시작된다고 해도 당장 이 무기체계를 배치할 곳이 있겠나 싶은 생각도 든다. 사드가 일종의 혐오 시설이 돼버렸기 때문에 배치 지역이 확정되면 사회적 혼란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사드 배치 문제가 내년 대선에 중요한 외교안보 부문 어젠다가 될 가능성도 높다.

▲ 류제승(오른쪽) 국방부 정책실장과 토머스 밴달 미8군 사령관이 지난 3월 4일 서울 용산에 위치한 국방부에서 사드 배치 협의를 위한 한미 공동실무단 구성 협약 약정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사드 도입 찬성론자들이 중국의 반대를 두고, 우리가 우리 안보를 위해 사드를 도입하는 것이며 중국의 반대는 우리의 안보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데, 중국의 반대는 우리 안보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우리와 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데, 사드 배치는 우리의 경제적 이익에 문제가 생길 뿐만 아니라 안보에 바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도 야당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사드뿐만이 아니다. 개성공단 문제도 청문회를 통해서 얼마든지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조용하다.

개성공단을 이런 식으로 다루면 앞으로 북한과 교류협력을 펼치기가 굉장히 힘들어진다. 북한도 이를 알기 때문에 지난 5월 7차 당 대회 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남한과 분리‧공존하자는 메시지를 던지지 않았나? 이는 통일 담론에서 근본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는 "원 코리아(One korea)와 투 코리아(Two Korea) 중 어떤 것을 지향하는가"라는 질문에 맞닿아 있는 것이다.

물론 투 코리아를 지향점으로 삼아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줄이는 가운데 평화를 정착시킨다면 그것도 나름의 방법일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남북은 이런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남한은 북한이 무너지도록 끝까지 한 번 가보자는 것이고, 북한은 자기들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앞으로 정상 국가로 뭔가를 해보겠다고만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6월 29일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결과를 보더라도 그렇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국방위원회'라는 비정상적이고 예외적이고 과도적인 수단을 통해 통치를 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종합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국가를 정상화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옛날같이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정비해서 정상국가로 가겠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북한 붕괴'라는 망령에 씌여있고, 교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야당은 무관심하거나 무지하거나 혹은 무기력하고, 북한은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답답한 상황인 것 같다.

이수훈 : 현실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미 북한은 6자회담은 죽었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비핵화와 6자회담만을 고집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은 지난 6월 22일(현지 시각) 반민반관 성격의 6자 북핵 세미나인 제26차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 참석한 자리에서 북한은 지금까지 비핵화 함정에 빠져서 허우적거렸다는 인식을 보였다.

▲ 최선희(가운데)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23일(현지 시각) 중국 베이징의 주중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 부국장은 현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6자회담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AP=연합뉴스


최 부국장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평화협정 체결 등이 이뤄져야 그 다음에 비핵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왕이 외교부장이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병행추진을 이야기했을 때 유관국의 관심사도 같이 논의돼야 한다고 했는데, 그 관심사가 바로 북한이 주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의 정책적 목표도 수정될 필요가 있다. 비핵화가 아니라 우선은 북한 핵의 동결을 목표로 잡아야한다. 이를 위해 지난 2012년 이뤄진 2.29합의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 합의에서 북한은 핵과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고 핵 시설 활동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팀의 복귀도 합의했다. 여기에 대해 미국은 유아를 대상으로 한 영양지원과 경제지원 카드를 내밀었다.

이 합의는 북한과 미국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해 4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리면서 합의가 실패로 돌아가긴 했지만, 현 시점에서도 이 정도가 현실성 있는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

2.29 합의 전 워싱턴에는 북한이랑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래서 합의를 만들어내기 전까지 워싱턴의 분위기를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했고, 당시 이명박 정부도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들었다.

지금도 2012년과 마찬가지다. 워싱턴 내에서 2.29 합의 정도를 도출해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은 절대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비확산이 목표인 미국을 상대로 단기‧중기‧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힐러리,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 꺼낼수도

프레시안 : 최근에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도 참석하셨다고 하는데, 미국 대선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셨다고 들었다.

이수훈 :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 대사와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 등을 만나서 민주당의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트로브 전 과장은 참고가 될 것이라면서 <뉴욕타임스>에 올라온 기사 하나를 건네줬다. '힐러리는 어떻게 매파가 되었나'라는 이름의 기사 제목이었는데 읽어보니 클린턴 전 장관을 '콜드 리얼리스트', 즉 냉혹한 현실주의자라고 규정하더라.

또 클린턴 전 장관은 군사적 수단의 효용성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다른 성향인데, 장관 재임시절 그는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서맨사 파워 주유엔 미국 대사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과 상당히 대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10년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이후 클린턴 전 장관은 상당히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사건이 발발한 이후에 워싱턴에서 토론이 있었는데, 이 토론 이후 한국과 미국은 매달 연합 군사훈련을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이 훈련에서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호를 훈련에 투입시킬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항모를 투입하긴 하되 동해로 가는 걸로 정해졌다. 그런데 태평양사령관이 기왕 이렇게 훈련을 할거면 동해가 아닌 서해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계획은 동해에 들어가는 것으로 확정이 됐던 상황이었다.

여기서 클린턴 전 장관은 중국에게도 미국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서해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작전이 진행중이라며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클린턴 전 장관이 오바마 대통령과 부딪힌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리아에 군대를 투입할 것인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군대 파견을 반대하며 외교적인 방식을 통해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클린턴 전 장관은 개입해서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렇게 차이가 있다 보니 미국 내에서는 만약 클린턴 전 장관이 계속 국무 장관을 했다면 이란 핵 협상은 체결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존 케리가 국무 장관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가능했다는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상원의원이었을 때 군사위원회에서 활동했을 정도로 군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다. 그의 아버지가 해군 부사관 출신의 군인이었기 때문에, 이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클린턴 전 장관은 웰즐리 대학을 가기 전까지는 공화당 성향을 띄고 있었다.

▲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6월 7일(현지 시각) 뉴욕주에서 열린 연설에서 민주당 경선 최종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레시안 : 힐러리가 군사적인 해법을 선호한다면 북핵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수훈 : 민주당이 지난 1일(현지 시각)에 정강 정책의 초안을 공개했는데, 클린턴 전 장관이 집권할 경우 중동에 군대를 보내지 않고 가능한 한 철수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기조도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아마 시리아가 미군 개입 1순위가 될 것이다

이란 핵 협상도 깨질 가능성이 높다. 이 협상은 북미 간 체결했던 제네바 합의와 비슷하다. 10년 동안 핵 활동을 동결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풀면서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인데, 의회의 반대가 심하고 이스라엘도 상당히 반발하고 있다.

합의가 계속 이어지려면 오바마 대통령과 비슷한 기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계속 이행 과정을 관리해야 하는데, 매년 의회에서 예산을 책정해야 합의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측면을 생각하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 : 클린턴이 국무 장관 재임 시절에 북미 간 평화협정을 세 차례나 제안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에 오르면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

이수훈 : 클린턴 전 장관은 한반도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정치인이다.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일단은 대단히 적극적으로 북한 문제에 개입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에서 페리 프로세스 식의 '적극적 개입'으로 갈 수 있다. 실제 빌 클린턴이 대통령에 있었을 때 이러한 식의 해결 방식을 추구한 적도 있다.

또 하나는 더욱 강력한 제재로 갈 가능성이다. 제재 이론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제재가 통하려면 '우리는 군사적 옵션을 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줘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미국이 쓸 수 있는 군사적 옵션은 거의 없다. 중국이 버티고 있고 의회의 반대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클린턴 전 장관은 '군사 옵션을 정책적으로 배제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예전보다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건 상호적인 측면이 있다. 북한은 지난 6월 23일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0'호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아직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육상에 있는 무기 체계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략적 계산을 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이를 실질적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012년 12월 광명성 3호 발사 이후 변화된 모습인데, 그전까지 미국은 북한이 아무리 핵을 개발해봐야 뭐가 되겠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심각한 위협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런 현실 인식이 북핵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골적으로 미국편 드는 박근혜 정부, 국익은 어디에

프레시안 : 이번 중국-러시아 대화에서는 북핵 문제 외에 남중국해 문제도 거론됐다고 하던데?

이수훈 : 케빈 러드 호주 전 총리가 꽤 내공이 깊은 사람이다. 중국을 잘 알고 미국에서 워싱턴 체류하면서 연구하기도 해서 양쪽에 대해 깊이 알고 있는 인사다.

러드 전 총리는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를 두고 자제해야 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갈등 관리를 잘 해나가면서 남중국해에서 어떻게 두 나라가 무력 충돌을 하지 않는 가운데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새로운 '레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중국해에서 일종의 새로운 해양 질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도 남중국해 문제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행태를 보면 미국에 너무 치우쳐있어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지난해 10월 박근혜-오바마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있었는데, 당시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국제적인 기준, 규범을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분야에서 한국이 목소리를 내줄 것이라는 언급도 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워딩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이후 한민구 국방장관은 그해 11월 4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 참석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서 한국은 미국 편에 서겠다는 선언이나 다름 없었는데, 결국 중국의 강력한 반발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한 채 회의가 마무리됐다.

그런데 동북아 역내에서 미국과 중국 간에 분쟁이 있을 때 우리는 개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 참여정부 시절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나왔는데, 당시 정부는 이를 인정해주고 대신 이 지역 내에서 미중 간 군사적 갈등이나 분쟁이 발생하면 한국은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받아내자는 구상을 세웠다.

이에 2006년 1월 반기문 당시 외교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제1차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를 열고 이러한 구상을 공식적으로 협의했다. 그 결과 양국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하며, 미국은 한국이 동북아 내의 미중 간 분쟁에 불개입한다는 원칙을 존중해준다고 합의했다.

이 합의가 공식적으로 부정된 적은 없기 때문에 여전히 살아있다고 본다면, 우리는 동북아 내의 미중 갈등, 특히 무력 갈등이나 충돌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과는 달리 박근혜 정부가 미국 편을 들면서 동북아 역내 미중 간 갈등에 우리가 개입해버린 셈이 돼버렸다. 물론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원유도 남중국해를 통과하기 때문에 남중국해 문제가 우리의 안보와 직결돼있는 측면도 있다. 또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을 상대로 취하고 있는 여러 행동들이 패권적이고 일방주의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직접 나서서, 특히 저렇게 미국 대통령과 함께 미국 편을 드는 모습을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다. 중국에 불만이 있고 문제제기할 사항이 있으면 그 때 그 때 말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우리 국익을 생각했을 때 특정 행위자 편에 서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jh1128@pressian.com 다른 글 보기
▶ 필자 소개
서울대학교를 나와 경향신문에서 워싱턴 특파원, 국제부 차장을 지내다 2001년 프레시안을 창간했다. 편집국장을 거쳐 2003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2013년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이사장을 맡았다. 남북관계 및 국제정세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연재를 계속하고 있다.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