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사드 외교'마저 실패할 건가"
"박근혜 정부, '사드 외교'마저 실패할 건가"
[인터뷰] 박정 의원 "미-중 '균형 외교', 여전히 유효하다"

"남중국해 문제에 가려진 사드(고고도 미사일) 문제."

7월 22~25일까지 3박 4일간 중국을 다녀온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한 중국 민심은 아직까지는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고 한다. '중국통'인 박정 의원은 그렇다고 안도할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격인 <환보>가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밝힌 입장은 매우 강경하기 때문이다. 사설을 통해 한국에 대한 경제적인 보복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했다. 박 의원은 "중국 정부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시간차'를 틈 타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 중국과 미국을 설득해야한다고 박 의원은 내다봤다. 사드 배치가 사실상 미국의 군사적 필요에 의해 배치된 측면이 있는 만큼 미국 정부가 직접 중국을 설득할 것을 우리 정부가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중국과 러시아 반발의 직접적인 원인이 사드 레이더 배치이기 때문에, 사드 포대는 성주에 배치하고 레이더는 일본에 배치된 것과 연동시키는 '분리 배치'의 필요성을 우리 정부가 미국에 제안,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중국 정부를 향해서는 평소 중국이 강조하는 '경제와 안보 문제의 분리'를 요구하면서, 사드 배치가 경제적, 외교적 보복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설득하는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음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박정 의원은 김병욱, 김영호 의원 등 일부 더민주 의원들과 함께 8월 8일 다시 중국을 찾는다. 북경에서 열리는 '한중 차세대 지도자 포럼'에서 북경대 교수 등을 만나 사드 문제를 포함한 한중 외교 현안과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중국, 
아직 '반한 감정' 없지만 '당 지침' 있다"


프레시안 : 최근 중국을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반응은?

박정 :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며 베이징 시민들을 만났는데, 사드 문제에 대해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미국과 일본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한창이다. 한반도의 사드 배치가 이 문제에 가려 아직 '반한(反韓) 감정'으로 번지지 않은 것 같다.  

프레시안 : 중국 시민들의 관심이 사드에 쏠려 있지 않다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라오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보인 반응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박정 : 왕이 외교부장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들으며 턱을 괸다거나 손사래를 친 것은 분명히 결례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 정서를 염두에 둔 계산된 행동으로 '국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중국의 반발 크게 염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다. 


프레시안 :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 배치는 "(중국과 러시아 등) 인접국의 반발에 좌우될 문제는 아니"라며 "우리나 미국이 충분한 소통을 해"왔고 설득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박정 : 국방부 출신들은 모든 사안을 남북문제에 국한해 보고 있다. 하지만 사드 문제는 '안보'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경제'와 '외교' 등 많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중국은 이미 <환구시보>를 통해 지방 정부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지침)'을 제시했다. 당장 칭다오 시가 대구 치맥 축제 불참을 통보하지 않았나. 중앙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은 아니지만, 지방 관료 입장에서는 조심할 수밖에 없다.

<환구시보>는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직후 "한국과 다시는 경제관계, 왕래를 하지 말고 중국시장 진출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7월 8일 자 '5가지 대응조치 건의')고 주장했으며, 성주에 대한 제재뿐 아니라 "앞으로는 중국·러시아·북한 3개국의 미사일이 한국을 겨냥하게 됐다"(7월 14일 자 '성주군 제재를 준비하고, 미사일로 사드를 겨냥하라')고 협박했다. 또 "한국의 일부 주류매체는 국내 (사드 배치) 반대 목소리를 무시하고 터무니없는 억지를 부리면서 한국 대중을 힘껏 호도한다"며 사드 배치 옹호론을 조목조목 반박했다(7월 22일 자 '한국 언론의 8가지 사드 기담괴론(기이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황당한 이야기)을 감상하시라').


ⓒ연합뉴스


프레시안 : 중국의 경제적·외교적 공세가 만만하지 않을 것 같다.  

박정 : 한국 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 지연, 한국산 제품에 대한 위생 검역 확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약 2만 5000개)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와 같은 문제가 우선으로 발생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약 17조 원 규모(상장 채권의 18.1%)의 중국 자본이 채권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45%(약 600만 명)가 중국인이며, 이들의 평균 지출액은 2000달러로 외국인 관광객 평균 지출액의 5배다. 또 2009년 이후 한국 제품에 대한 위생 검역이 늘고 있는데, 통관 제재로 수출 물량이 급격히 줄 수 있다. 중국은 2000년 6월 '마늘 파동' 당시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무역 보복을 단행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년 새 두 배 증가했다. 대(代) 중국 무역수지 흑자가 연 600억 달러 규모로, 전체 한국 무역 흑자액 400억 달러보다 크다.

"'전략적 모호성' 유지한 채 다자주의 외교 노선 살려야…"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30.4%로 추락했다. 대구·경북(TK) 지역의 국정운영 부정 평가는 취임 이후 처음으로 60%를 넘었다.(7월 28일 '리얼미터' 조사 결과) 그렇다고 정부가 성주군민과 일부 시민·종교단체의 바람처럼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할까?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박정 :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한반도 사드 배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MD)에 편입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듯 사드 배치는 누가 보더라도 미국의 강압에 따른 것이다. 이번에 만난 중국 지한파(支韓派) 학자들도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공식 선언한 이상 철회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더민주가 당론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드 배치를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정부의 결정 이후에는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사드 문제를 국민 간, 지역 간 갈등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또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사드 문제가 국내 갈등 양상으로 전개된다면, 중국이나 북한에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프레시안 : <프레시안> 주요 필자들 역시 '박근혜 정부가 비가역적 결정을 너무 쉽게 했다'고 비판했다. 경남대 박후건 교수는 "더 이상 한국 외교에서 새로운 외교 전략이 나올 수 없다고 판단"한다며 "한국 외교는 루비콘의 강을 건너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관련 기사 : '박근혜, 사드 짊어지고 루비콘강 건넜다')

박정 : 그러나 '사드 외교 전략',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외교가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반대 여론과 성주 환경영향평가 등을 이유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채 다자주의 외교 노선을 되살려야 한다.

정부는 중국에게 사드 배치가 북한 핵위협 대비용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에게는 사드가 미군 방어용이라는 점을 내세워 직접 중국을 설득하라고 유도해야 한다. 또 전자파 논란이 있는 사드 레이더(AN/TPY_2 엑스밴드 레이더)를 제외한 포대만 국내에 배치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북한 미사일에 대한 레이더 정보를 일본과 공유해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의 외교력으로 가능한 일일까?

박정 : 할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자국 군대를 보호하기 위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정부는 '반발 국가를 설득하는 일은 미국의 몫'이라고 말해야 한다. 


남중국해 문제에 따른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자칫하면, 한반도 남부나 서해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과의 '이어도 분쟁'이나 꽃게잡이철 반복되는 서해의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문제 등 '영토 분쟁'의 전선이 우리에게도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물론 중국도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한반도의 사드 배치가 미국의 강압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주지하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틀 전(7월 5일)만 해도 한민구 장관은 "검토 중"이라고 했다. 김종대 의원의 말처럼 "7월 7일 NSC 상임위에서 사드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프레시안 : 사드 포대만 한반도에 배치할 경우, 한미일 (군사)동맹이 강화되는 것은 아닌가?

박정 : 이미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상태다. 사드 배치로 신(新) 냉전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정세는 '한미일 대 북중러'로 이미 나뉘었다.

<환구시보>는 지난 6월 논평을 통해 "국제사회에서는 북중 대립을 희망하는 세력들이 있다"며 "이 같은 시도는 중북 대치 수준을 끌어올려 동북아시아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것으로 중북 모두에 부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리수용(북한 노동당 중앙정치국 위원)의 이번 방문은 중국과 북한 모두 이성적으로 이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겠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강조했다. 그러나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순간, 외교의 균형이 깨졌다. 또 북한에게는 명분을, 일본에게는 실익을 줬다.

박정 :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핵 억지력 강화를 명분으로 미국에 편승했다. 이는 '개성공단 폐쇄'라는 대북 압박 카드를 너무 빨리 쓴 탓이다. 외교는 겉으로는 숨통을 조이더라도 속으로는 협상의 여지를 남겨놔야 하는데, 현 정권은 북한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아무것도 없다.

중국은 한미 양국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해 중북 관계의 손해를 무릅쓰고 노력해왔다고 자부한다. 지난해 12월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기자단과의 자리에서 안정적인 중북 관계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결국 한중 신뢰 회복이 사태 해결의 열쇠가 될 것 같다.

박정 : 정권 초기에는 중국과 우호적 관계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했으며, 박 대통령의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위즈덤하우스 펴냄)는 중국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로, 중국의 태도가 변했다. 그나마 중국 시민들에게 반감(反感)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면, 한류 스타와 드라마 <태양의 후예> 같은 문화 콘텐츠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웃음)

'병법서(兵法書)'에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경우를 최고의 전략으로 꼽는다. 한중 수교 24주년이지만, G2 반열에 오른 중국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대중 관계를 이끌 전문 인력도 미비하다.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에 따른 국내외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외교를 선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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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명선 기자 overview@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방송국과 길거리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다, 지금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기자' 명함 들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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