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가 사라졌다!"
"베스트셀러가 사라졌다!"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끝]
2016.08.30 08:04:31
지난 1년간 <프레시안>은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전 민음사 대표)와 이홍 출판기획자의 대담을 통해 한 달에 한 권씩 주목할 만한 베스트셀러를 독자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달의 휴식기를 끝내고, 이제 새로운 기획을 독자 여러분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앞으로 <프레시안>은 출판 산업 전반에 걸쳐 독자 여러분이 궁금해 할만한 이야기를 하나씩 뽑아, 아주 기초적인 궁금증부터 심도 있는 이야기까지 두 분의 목소리를 빌려 풀어낼 예정입니다. 도서정가제가 왜 이렇게 논란인지, 왜 식품 업체가 출판 시장에 진출했는지, 왜 중고 서점이 뜨는지, 지역 출판사는 어떤 방식으로 생존하는지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독자 여러분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새 기획에 앞서, 지난 1년간 우리가 진행한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돌아보는 결산의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마지막 주제는 '베스트셀러는 도대체 무엇인가' 입니다. 그리고, 지난 1년간 베스트셀러를 정리하며 느낀 점도 정리했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두 분의 대담을 정리했습니다.

다음 달부터 우리는 새로운 기획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앞으로도 책에 관한 더 다양한 이야기에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의 대담진은 다음달 새로운 기획으로 돌아옵니다. ⓒ프레시안(최형락)


베스트셀러를 찾기 어렵다

장은수 : 오랜만입니다. 우리가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기획을 정확히 딱 1년간 진행했습니다. 이제 새로운 기획 시작에 앞서, 우선 지난 1년을 돌아보기 위해 '베스트셀러란 도대체 무엇이냐'는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이홍 : 지난 1년 동안 우리가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만, 정작 베스트셀러가 무엇인지에 관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서점의 판매 집계에 따라 순위가 매겨진 책들을 베스트셀러라고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더 큰 의미를 붙이는 이도 있습니다.

독일의 평론가 힐 게르트너는 베스트셀러를 일컬어 "독자와 영합하여 시사적 화젯거리를 교묘히 몽타주하는 통속 문학"이라고 칭했습니다. 한 작품이 베스트셀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출간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그 시대를 사는 독자들의 심리적 이해에 적극적으로 융합해야만 된다는 뜻이죠. 결국, 베스트셀러는 시대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요.

책이 많이 팔렸으되, 사회 공동체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면 그저 특정 장르의 판매 순위를 뜻하는 '톱(top) 셀러' 정도로 부르는 게 더 적당하지 않을까요? 이 관점에서 보자면,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에 톱 셀러는 존재했으나, 진정한 베스트셀러는 많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베스트셀러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진 이유도 책의 사회적 영향력이 줄어든 현실에 있다고 봅니다. 대부분 책이 한정된 독자층에만 흡수된 후 사라지죠. 특별히 잘 팔리는 책은 쏠림 현상에 따라서 오랜 기간 팔리지만, 그 책의 영향력이 지속적인 사례를 찾아보긴 어렵습니다. 단순히 책만의 문제인지, 우리 사회의 문제인지도 생각해봐야 할 거리입니다.

책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책을 대하는 출판사의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과거보다 세일즈 퍼포먼스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독자는 한정됐고, 영향력 확산은 어렵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장은수 : 지난 1년간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진행하며 느낀 점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우리가 분야별 베스트셀러를 최대한 골고루 짚어봤는데, '슈퍼 인플루엔서', 즉 사회적 영향력이 큰 책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갑남을녀 누구나 베스트셀러를 읽는 시대는 지났음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누구나 읽는 책은 소설, 에세이에서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분야가 과거처럼 잘 나가지 않습니다. 이제 특정 분야의 책이 한정된 독자에게 집중적으로 팔리고 끝나는 시대죠.

우리가 지난 1년의 대담 동안 "내 독자층을 우선 확보하고, 이들의 입소문이 자연스러운 마케팅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콘텐츠를 확신해야 탄탄한 독자층을 유지할 수 있고, 입소문 마케팅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를 세우지 못하니 책은 한정된 독자층에서만 퍼지고, 자연히 베스트셀러는 나오기 어려워졌습니다. 기존에는 독자가 아니었던 이를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책이 퍼지지 않죠.

그런데 저는 베스트셀러를 찾기 어려운 이유가 책의 사회적 영향력이 줄어들어서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보다 저는 서점에 이슈를 집중하는 출판 구조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치열해지는 서점 내 경쟁에 집중하느라, 출판사가 제풀에 나가떨어졌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출판사의 중요 이슈는 콘텐츠가 아니라, 세일즈에서 나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 세일즈만으로는 책 전파에 한계가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과거와 지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언론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했고, 학교 수업에 책이 중요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 학교는 책이 아닌 다른 소스에서 충분히 교육 정보, 교육 콘텐츠를 활용합니다. 언론의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죠.

이제 출판사가 스스로 자기 콘텐츠를 마케팅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내가 만드는 콘텐츠의 힘을 믿어야 합니다. 콘텐츠의 가치를 확산하는 데 집중해야죠. 출판사가 이에 집중하지 않고 예전 방식의 세일즈에 집중하다 보니 베스트셀러의 생명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년,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이홍 : 우리가 베스트셀러를 선정할 때 나름 세운 기준이 세 가지였습니다. 평균 이상의 판매량, 책을 읽은 독자의 탄탄한 지지, 그리고 지속성이었죠. 당시는 현실적인 한계로 판매량과 독자의 지지 위주로 책을 골랐습니다. 이제 시간이 조금 더 지난 만큼, 이 책들이 지금도 구체적인 생명력을 갖고 있느냐를 따져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권의 책이 기대만큼 큰 영향력을 보여주진 못했습니다. 출판 기획 마케팅 방식을 바꿨다거나, 출판 가치사슬에 변화를 줄 정도의 책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책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지음, 전경아 옮김, 인플루엔셜 펴냄)가 우선 떠오릅니다. 후속작 <미움받을 용기 2>로도 구매 열기가 이어졌고, 무엇보다 출판사의 독특한 사업 방식에도 관심을 기울일 만하니까요. 아들러 심리학 관련 서적이 여럿 나오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채사장 지음, 한빛비즈 펴냄), <명리>(강헌 지음, 돌베개 펴냄)는 팟 캐스트와 강연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기존 이 분야에 관심 없던 독자를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향후 출판 비즈니스의 중요한 모범이 되는 사례라고 꼽을 만했습니다.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김영사 펴냄)는 인문학 열풍 가운데서도 특히 눈에 띄는 수작이었습니다.
 
장은수 : 한 권의 베스트셀러가 나오면, 이 책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콘텐츠 시장이 형성됩니다. 예전 무협지 열풍, 삼국지 열풍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편할 겁니다. <미움받을 용기>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이 범주에 속하는 책입니다.

비록 파생 시장의 크기는 작지만, 비슷한 움직임을 가져가는 사례가 지금도 존재합니다. 북유럽 스릴러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강한 흐름을 만들었죠. <오베라는 남자>로 대표되는, 북유럽 노인을 다룬 문학 시장도 꽤 눈여겨 볼 만한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오리지널스>(애덤 그랜트 지음, 홍지수 옮김, 한경BP 펴냄) 역시 작지만 눈여겨 볼 만한 흐름을 형성했습니다. 우리가 다룬 책은 아닙니다만, 최근 국내에서 컬러링 북 시장이 크게 팽창한 것도 좋은 예입니다.

하지만, 이홍 선생께서 지적하신 대로 최근 베스트셀러가 이런 파생 시장 형성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위에 열거한 사례는 예외적이라고 봐야 할 정도죠. 대표적인 예가 <사피엔스>입니다. 이 책은 지금도 엄청나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잘 팔리지만, 혼자만 잘 팔립니다. 그러다 보니, 전체 장르 지표를 왜곡합니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정재찬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도 같은 경우입니다. 한국 문학 시장에서 시는 별로 팔리지 않는 분야인데, 이 책은 독보적으로 많이 팔려 마치 시 분야 전체가 잘 나가는 것처럼 현실을 왜곡해요.

베스트셀러가 이처럼 관련 시장 크기를 키우는 힘이 부족한 이유는, 책이 독자와 함께 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독자들은 <반지의 제왕>을 읽은 후 판타지 시장 전체로 눈을 돌리지 않습니다. <반지의 제왕>에서 관심이 끝나죠. 설사 판타지 장르에 관심을 가지더라도, 이 관심을 대체할 콘텐츠가 책 말고도 무수합니다.

책에 관심 있는 독자는 과거보다 더 좁은 자기 영역을 개척합니다. 과거부터 쌓인 지식은 많고, 그만큼 다양한 책이 많이 나오니까요. 이제 미스터리 독자도 고전 미스터리, 여탐정 시리즈 독자가 갈립니다. 페미니즘 서적도 분야별로 독자가 나뉩니다. 독자의 책에 관한 관심을 키우려면, 결국 출판사가 독자를 개발해야 합니다.

도서정가제는 출판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나

이홍 :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적용된 지 이제 2년이 가깝습니다. 앞서 최근의 베스트셀러가 과거보다 확산력에서 한계를 보인다는 점을 이야기했는데, 도서정가제가 이에 미친 영향이 있는지 짚어보면 어떨까요?

장은수 : 최근 출판 시장에서 나타나는 주목할 만한 현상이 두 가지 있습니다. 우선, 구간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채식주의자>(한강 지음, 창비 펴냄)는 극단적인 예외죠. 신간 중심으로 출판 시장이 돌아가는 이유로 도서정가제 도입 후 구간 할인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지 않나 합니다.

두 번째로, 베스트셀러 판매량 자체가 과거보다 줄었습니다. 과거에는 종합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었다면 판매량이 대략 5만 부가량은 됐습니다. 요즘은 과거의 60~70% 수준에 머무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현상이 도서정가제와 관계있는가는 조금 의문입니다. 이미 도서정가제 개정안 도입 이전인 2012년경부터 출판 시장 크기가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도서정가제가 굳이 영향을 미쳤다면, 과거에는 줄어드는 관심을 온갖 편법적 마케팅으로 메워 실속 없는 베스트셀러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이게 불가능하다는 정도일 겁니다. 도서정가제와 베스트셀러의 상관 관계가 어느 정도인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이홍 : 저는 도서정가제 문제를 몇 가지 관점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출판 시장에 불균형을 초래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최근 두드러지는 현상이 베스트셀러가 온통 문학, 인문 분야 도서로 집중된다는 점입니다. 소위 말하는 대중 실용서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우리가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대담을 이어올 때 느꼈듯이, 실용서를 고르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런 현상의 원인 제공자 중 하나가 도서정가제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종이책을 사는 굳건한 독자층 대부분이 문학, 인문 서적 독자일 겁니다. 이들과 실용서 독자는 스토리의 흡수 구조와 방식, 지식과 정보의 소통, 텍스트 집중도와 매체 선호도 등에서 전혀 다르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도서정가제 개정안 도입 시 출판계 내부에서 논란이 컸습니다. 당시 도서정가제 개정안을 찬성한 출판사 대부분이 문학, 인문·사회과학 출판사였습니다. 가격이 조금 오르더라도, 책 판매에 영향이 크진 않으리라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예상이 현재 사실로 입증되고 있죠.

하지만, 이와 같은 특정 장르의 책만으로 출판이 유지되진 않습니다. '가격 정책'이 중요한 영업 전략이고 구매요인이 되는 책도 존재한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독자가 가격 이점을 얻는다면 살 의향이 있지만, 내 돈을 다 주고 사긴 뭣한 책이 존재한다는 거죠. 도서정가제 개정안은 이런 책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실용서 등 고정 독자층이 부족한 책에 활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도서정가제를 없애자는 식이 될 순 없겠죠. 가장 긍정적인 건, 원 소스 멀티 유스 개념이 실용서 등의 장르에 적극적으로 도입되는 겁니다. 하나의 콘텐츠를 책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으로 퍼뜨리는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그러나, 영세한 출판 자본과 한정된 인력이 이러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활발하게 펼칠 힘은 없습니다. 관련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장은수 : 저는 조금 다르게 현실을 봅니다. 오히려 문제 되는 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는 현상입니다. 소설은 모든 출판물 중 가장 문턱이 낮은 장르인데, 이 장르에서 오래도록 베스트셀러가 나오지 않습니다.

문학이 출판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건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대체로 에세이를 포함해 전체 출판물의 30~40%를 문학이 가져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문학의 비중은 8~16%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로 문학의 비중이 적은 나라가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책의 기능성 소비 성향이 지나치게 강합니다. 도서정가제의 영향력이 조금 과대평가된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우리나라의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에도 문제가 조금 있다고 봅니다. 종합 베스트셀러를 집계하는 나라가 별로 없습니다.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일본 정도죠. 대개는 분야별 베스트셀러를 발표하는 데 그칩니다. 우리의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도 분야별 선정으로 변해야 합니다.

이런 방식이 아니라면, 실용서가 불리한 현실은 개선되지 않습니다. 실용서는 대체로 특정 분야에서 특별한 수요를 가진 사람만이 독자로 한정되기 때문입니다. 경제·경영 서적이 어쩌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이 문제에 도서정가제가 큰 연관성을 지닌다고 보긴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이홍 : 우리의 시장 구조가 외국과 다르다손 치더라도, 기존 구조 아래에서 특정 장르가 가졌던 지분은 엄연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이 장르가 죽는다고 그 공백을 문학이 메우리라는 가정 역시 무의미합니다. 이대로 출판 시장이 계속 간다면, 문학은 정체되고 기능서는 경착륙할 뿐이죠. 지금은 출판 시장 회복에 더 초점을 둬야 할 때입니다.

장은수 : 단순히 도서정가제 때문에 실용서가 위축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앞서 말했듯, 실용서는 특정 수요에 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솔루션 비즈니스'입니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이 해결책을 책이 아닌 다른 정보 매체에서 더 자주 찾습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실용서 시장이 위축되지, 도서정가제에 따른 가격 문제 때문에 실용서가 어려워졌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어책입니다. 과거 영어책은 항상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영어 지식을 학원 강사에게서 습득합니다. 영어책 베스트셀러가 나온다손 쳐도, 기존 출판사가 아닌 학원 업체가 만든 책일 가능성이 큽니다. 해커스, 영단기가 대표적이죠. 이들의 핵심은 학원 사업이지, 출판이 아닙니다. <미움받을 용기>를 낸 인플루엔셜 역시 전통적 개념의 출판사가 아니죠.

이홍 : 물론 가격 문제만으로 실용서 시장이 어려워졌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가격이 이들 장르에 매우 중요했다는 점 역시 사실입니다. 실용서 위주의 출판사가 비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전에 도서정가제라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더 크게 흔들리는 현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제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이 다가옵니다. ⓒpexels.com


대박 한 권보다 더 다양한 책을

이홍 : 오늘 선정한 마지막 주제입니다. 밀리언셀러가 나오는 출판 시장이 좋으냐, 아니면 판매량은 작지만 여러 책이 꾸준히 안정적인 독자층을 확보하는 시장이 좋으냐는 겁니다.

장은수 : 밀리언셀러는 집객 효과를 낳죠. 기본적으로 책에 관심 없던 사람도 언론에 크게 보도되는 걸 보고 관심을 가집니다. 이런 효과는 분명 긍정적이죠.

평소 책을 안 읽던 사람이 그 책을 많이 샀기 때문에 밀리언셀러가 됩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이 책이 올해의 베스트'라는 식의 이야기에 쉽게 흔들리지 않죠. 자기가 볼 책이 딱 정해졌으니까요. 아마, 밀리언셀러 독자의 70~80%는 평소 책을 읽지 않던 사람 아닐까 싶습니다. 200만 부 넘게 팔린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지음, 창비 펴냄)를 읽은 독자의 대부분이 평소에는 책을 그리 가까이하지 않은 분일 겁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밀리언셀러가 출판계에 새로운 독자를 끌어오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뜻입니다.

밀리언셀러가 좋으냐, 아니면 더 많은 책이 비록 크기는 작지만, 괜찮은 성적을 거두는 게 좋으냐는 이야기는 이처럼 '기본적으로 밀리언셀러가 나오는 건 나쁘지 않다'는 전제 아래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밀리언셀러를 만들기 위해 출판계가 역량을 집중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가 첨예한 문제입니다. 책이 일종의 공공재적 성격도 지니는 상품이고, 책이 시민사회 성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 평소 책을 읽지 않던 사람이 책을 읽게 할 중요한 계기가 밀리언셀러이므로, 밀리언셀러를 만들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수 있죠.

반면, 밀리언셀러에 공을 기울이는 것보다, 더 다양한 책을 더 다양한 통로로 독자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올 수 있죠. 독자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영역의 책을 계속 발굴해야 한다는 거죠. 이 분야의 출판물을 많이 내는 곳이 바로 언론사 출판사입니다. 도서 유통 분야에서도 이런 역할을 하는 곳이 있습니다. 독립 서점이죠. 서점주가 뚜렷한 소신 하에 소수 독자를 대상으로 좋은 책을 선별해 책을 알리죠.

분명 한 권의 베스트셀러가 지니는 위상은 큽니다. 당장 출판사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죠. 보통 우리나라 출판사 대부분이 한 권의 베스트셀러로 나머지 책의 손해를 메우며 한해를 버티니까요. 하지만, 한국 출판 시장의 질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더 다양한 책이 많은 독자에게 알려지도록 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홍 : 밀리언셀러의 순기능에 관해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존재 자체가 지니는 긍정적 요소가 분명히 있죠. 다만, 한두 권의 밀리언셀러가 출판 생태계에 긍정적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우선, 출판계 경영에 결코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출판사가 베스트셀러 위주 경영에 빠지면, 특정한 책에 소위 ‘몰빵’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합니다. 이는 위험이 큰 사업 방식이죠.

비록 느려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 출판사 책이 누구를 대상으로 하느냐를 명확히 인지하고, 그들을 하나하나 나의 독자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이제 다음 달부터 우리는 새로운 기획을 시작합니다. 여태 우리가 특정한 책에 관해 이야기했다면, 앞으로는 출판 산업에 더욱 집중하면서도,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관심 가질 만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에 앞서, 마지막으로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진행하며 느낀 점을 정리하고 마무리하죠.

장은수 : 지난 1년간 우리는 여러 분야의 베스트셀러를 읽고 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책과 독자의 관계, 출판 산업의 흐름 등을 살펴봤습니다. 비록 출판이 어렵다고 하지만, 새로운 책을 읽을 독자는 항상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몇몇 사례에서 우리는 새로운 독자에 맞는 새로운 출판을 준비하는 곳도 만나봤습니다. 많은 출판사가 더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하길 바랍니다.

이홍 : 무엇보다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출판사들이 생각보다 깊이 고민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느꼈습니다. 앞으로는 콘텐츠의 질에 더해, 이 콘텐츠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힘이 출판계에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 힘의 실마리를 찾고자 지난 1년간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느냐'고 자문하고, 그 대답을 얻고자 했습니다. 비록 우리가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나왔다고 자부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급변하는 출판계 흐름을 짚어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얻는 게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영화와 출판이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계속 나옵니다만, 많은 영화인이 지금 한국 영화계를 우려합니다. 그만큼 하부 구조가 탄탄하지 못하다는 소리겠죠. 출판 역시 비슷해 보입니다. 어쩌면 길이 남을 책은 쉽게 잊히고, 저자의 유명세나 홍보에만 힘입어 쉽게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 출판계를 뒤덮은 게 지금의 현실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출판계에서 더 좋은 책이 줄줄이 쏟아지길 희망합니다.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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