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관광객, 몰려와도 걱정이다
싱가포르 관광객, 몰려와도 걱정이다
[강귀영의 중국 대중문화 넘나들기] 관광 한류의 미래는?
지난해(2015년) 12월 싱가포르의 리셴룽(李顯龍) 총리가 부인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여 휴가를 보내고 직접 찍은 사진을 개인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총리의 한국 여행 코스가 싱가포르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리셴룽 총리는 지난해 타계한 고(故) 리콴유(李光耀) 수상의 장남으로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동남아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아 110만 명이 넘는 페이스북 팔로우를 가진 인기 많은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개인 휴가지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점과 싱가포르 사람들에겐 낯선 관광지인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와 설악산, 경주 보문 단지 등을 방문했다는 점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나의 싱가포르 친구들은 총리 부부가 다녀간 곳이 어떤 곳이며 그들이 어떤 곳에서 식사를 했는지, 개인적으로 물어오기도 했다. 이를 눈 여겨 본 싱가포르의 석간 신문 <연합만보(聯合晚報)>의 리후이링(李慧玲) 편집장은 올해 초 나에게 총리의 여행 코스와 들렀던 식당들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리후이링(李慧玲) 편집장은 "총리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보고 평범한 관광 코스가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문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체험할 수 있는 여행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창간 33주년을 기념해 독자들과 '총리 부부가 들른 코스로 한국 여행하기'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가 페이스북에 올린 한국 여행 사진 모음. ⓒ리셴룽


최근 한국관광공사의 싱가포르 지사에서도 '총리의 한국 여행 일정(PM's Route in Korea)'이라는 상품을 출시하여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싱가포르의 대표적 일간지가 창간 기념 이벤트로 한국의 강원도와 경주를 돌아본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올해 6월 <연합만보>는 싱가포르 현지 여행사에 의뢰하여 서울, 강원도 속초, 고성 통일 전망대, 양양 낙산사를 거쳐 경주와 부산을 돌아보는 9박 10일 여행 일정을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1인당 경비는 2078싱가포르 달러(한화 175만 원)로 확정했다.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많은 없는 가격인데도 오는 11월 말 200명에 가까운 싱가포르인들이 한국을 찾기로 했다.

싱가포르 총리 부부가 한국 관광 홍보 대사의 역할을 해준 덕택이다. 그러나 최근 나는 이번 여행의 세부 일정을 보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여행사의 일정에 따르면, 싱가포르 관광객들은 9박 10일 일정 중 마지막 이틀을 부산에서 보내게 되는데, 그 대부분의 시간을 자수정 공장, 인삼 전시장, 화장품 전시장, 간보호제(護肝寶: 헛개나무 열매를 이용한 건강 보조 식품) 상점을 둘러보도록 되어 있었다.

이 일정대로라면 부산에 체류하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상점만 전전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여행사의 수익을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하더라도 조금은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오래 전 필자도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로 여행을 갔다가 마지막 하루 일정을 모두 라텍스 공장과 상황버섯 상점 등을 돌아보며 허탈해 한 적이 있었다. 뙤약볕 아래 하루 종일 상점을 전전하며 끌려 다녔던 그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인지, 자국의 지도자처럼 한국을 체험하고 싶어 하는 싱가포르인에게 한국 관광의 대미를 '쇼핑 지옥'으로 마무리 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 경주 투물리 공원 풍경이 리셴룽 총리의 페이스북에 소개되어 있다. ⓒ리셴룽


타국의 정치 지도자가 직접 한국 관광을 홍보해주는 기회가 어디 흔한 일인가? 그런데도 여행사들의 근시안적 사고 때문에 한국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한국은 해외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높은 관심을 반영이라도 하듯 하루에도 한국을 찾은 해외 관광객 수가 얼마나 많이 증가했는지, 또 그들이 한국에서 어떤 물건을 주로 구입하는지에 관한 기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 관광객이 절반 가까운 45.2%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 언론에서는 이제 한국은 중국 관광객을 넘어서 '관광 한류'의 판을 키워 다국적 방문객을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이 '관광 한류'의 양적 성장을 논하는 사이, 10월 25일 중국 정부가 한국행 저가 패키지에 참여하는 관광객을 20% 축소하라는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소비한 금액은 139억 달러(약 15조원)에 달한다. 벌써부터 여행 관련 업계는 이번 중국 정부의 조치가 실행되면 국내 관광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쯤 되면 '관광 한류'를 외치며 외국인 관광객 숫자만을 중요시 하는 우리의 자화상에 부끄러워질 만하다.

여태껏 한국이 외국 관광객의 숫자로 한국 관광의 양적 팽창만을 중요시했다면 이제는 바야흐로 질적인 발전을 추구해야 할 때다. 맛있는 음식점에 알게 되면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이미 한국을 방문했던 외국 관광객이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돌아가 한국을 재방문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 한국을 쇼핑 지옥의 인상으로 남지 않게 하는 것. 이러한 노력이 관광 한류의 질적 성장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아무리 좋은 관광 자원을 갖고 있더라도 상점에 발이 묶인 패키지 상품을 파는 여행사뿐이라면 한국 관광의 미래는 그리 밝다고 할 수 없다. 부디 중국 정부의 저가 패키지 축소 조치가 한국의 여행 업계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더 이상 상점을 전전하지 않고 양질의 여행을 즐기고 돌아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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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한양대학교와 서울디지털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중국어 일간지 <연합조보>에서 서울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만국립정치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지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