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일터에서 '박근혜 탄핵' 소식 듣다
버스에서, 일터에서 '박근혜 탄핵' 소식 듣다
[이 주의 조합원] 신규 조합원 최전영·유기범 씨 "프레시안, 목소리를 키워 달라"
2016.12.15 09:35:55
버스에서, 일터에서 '박근혜 탄핵' 소식 듣다
"투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총 투표수 299표 중 가 234표, 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써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사회복지사 최전영 씨(30대 중반)는 2016년 12월 9일 오후 4시 10분 광주에서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서 국회의 탄핵안 가결 소식을 접했다. "국회의장이 '가 234표'라고 말하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어요. '됐구나' 하는 생각에 저도 짜릿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물류업에 종사하는 유기범 씨(31살)는 탄핵 가결 소식을 부서 주임에게 전해 들었다. 업무 중에는 개인의 휴대폰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듣자마자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주임이 '찬성 234표'에 대해 '압도적'이라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보수의 뿌리가 깊구나' 싶어 다소 허탈했습니다."

최 씨와 유 씨는 11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에 가입한 신규 조합원이다. 두 사람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정치와 언론에 다시 주목하게 된 '촛불 시민'이다. 이들을 지난 13일 각각 전화로 만났다.

ⓒ프레시안(최형락)


광주와 서울에서 '촛불'을 들다

프레시안 : 상경 버스에서, 또 일터에서 국회의 탄핵안 가결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국민과 국회가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건데, 주변의 반응은?

최전영 : 청소년 사회복지를 담당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정말 관심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관계뿐 아니라,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부정 입학에 대해 묻더라.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해도 시험 100점 맞기 어렵잖아. 그런데 한 친구는 집에 돈이 많고 부모가 힘이 세다는 이유로, 공부도 안 했는데 100점을 맞았어. 그러면 기분이 좋을까? 나쁠까?'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그런 게 어딨느냐'며 화를 냈다. 그러면서 최 씨를 친구로 둔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유기범 : 업무 특성상 이모뻘 되는 분들과 일하는데, 4월 총선 때 '내래 경상도가 고향 아이가. 무조건 1번 찍어야 한다'고 했던 이모님이 (이번 사태를 보면서) 크게 실망한 눈치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는 게 느껴진다. 그런데 막상 생각을 물으면, 고향 어머니는 박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한다.

프레시안 :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에 참여했나? 참여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최전영 : 광주에서도 주말이면 집회에 참여했다. 상경 다음 날 서울 광화문 촛불 집회는 처음 나갔는데, 사람들이 차가 다니는 16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채 자유롭게 걸어 다녔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한 자리에서 보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이런 게 직접 민주주의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유기범 : 4주 내내 토요일마다 광화문 광장에 나갔다. 다른 것보다 집회 현장에서 10대 학생들을 보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사태가) 좋은 일은 아니지만, 미래세대인 그들에게는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말을 하는데, 촛불 집회에 참석했던 학생들은 다를 것 같다. 성인이 돼서도 '정치가 삶의 일부'라고 생각할 것 같다.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하야하라! 아니면, 파면이다"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최전영 : 박근혜 대통령이 하늘 무서운 줄 알았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세월호 참사 때와 백남기 농민 사망 당시 박 대통령이 진심으로 사과했다면, 민심이 지금과 다르지 않았을까? 신앙을 가진 입장에서 백남기 농민의 세례명이 '임마누엘'이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마태오 복음서 1장 23절에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라는 구절이 나온다.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다른 이름이 '임마누엘'이다.

유기범 :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는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조중동·종편 및 지상파의 정치적 편향성도 문제지만, 포털 사이트의 기사 편집도 문제다. PC와 모바일 홈페이지가 모두 '네이버'였는데, 바꿨다. 화물연대 파업 당시 네이버는 정부의 시각만을 보도한 기사만 노출하더라. 정치적 편집이다. 지금은 뉴스는 '다음'에서 보고, 검색은 '구글'에서 한다.

프레시안 : '1234567' 우주의 기운이 담긴 투표 결과(불참 1, 찬성 234, 반대 56, 무효 7)가 나왔다. 하지만 광장의 목소리는 '끝난 게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최전영 :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하야해야 한다.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정치권은 헌법과 법률의 절차에 따라 '박근혜-최순실 일당'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면서 다음 대통령을 뽑는 절차를 만들고. 정치권은 하루라도 빨리 취업난, 경제난 등에 고통 받는 국민을 돌봐야 한다.

유기범 :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가 길어진다고 해도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된 것 아닌가. 그리고 헌재의 탄핵 결정문이 발표되면, 박 대통령은 즉시 파면된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안을 인용할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새누리당은 더이상 지켜볼 이유가 없다. 야당은 정권 탈환이 확실한 후보를 중심으로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목소리를 좀 더 키워 달라"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프레시안>에 하고 싶은 말 또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최전영 : 뉴스를 주로 페이스북으로 보는데, '좋아요'를 누른 기사 대부분이 <프레시안>이더라. 그래서 '후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억에 가장 남는 기사는 김태형 심리학자의 박근혜 대통령 심리 분석과 트럼프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분석한 것들이다. 양지훈 변호사의 '법과 밥'은 기사가 나오길 기다렸다 본다. <프레시안> 외에도 후원하는 언론사가 몇 군데 있는데, 그중에서도 <프레시안>은 '심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합원이 됐으니, 앞으로 기사를 더 많이 읽고 '좋아요'도 누르며 주변에 공유하겠다. <프레시안>은 일상에 바쁜 노동자를 대신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 달라.

유기범 : 솔직하게 말하면,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으로 가입한 날은 홈페이지 곳곳을 살피며 기사를 봤는데 이후로는 못 보고 있다. 주변에서 <프레시안> 기사가 길거나 무겁다고 하던데, 내용이 문제지 형식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람이 있다면, 포털 사이트에서도 <프레시안> 기사를 자주 봤으면 좋겠다. 보수 언론인 조중동은 그래도 '대중 신문'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프레시안> 같은 진보 언론은 일반적으로 '편향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점이 안타깝다. 언론은 대중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중요하지 않나. 목소리를 좀 더 다양하게, 크게 키워 달라. 
이명선 기자 overview@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방송국과 길거리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다, 지금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기자' 명함 들고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