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날레디', 인류 진화사 뒤흔들 수 있다
'호모 날레디', 인류 진화사 뒤흔들 수 있다
[인터뷰] <인류의 기원> 저자 이상희·윤신영 대담
2016.12.30 08:43:26
한강의 <채식주의자>(창비 펴냄)가 외국 출판 시장을 뚫으면서 국내에서 재조명됐다. 이번에는 국내 과학서적 저작권이 국외 대형 출판사에 판매되었다. 

사이언스북스가 지난해 출간해 국내 과학 서적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은 <인류의 기원>(이상희·윤신영 지음) 저작권이 미국의 대형 출판사인 노튼출판사(W. W. Norton & Company)에 판매됐다. 중국과 대만, 그리스 시장 진출 역시 앞두고 있다. 사이언스북스는 이 책의 저작권 계약을 중국에서 주요한 과학서적을 집중적으로 출간하는 롄헤톈지 유한공사와 체결했다. 대만에는 산차이 출판그룹에 수출했으며, 그리스 최대 단행본 출판사 중 하나인 피코기오스 출판사와도 계약을 맺었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외국 시장에 이 책이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사이언스북스는 현재 세계 최대 출판그룹인 펭귄랜덤하우스의 스페인 계열사와 스페인어판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류의 기원>은 고인류학자인 이상희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 교수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고인류학의 지난 성과와 새로운 발견을 흥미롭게 풀어낸 책으로, 국내에서 2만 부가 넘게 팔렸다. 보통 과학 서적이 5000부만 나가도 괜찮은 성적으로 해석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관심을 모은 셈이다. 

이 책의 내용은 딱 1년여 전인 지난해 12월 23일, <프레시안> 역시 '독서통' 코너에서 다뤘다. (☞ 관련기사 : 네안데르탈인은 인류와 섹스했을까?)

이 책의 외국 시장 출간을 맞아 강연을 위해 입국한 이상희 교수와 책의 공동 저자인 윤신영 <과학동아> 편집장의 만남이 다시 마련됐다. 두 저자는 출간 과정의 뒷이야기와 책이 나온 후 새롭게 밝혀진 고인류학계의 성과를 얘기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의 북파크에서 열린 두 저자의 대담을 정리했다. 

▲ <인류의 기원>은 국내 과학 서적으로 이 분야 본산인 미국에 수출된다는 점에서 발자취를 남겼다. 27일 이 책의 두 저자인 이상희(왼쪽)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윤신영 <과학동아> 편집장이 만났다. ⓒ프레시안(최형락)


저자가 직접 영문판 번역

프레시안 : 국내 저작물로는 드물게 외국 시장에 진출했다. 처음 이 책의 영문 번역은 어떻게 이뤄졌나?

이상희 : 내가 노튼출판사와 이야기했다. 

미국의 출판사는 대학별로 홍보담당자를 둔다. 이들이 매 학기 교수들을 찾아와 새로운 책 출판을 논의한다. 노튼의 우리 학교 담당자를 통해 편집자와 연락했다. 이 책의 영문 샘플을 보여주니 편집자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문 번역을 저자인 내가 직접 했다. (국내 책의 외국 진출이 흔치 않아서인지) 영어를 모국어로 쓰면서 한글에 익숙한 한영 번역자를 찾기 힘들었다. 

10월경 시작해 약 두 달에 걸쳐 11월 말경 번역 원고를 완성했다. 번역은 문제가 아니었는데, 내가 학교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았기에 시간을 내기 힘들다는 게 문제였다. 

프레시안 : 어떤 일을 맡았나?

이상희 : 올해 8월경 대학 부학장이 됐다. 부학장이 되니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해야 했다. 나는 보통 직장인처럼 생활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 번역을 위해 일종의 주경야독을 이어갔다. 

윤신영 : 이 책이 나오고 시간이 꽤 지났다. 그 사이 학계에서 업데이트된 내용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정리했나? 

이상희 : 번역 당시 큰 고민이었다. 아주 약간만 손보되, 큰 내용은 건드리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한국 독자에게 맞춘 특별한 내용을 어떻게 영어권 독자에게 전달하느냐였다. 이 책은 보통 독자를 위해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로 시작하는 노래를 곁들이거나, 노래 '어머니의 마음'을 들어 인간의 출산 고통을 설명했다. 이 내용을 미국 독자가 이해할 수는 없다. 

일단 번역은 본래 내용과 일치하도록 했다. 이제 해당 출판사 편집자가 이 내용을 어떻게 소화할 것이냐가 문제다. 

호모 날레디, 인류 진화 믿음 흔들 것

윤신영 : 이 책의 국내 인쇄가 들어가자마자 새로운 호모속의 인류 호모 날레디(Homo Naledi)가 발견됐다. 그 내용을 이 책에는 깊이 있게 수록하지 못했는데, 현재 고인류학계에서 호모 날레디는 화두가 됐다. 고인류학자들은 호모 날레디의 어떤 점에 주목하나? 

(호모 날레디 : 2013년부터 2014년에 걸쳐 남아프리카공화국 비트바테르스란트대학교의 리 버거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이 요하네스버그 북서쪽 50㎞ 지점의 '뜨는 별 동굴'에서 발견한 새로운 인류 화석. 키 150㎝가량에 직립 보행한 것으로 보인다. 날레디란 세소토어로 '별'을 뜻한다.)

이상희 : 지금 호모 날레디는 고인류학계의 근래 최대 발견으로 인정되는 분위기다. 고인류학의 기초를 흔들기 때문이다. 

호모 날레디는 아주 조그마한 동굴에서 발견된 1500여 점의 인류 화석을 지칭한다. 적어도 20명 이상의 사람으로 추정된다. 

현재로서는 이 동굴이 이들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즉, 이들이 아주 좁은 통로 안에 마련된 '무덤'에 동료의 사체를 들고 가서 두고 나왔다. 

문제는 이 화석의 추정 연대다. 현재 호모 날레디의 생존 시기를 (발표 초기 300만~250만 년 전으로 추정한 것과 달리) 80만~8만 년 전으로 추정한다. 

왜 이 시기 인류가 무덤을 뒀다는 점이 중요하냐? 죽음을 특별히 취급한다는 건 내세에 관한 추상적 사고가 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한다. 기존 고인류학계는 이 정도로 죽음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시기를 네안데르탈인이 생존하던 20만~5만여 년 전으로 추정했다. 만일 호모 날레디의 생존 시기가 80만 년 전으로 확정된다면, 그 시기가 극적으로 앞당겨진다. 

8만 년 전 화석으로 판명되어도 기존 고인류학을 뒤흔든다. 호모 날레디의 두뇌 용량은 300~400cc 정도로 추정된다. 현생 인류(1300~1400cc)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간 인류의 두뇌는 진화함에 따라 극적으로 커졌다. (8만여 년 전으로 호모 날레디의 생존 시기가 판명된다면) 네안데르탈인 생존 시기에 이처럼 작은 두뇌를 가진 인류가 생존했으며, 두뇌 진화가 우리 수준으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죽음에 관한 추상적 사고를 했음이 입증된다. 

결국, 호모 날레디의 생존기가 언제인지로 확정되더라도 기존 인류 진화사를 뒤흔드는 대발견인 셈이다. 

프레시안 : 이 내용을 영문판에 수록하지는 않았나?

이상희 : 넣지 않았다. 

윤신영 : 호모 날레디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 결과가 정립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이상희 : 호모 날레디 발견은 기존 학계의 관습까지 흔들었다. 

여태 고인류학계는 새로운 화석을 발견한 후, 발견자가 긴 시간 이 화석을 독점해 연구를 진행했다. 그가 논문을 발표할 때까지 다른 이는 공식적으로 해당 화석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게 관례였다. 

다만 예외는 있었다. 화석 발견자의 지인이다. 결국, 이는 기존 고인류학계의 주류인 백인 남성 위주로 구성된 고인류학계 불문율이 존재했음을 뜻한다. 

하지만 리 버거는 호모 날레디 발견 후, 곧바로 공동 연구팀을 공개 모집했다. 단 하나의 조건만 제시했다. 이 동굴 내부로 진입 가능한 작은 체구의 사람이어야 한다는 거였다. 이 동굴이 매우 좁아, 덩치가 작은 여성이 아니면 진입이 불가능하다. 결국, 연구팀이 여성 위주로 구성됐다. 

리 버거는 화석을 채굴한 후, 곧바로 이를 스캔해 공개 서버에 올려버렸다. 3D 프린터를 가진 이라면 누구든 화석 모형을 본떠 곧바로 연구가 가능했다. 기존 학계 관습을 모두 무시했다. 이 때문에 기존 학계에서 리 버거의 연구 방식을 공개 비판하는 이도 있었다. 나는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윤신영 : 리 버거 교수가 예전에는 두드러진 연구자가 아니었다는 점도 재미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08년에도 세계를 뒤흔들뻔한 대발견을 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Australopithecus sediba) 발굴 역시 그가 이끌었다. 당시 그의 9살 난 아들인 매튜 버거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라파에서 세디바를 발견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 : 2010년 4월 8일 학계에 새로 발표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의 인류 화석. 약 178만~195만 년 전 생존한 인류로 추정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과 호모속의 모자이크 특성을 보여 학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기존 가설에 따르면 인류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에서 호모속으로 진화할 때 특히 뇌 용량이 커지고 몸집도 커졌다. 하지만 세디바와 날레디 모두 뇌가 커지지 않았다. 즉, 현생 인류를 특정하는 요소들이 제각기 개별적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상희 : 화석 운이 아주 좋은 분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천운을 타고났다고 할까?

▲ 호모 날레디 화석. 1500여 점에 이르는 엄청난 양이다. ⓒeLife 제공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고인류학 주도 어려울 것

윤신영 : 현재 고인류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과 호모속의 분화 시기인 250~300만 년 전 고인류인 듯하다. 그간 이 시기 인류에 관한 새로운 연구 성과는 없나?

이상희 : 아직 없다. 근래 중요한 발견은 호모 날레디가 유일하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학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연구비를 신청해도 검증되지 않은 연구자, 기초학문에는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고인류학계 신입 교수 자리도 얼어붙었다. 신참 박사가 자리를 못 잡고, 연구비도 못 받고, 시간강사로 빠지는 일이 속출했다. 예전처럼 대규모 화석 발굴 프로젝트 가동 자체가 어렵다. 

화석 발굴을 위해서는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화석이 있을 만한 곳을 발굴하더라도 허탕치기 일쑤다. 그러니 최근 10여 년간 고인류학이 주춤하고, 컴퓨터로 연구가 가능한 유전학에 인류 진화 연구가 집중됐다. 

재작년부터 (미국 경기가 조금 회복해) 이 분위기가 호전되는가 싶었는데,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앞으로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장 (과학적 사실인) 기후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이가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순수 학문 분야가 큰 타격을 입으리라는 이야기가 많다. 

역으로 그간 고인류학계를 주도한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중요한 성과가 나오리라는 기대도 있다. 당장 리 버거부터 아프리카계 대학 연구자다. 에티오피아는 이미 자생적 기초를 다지고 있다. 이처럼 개별 국가에서 고인류학이 각개 약진함에 따라, 화석을 기존보다 다양하게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세를 보일 듯하다. 

윤신영 : 경제 환경이 연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렇다면, 앞으로 고인류학계에서 기존보다 다양한 종의 발견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해도 되나?

이상희 : 이미 그런 추세다. 이제 호빗의 존재도 점차 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1990년대 말만 하더라도 '사피엔스는 호모속의 유일한 인류'라는 생각이었으나, 지금은 호모속 아래에 다양한 인류가 공존했다는 생각이 힘을 얻어간다. 네안데르탈인에 관한 생각 역시 과거와 지금은 크게 달라졌다. 

이제 나는 기존의 종 개념(종속과목강문계로 이어지는 개념)이 효용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기존 생물학 개념에 따르면 이종 간 교배가 불가능하니,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 사이에서 인류가 나온다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네안데르탈인 역시 현생 인류의 조상임을 안다. 

대중과 호흡 역시 연구자 책임

윤신영 : 이미 생물학 분야에서도 이종 교배가 가능하다는 연구 사례가 발표되고 있다. 아예 생물학 계통도를 다시 그리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네안데르탈인의 식인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보고 싶다. 우리는 책에서 '네안데르탈인이 사람을 먹은 흔적은 있으나, 사람이 일상적인 음식은 아니었다, 즉 네안데르탈인은 식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올해 가을 '네안데르탈인 일부 그룹은 식인을 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우리의 책 일부를 수정해야 할 만한 결론인가?

이상희 : 우리의 결론을 흔들 수준의 이야기는 아니다. 네안데르탈인이 평소 사람을 먹지는 않았다. 

윤신영 : 평소 '여성이 과학 분야에 많이 참여하기 바란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요즘에는 소수자 연구를 준비 중이라고도 들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이상희 : 아직은 구상 중이다. 

<인류의 기원>은 나에게 많은 것을 줬다. 그간 나는 과학적으로, 통계학적으로 접근하는 훈련을 받았다. 화석을 보면 화석의 대표성을 생각하고, 표준편차를 생각했다. 

하지만 대중과 소통하는 목적으로 이 책을 쓰면서 그간 (소수자 등) 보이지 않던 것들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박물관에 가보면 인간 진화 그림에 오직 남자만 등장한다. 그럼으로써 자연스럽게 여성은 배제한다. 

윤신영 : 이 책을 쓸 때 내가 이상희 교수께 대중적 글을 써달라고 많이 요구했다. 그간 대중과 호흡하지 않던 연구자로서 조금 힘들지는 않았나?

이상희 : 새로운 경험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윤신영 편집장 밑에서 트레이닝 잘 받았네' 하더라. 

듣기로 한국에서 연구자들이 쉬운 글을 쓰는 걸 저어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하더라. 미국도 다르지 않다. 쉬운 책을 쓴 교수를 폄하하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생각에 반대한다. 이 책을 쓴 후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쓸까'를 생각한다. 이 책 이후로 학자로서 내 삶은 크게 변했다. 지식인의 책임에 관해 예전과 완전히 다르게 생각한다. 

알파고에 져도 걱정할 필요 없다

프레시안 : 올해 한국에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큰 화제였다. 이제 사람들은 예전보다 진지하게 '사람의 특출함은 지성이 아니라 감성'이라고들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을 빗대어 표현하자면 '그간 인류는 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으나, 앞으로는 감성을 더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말도 가능해 보이는데, 앞으로 인류의 진화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나?

이상희 :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예전보다 다양성이 더 커지리라는 점이다. 의학의 발달로 옛날에는 일찍 사망했을 사람도 이제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한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사라졌을 형질이 보존되어 인류 다양성에 공헌할 것이다. 

▲ <인류의 기원>(이상희·윤신영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프레시안

윤신영 :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싸움이 우리에게 주는 더 중요한 메시지는 '인류가 특별하다'는 믿음을 깼다는 점이다. 인류는 수만 년 간 유아독존의 세계관을 키워왔다. 이 세상에 우리에 필적할 지적 존재는 없다는 확신을 갖고 살았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으로 인공지능이라는, 우리를 압도하는 지적 존재를 마주했다. 이 때문에 우리가 (현실을 애써 인정하느라) 그간 인류의 특징으로 내세우지 않았던 감성을 (지성 대신) 특수하다 말한다. 어찌 보면 이 역시 인류가 환경에 빠르게 적응한다는 증거이겠으나, 더 중요한 건 여태 우리가 우월한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던 시각을 재점검할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이상희 : 우리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나아가, 우리는 특별하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간 우리가 지성이 뛰어나다고,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해왔으나 이는 착각일 뿐이다. 애써 인간다운 어떤 특성을 찾으려 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인간인 이유는 똑똑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특별하다. 마찬가지로, 지렁이는 지렁이기 때문에 특별하다. 억지로 '인간은 우월한 동물'이라는 믿음에 부합하는 목록을 만드는 순간, 우리는 패배한다. 

이 생각의 전환에 어쩌면 고인류학이 기여한 바가 있지 않을까도 싶다. 19세기 인류학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임을 입증하는 증거를 찾아 헤맸다. 하지만, 그 후 인간만의 특징으로 정의했던 목록이 하나씩 제거되고 있다. 알파고 역시 이에 공헌했다. 

이제 우리는 겸손해져야 한다. 인간은 우월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 역시 지구상의 모든 이웃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과정을 밟아가는 존재의 하나일 뿐이다.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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