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은 자연에 대한 강간"
"4대강사업은 자연에 대한 강간"
[함께 사는 길] 이명박근혜의 死대강 ③ 부역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4대강사업은 자연에 대한 강간"
2009년 3월 23일 전국으로 방송되는 라디오를 통해 다음과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나는 평소에 탈세가 범죄이듯 공직자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도 일종의 범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가야 할 돈을 횡령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입니다. 열심히 일하다가 실수한 공무원에게는 관대하겠지만, 의도적인 부정을 저지른 공무원은 일벌백계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횡령금의 두 배까지 물게 하고 예산 집행에 실명제를 도입해 끝까지 책임을 지게 하겠습니다."

옳은 말이다. 우리 사회는 "나랏돈은 먼저 빼먹는 게 임자"(실제 이 발언은 2010년 9월 4대강사업을 추진하던 수자원공사 고위관계자 입에서 나왔다)라는 인식이 많다. 사업의 타당성은 외면하고 일단 혈세를 부풀려 따와서 무조건 쓰고 보자는 주의가 팽배하다. 이 때문에 혈세는 '눈먼 돈'으로 인식된다. '눈먼 돈'에는 법칙이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지만, 이득은 몇몇 소수에게 몰린다는 것이다. 그 소수가 바로 해당 사업의 판을 짜고 시행했던 이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직자의 예산 낭비를 탈세 못지않은 범죄로 인식하고, 의도적 부정을 저지른 공직자에게 횡령금의 두 배까지 물리고, 게다가 실명제를 도입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하니 반갑기까지 하다. 이러한 내용은 투명사회를 위해서, 그리고 예산의 집행의 공정성과 복지정책 확대를 위해서 그간 민간단체 및 전문가들이 꾸준히 요구했던 정책이다.

이 말은 누가 했을까? 양심 있는 전문가? 아니면 국제투명성기구 관계자?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4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으로 최소 189조 원을 탕진했다고 지목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존칭 생략)이 한 말이다. 2015년 출간된 (알마 펴냄)을 공동집필한 전문가 16명은 '의도성'에 주목한다.

즉, 혈세 낭비가 될 수 있는 걸 알면서도 강행했다는 의미다. 대통령 재임 기간 '유체이탈 화법의 달인'이란 평가가 그냥 나온 건 아니었다. 측근 비리가 속출할 때 이명박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 칭해,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란 비아냥거림을 나오게 했다.

▲ 낙동강 달성보. ⓒ함께사는길(이성수)


"4대강사업은 복원을 가장한 파괴"


4대강사업은 이명박 정권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강행한 사업이었다. 4자방 중에서 명목적으로 따지면, 31조 원이 투입된 자원외교가 22조 원이 소요된 4대강사업보다 크다. 이에 대해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훼손된 습지의 가치 6조 원, 취수원 이전 2.5조 원, 금융비용 0.3조 원 등을 합하면 4대강사업으로 84조 원이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매년 4대강 유지관리비가 투입되고 수공이 4대강사업에 부담한 8조 원에 대한 이자와 원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4대강사업 예산은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거기다 도수로 연결 사업, 친수구역 사업 등 4대강 후속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귀태'사업 때문에 혈세가 계속 들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사실 4대강사업은 예산 낭비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이들이 피땀으로 만들어 온 민주주의를 훼손했고, 생명에 대한 가치와 우리 사회의 이성과 상식을 후퇴시켜버렸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다시 만드는 과정은 과거 경험했던 갈등과 혼란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환산하기 어려운 비용이 계속 투입돼야 한다는 의미다.

4대강사업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는 적나라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는 "대국민 사기극"이라 평가했다. 전 중앙대 법대 이상돈 교수(현 국회의원)은 "국토환경에 대한 반역, 반락"이라 지칭했다. 국제적 명성의 해외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한스 베른하르트 독일 칼스루헤 대학 교수, 일본의 이마모토 히로다케 교토대 교수, 맷 콘돌프 미국 버클리대 교수, 핸리히 프라이제 독일 연방 자연보호청 하천분석관, 랜돌프 헤스터 미국 버클리대 교수 등은 한국의 4대강사업 공사 현장을 방문하고 "4대강사업은 복원을 가장한 파괴"라고 평가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자연에 대한 강간"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써가며 4대강사업을 비난했다.

4대강사업은 국내외에서 ‘최악의 구시대적 사업’으로 평가됐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었다. 그럼에도 4대강사업은 강행됐다. 어떻게 추진될 수 있었을까? 우리 사회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업을 막아내지 못할 만큼 후진적이었을까?

국가시스템을 동원해 강행된 4대강사업

그 이유를 몇 가지 프레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욕망 자극 프레임이 사용됐다. 4대강사업의 본질은 대규모 토건 사업으로서, 정치인들은 대형 사업을 자신의 치적화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개발부처 관료들은 자기 부서의 존속과 예산 확보를 위한 욕망이었고, 대형건설사들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토건사업 비중을 유지하려는 욕망이었다. 이런 거대 욕망은 땅 투기를 조장했다. 4대강사업 주요 지역에 외지인 소유 토지 비율이 50퍼센트, 70퍼센트가 넘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투기에 참여한 이들은 자신들의 이득이 걸려 있는 만큼 4대강사업에 찬성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둘째, 정치 선동 프레임이 작동했다. 4대강사업의 뿌리는 2007년 이명박의 대선 공약이었던 한반도대운하였다. 2008년 6월 국민의 촛불 저항에 이명박은 "국민이 반대한다면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4대강 정비사업'으로 추진했다. 2008년 말 이명박은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하지만 나는 4대강 재창조로 본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4대강사업은 '4대강 살리기사업'이 됐다. 내용은 강 죽이기이며 대운하사업인데, 포장만 강 살리기가 됐다.

언어의 오염은 의도된 프레임이었다. '살리기'의 전제는 '죽었다'가 된다. 죽은 강을 살리는 것이, 그것도 단기간에 살리는 것이 드라마틱한 성공을 만들 수 있기에 말이다. 그래서 MB 정권 초기 국토부 홍보영상에서 '철새가 찾지 않는 강', '물고기가 살 수 없는 강',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강' 등의 사실과 다른 정치 선동이 나왔다. 여기에 정치인, 전문가, 관료들이 대거 동원됐다. 이들은 각종 언론매체, 강연회와 조직을 동원해 4대강사업을 기후변화 대비, 수질 개선, 경기활성화 등 못 할 것이 없는 '전지전능한 사업'으로 만들고자 했다. 또한 타당성 부족, 국민 의견 수렴 부족 등으로 한반도대운하를 비판했던 보수언론들이 가세해 국민 여론 왜곡에 앞장섰다.

셋째, 탄압 프레임이 등장했다. 4대강사업은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상식을 부정한 이들과의 상식 논쟁이었다. 그러나 이명박과 측근들은 4대강 비판 진영을 '반대를 위한 반대 집단'이라 매도하더니, '좌파들의 전술'이라는 색깔론까지 들고 나왔다. 비판 진영 폄훼에 이명박이 직접 앞장섰다. 여기에 <조선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 보수언론과 정치인,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가기관도 동원됐다. 2012년 초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문건에는 비판 진영을 불순세력으로 지칭했다. 2013년 3월에는 국정원이 '종북세력', '내부의 적'으로 규정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 검찰,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등도 4대강사업을 옹호하면서 비판진영 탄압에 가세했다. 결국 4대강사업은 토건욕망에 사로잡힌 이명박과 그 측근들이 국가시스템과 사회적 공론의 장을 장악해 민주주의와 우리 사회의 이성과 상식을 마비시키며 강행한 사업이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9년 4월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4대강 살리기' 합동보고대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4대강 범죄 책임져야 할 S급 찬동 인사들

4대강사업은 혈세낭비와 재앙이 예견됐다. 실제 4대강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해도 될 만큼 피해가 극심하다. 국민의 식수원에 독성 녹조라떼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고, 어민과 농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행정기관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어류가 떼죽음 당하고, 새들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4대강사업은 단지 강을 망쳐버린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등 무형의 가치를 훼손시켰다. 그에 따른 피해는 국민들이 받고 있다. 이는 이명박 등 소수의 권력층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에게서 나오는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한 범죄행위였다.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등에서는 4대강사업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면서 이 사업에 적극 찬동했던 이들을 가려냈다. 정치인, 전문가, 관료, 사회인사 등 모두 282명에 이른다. 이들 모두 4대강 대국민 사기극의 부역자들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책임져야 할 인사들을 별도로 추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김건호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심명필 전 4대강 추진본부 본부장,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이재오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차윤정 전 4대강 추진본부 환경 부본부장 등 10명이다. 이들이 '4대강 S(스페셜)급 찬동 인사들'이다.(이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환경운동연합 누리집(www.kfem.or.kr)에서 확인 가능하다)

프랑스의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나치 부역자 처벌 반대 여론에 대해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공화국 프랑스는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마찬가지다. 4대강사업에 부역한 이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제2의 4대강사업과 같은 범죄에 용기를 주는 어리석은 짓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서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이들을 벌하는 것 역시 사회적 이성이자 상식 아닌가. 4대강 부역자들에 대한 역사적,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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