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에도 없는 박근혜표 주택 정책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박근혜표 주택 정책
[시민정치시평] 주택 정책 정상화의 첫걸음 뉴스테이 정책 폐기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전국적인 부동산 광풍으로 전‧월세가가 폭등하자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세입자들의 죽음이 이어졌다. 전면 철거 방식의 개발 현장에서는 철거 세입자들이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목숨을 건 싸움을 이어갔다. 안타까운 희생과 오랜 투쟁의 결과 우리 사회는 1980년대 말 '공공 임대주택의 공급 확대를 통한 주거 문제의 점진적 해결'이라는 주택 정책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영구 임대 주택의 최초 건설이 시작된 1989년은 대한민국의 공공 임대주택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이다. 노태우 정부의 영구 임대, 김영삼 정부의 50년 공공 임대, 김대중 정부의 국민 임대,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과 같이 정권마다 공공 임대주택의 대표 브랜드는 달라졌다. 김대중 정부의 국민임대주택을 계승한 노무현 정부만이 예외적으로 정권 차원의 공공 임대주택 브랜드를 만들지 않았다.

19세기 말이나 세계 1·2차 대전 이후 공공과 민간에 의해 비영리 목적의 사회주택(social housing) 공급을 시작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시작은 늦었지만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공공 임대주택 정책을 모범적으로 추진해왔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30년 이상 장기 공공 임대주택 재고는 약 88.6만 호로, 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의한 일반 가구 수 대비 비율은 4.6%이다.

다른 나라보다 늦게 시작해, 90만 호에 가까운 공공 임대주택 재고를 보유하게 된 우리나라의 공공 임대주택 정책은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알려져 있으며, 2016년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의 20만 호 공공 임대주택 공급 공약은 우리나라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공공 임대주택 정책이 앞으로도 계속 대만의 롤모델로 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장기 공공 임대주택의 재고가 크게 늘고 있지 않기 때문이며, ‘뉴스테이(New Stay)’가 박근혜 정부에서 제도화되었기 때문이다. 뉴스테이는 공공성 부족으로 비판받아 온 기존의 5년·10년 공공 임대주택에서 공익은 빼고 사익만 높인 4년·8년 임대주택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8월 임대주택법 등의 전부 개정을 통해 뉴스테이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일명 뉴스테이법)'까지 제정하며 도입했다. 법 제정 과정에서 높은 임대료, 그린벨트 해제, 기업에 대한 특혜 우려가 제기되었다. 19대 국회 사무처의 김수홍 수석전문위원은 법안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중산층의 주거안정 효과는 당초 기대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며, 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은 과도한 측면이 있어 적정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법안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와 19대 국회 당시 거대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법 제정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은 채 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대한민국이라는 정상적인 국가에서 공공의 지원은 있되 공익은 확보되지 않는 영리 목적의 민간 임대주택을 지원하는 이런 이상한 법안이 통과될 리가 없을 것’이라는 나의 믿음과 바람은 무참히 깨졌다. 정권 차원에서 추진한 뉴스테이 법안 관련 토론회와 공청회는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주택 정책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관료들의 법안에 대한 옹호 속에 여당 의원들은 물론 야당 의원들도 법안의 통과 과정에서 거수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대한민국 주택 정책의 비정상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비싼 월세 주택인 뉴스테이는 법을 통해 자금, 세제 등 다양한 지원뿐 아니라 그린벨트 해제, 타인의 재산권 수용 권한까지 부여받게 되었다.

뉴스테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너무 당연한 주택 정책의 원칙들이 훼손되었고, 공공 임대주택 공급에 투입되어야 하는 소중한 사회적 자원이 가치 없이 소진되고 있다. 우선 뉴스테이로 인해 사회적 편익에 따른 공공의 지원이라는 주택 정책의 원칙이 훼손되었다. 뉴스테이법에 앞서 2015년 1월 제정된 '서울특별시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는 민간 비영리 주체를 공급 주체로 하는데, 조례 제4조에서는 공공의 자원이 투입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유·무형의 사회적 편익이 기대되는 경우에만 지원한다는 사회적 편익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서울시의 사회주택과 달리 뉴스테이에서는 다양한 공적 지원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인 초기 임대료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뉴스테이의 임대료는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신규 아파트라는 이유로 주변 시세보다 높은 경우도 많다.

서울에서 공급되는 뉴스테이는 40제곱미터 미만의 소형 주택도 월 임대료가 100만 원이 넘어 최고소득층만이 임대료를 부담할 수 있다. 초기 임대료 규제가 없는 민간 임대주택에 대한 공공의 지원은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것으로 박근혜 정부는 세계사에 남을 부끄러운 정책을 창조해냈다. 이 법률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한 기억과 반성을 통해, 다시는 이런 비정상적인 법률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뉴스테이는 취약계층에 대한 우선 지원이라는 주택 정책의 기본 원칙 또한 위배했다. 정부는 뉴스테이 공급 확대에 정책 역량을 집중했는데, 한때 대형 뉴스 전광판에서는 유명 축구선수를 모델로 하는 뉴스테이 광고가 매일 나왔고, 심지어 동네 파출소에서도 작은 전광판을 통해 뉴스테이를 매일 광고했다. 뉴스테이가 정부의 중점 사업으로 추진된다는 것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층이 정부의 주요 정책 대상이라는 의미이다. 이는 ‘모두를 위한 주거권의 실현을 위해, 가장 취약한 계층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택 정책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위배된다.

뉴스테이는 장기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 투입되어야 할 유한한 자원인 토지, 주택도시기금, 재정 등을 소모하여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소득 가구 대상의 영구임대·국민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사업 승인을 받은 택지마저도 뉴스테이에 전용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17년도 예산안에서, 2016년도에 비해 국민 임대주택 사업은 예산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뉴스테이는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점은 뉴스테이가 공공 임대주택에 미치는 악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집이 안정된다는 것은 삶이 안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시장을 통해서는 스스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저소득 가구의 경우 영구 임대주택, 매입 임대주택과 같은 저렴한 임대주택은 삶을 결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공공 임대주택은 병원에 갈 때만 1년에 몇 번 계단이 있는 지하 셋방에서 나올 수 있는 장애인의 삶을 바꿀 수 있고, 월세 부담으로 자라나는 아이에 대한 식료품비를 줄여야 하는 한부모 가정의 삶을 바꿀 수 있고, 여전히 재래식 공동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쪽방 거주 독거노인의 삶을 바꿀 수 있고, 지하·옥탑·고시원을 전전하는 청년의 삶을 바꿀 수 있다. 국민들이 어떤 집에서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불하며 살 것인지에 대해 국회와 정부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토지와 기금 못지않게 뉴스테이가 소모하고 있는 소중한 사회적 자원은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열정과 노력이다. 국회의원들과 국토교통부의 관료들이 집으로 인한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국민들의 삶을 바꾸기 위한 정책에 그들이 가진 역량을 집중한다면 우리나라의 주택 정책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를 통해 우리는 공공 임대주택 건설에 소요될 토지와 재정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공 임대주택의 확대는 정부의 정책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당연한 사실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뉴스테이 정책을 폐기해 뉴스테이가 훼손한 주택 정책의 기본 원칙을 바로 세우고, 뉴스테이가 소진하고 있는 소중한 사회적 자원을 공공 임대주택 공급에 집중해야 한다. 비바람, 눈보라를 마다하지 않고 지난 가을과 겨울 광장을 지킨 촛불 시민들이 바라는 대한민국의 주택 정책은 뉴스테이 정책 폐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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