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도 다이어트가 필요해
냉장고도 다이어트가 필요해
[함께 사는 길] 꽉 찬 냉장고, 대량소비는 이제 그만
냉장고도 다이어트가 필요해

24시간 365일 절대 꺼지지 않는, 아니 꺼지면 안 되는 물건이 있다. 바로 냉장고다. 1960년대 우리나라에 선보인 냉장고는 1990년에 이미 보급률 100퍼센트를 넘었다. 이제는 "집에 냉장고 있어?"보다 "냉장고 몇 대 있어?"가 자연스럽다. 용량도 엄청 커졌다. 800리터(ℓ)를 넘어 900리터까지 나오고 있다. 냉장고가 몇 대이든, 용량이 얼마이든, 어느 냉장고든 공통점이 하나 있다. 늘 꽉 차있다는 것이다.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우리 집에도 냉장고가 있다. 김치냉장고까지 더해 두 대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또 어떤 식재료든 상관없이 모두 냉장고에 넣어야 안심이 된다. 그러다 보니, 냉장고는 늘 비좁고 때론 쑤셔 넣었던 물건이 떨어져 발등을 찍기도 한다. 헌데도 먹을 게 없다고 장을 보러 나간다. 사실 꽉 찬 냉장고에서 무엇이 들어있는지조차 확인 못 할 때가 태반이다.

냉장고를 열어보자. 홈쇼핑에서 산 떡갈비, 마트에서 '1+1'이라고 산 햄, 검은 봉지 안에서 그대로 곤죽이 되어버린 야채, 먹다 둔 치킨, 말라버린 귤 등. 이쯤 되면 먹을 것을 보관한 것인지 쓰레기를 보관한 것인지 헷갈린다.

냉장고 파먹기로도 해결이 불가능, 냉장고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pixabay.com


냉장고를 맹신하지 말라

사실 냉장고에서도 세균은 산다. 그저 그들의 활동을 정지시키거나 저하시킬 뿐, 이들의 활동을 막지는 못한다. 식약청이 50가구의 냉장고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헌데 조사 결과 43가구에서 최고 6만8000마리(g당)의 세균이 발견됐고 냉장고에 보관 중인 햄이나 두부, 소시지 등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이 확인됐다. 당신의 냉장고도 안심할 수 없다.

특히 냉장고에 너무 많은 음식을 넣어두면 냉장효과가 떨어져 세균이 번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냉장고 전체 용량의 70퍼센트 정도만 채우는 것이 적절하며 정기적인 내부 청소와 함께 냉장온도는 0~5℃, 냉동온도는 영하 18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대량소비는 이제 그만!

카트를 붙잡고 다짐한다. "꼭 필요한 것만 사자." 헌데 마트를 돌고 계산대 앞에 서면, 카트에 물건이 한 가득하다. 특가니, 한정판매니, 1+1 앞에 무참히 무너지고 만 것이다. 언젠가는 먹겠지 스스로 위안하며, 식재료를 냉장고에 넣는다. 하지만 다들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언젠가가 잘 오지 않는다는 것을…. 냉장고가 있어 대량소비를 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대량소비 때문에 냉장고가 필요한 것일까. 분명한 것은 잔칫상을 준비하지 않는 이상 대량소비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이 지척에 있다. 그것도 싱싱한 것으로 말이다.

▲ 마요네즈, 양파, 감자, 통조림, 오이, 꿀, 마늘, 대파, 밀가루, 약 등은 냉장고 보관 시 변질된다. ⓒ프레시안


냉장고가 아니어도 괜찮아


굳이 비좁은 냉장고를 비집고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다. 아니, 냉장고에서 더 망가지는 제품들도 있다. 햇빛이 비치지 않고 통풍이 잘되는 공간에 식품 보관 창고를 만들어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마요네즈
마요네즈를 만들어본 적 있는가. 계란노른자에 식초나 레몬즙, 소금을 넣고 식물성 기름을 조금씩 넣으면서 계속 휘저으면 부드러운 크림의 마요네즈가 된다. 계란 노른자 때문에 냉장고에 넣어 두어야만 할 것 같지만 상온에 보관해도 괜찮다. 오히려 냉장고에 두면 기름이 분리되어 쉽게 상할 수 있다.

양파
냉장고는 양파에 들어있는 수분이 양파의 조직을 물러지게 하고 심지어 곰팡이까지 생기게 한다.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감자
감자를 냉장 보관하면 감자의 녹말 성분이 당분으로 변한다. 감자 보관온도는 7~10℃가 적당한데 어둡고 서늘한 곳에 신문지나 종이에 싸서 보관한다. 이때 사과를 함께 보관하면 사과에서 에틸렌 가스가 나와 감자 싹이 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통조림
혹시 냉장고에 고등어 통조림이나 참치 통조림 등이 들어있는가. 그렇다면 당장 꺼내시길. 통조림은 식품을 채우고 밀봉한 후 외부로부터의 미생물 침입을 방지하고 가열살균까지 해 장기 저장이 가능하도록 한 제품이다. 개봉한 것이 아니면 상온에서 보관해도 안전하다.

오이 등 아열대 채소들
원산지가 열대 혹은 아열대 지방인 과일과 채소는 추운 것을 싫어한다. 온도가 낮으면 주름이 잡히거나 갈변, 비타민C 감소 등의 증상이 일어난다. 아열대가 고향인 오이는 온도가 너무 낮으면 세포벽이 손상되고 변색한다고 한다. 토마토도 냉장 보관하게 되면 색이 변하고 물어진다. 신문지에 싸서 실온에서 보관하다가 먹기 전 냉장 보관했다 바로 꺼내먹는 것이 좋다. 가지, 무, 호박, 바나나, 파인애플, 오렌지 등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상온 보관해야 하는 채소와 과일들이다.


밀봉만 잘하면 절대 상하지 않는다. 귀한 꿀이라 냉장고에 보관할 수도 있지만 딱딱하게 굳어져 먹을 때 불편할 뿐이다.

마늘
냉장고 안에서 싹을 틔운 마늘을 본 적 있는가. 마늘을 저온에서 보관하면 싹이 트고 심지어 곰팡이도 필 수 있다. 또한 냉장고 안에서 멀쩡해 보여도 마늘을 다질 때 초록색으로 변색하기도 한다. 이는 저온에서 저장할 때 마늘이 싹을 틔우기 위해 엽록소를 모으면서 생기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먹어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상온(20 ~30℃)에서 보관한 마늘은 녹변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파
가장 좋은 방법은 뿌리가 달린 대파를 화분에 심어 보관하는 것이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잘라 먹어도 또 싹을 틔우고 틔워 한동안 대파 살 일은 없을 것이다.

밀가루
밀폐된 용기에 보관한다면, 냉장고가 아니어도 괜찮다. 밀가루를 보관할 용기가 잘 건조되었는지만 확인하자.


냉장고에 약을 보관하면 습기가 차거나 침전물이 생겨 약 성분이 변질하기 쉽다. 특별히 저온 보관이 필요한 약을 제외하고는 상온에 보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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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