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육아, 아빠도 '사랑 고생' 하자"
"남성 육아, 아빠도 '사랑 고생' 하자"
[박진현의 제주살이] 육아는 부모 공동의 책임이다
"남성 육아, 아빠도 '사랑 고생' 하자"

얼마 전 제주가족여성연구원에서 진행한 '제주 지역 남성의 돌봄 참여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 참여했다. 아빠 육아휴직을 두 번 하다 보니, 남성 돌봄 관련해서 연구자 인터뷰, 여성단체 인터뷰 등을 몇 번 한 적이 있다. 지난 달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서 연락이 와서 인터뷰를 했다. 그 인연으로 이번 간담회에도 초대받았다. 이후 연구 방향을 잡기 위한 간담회라서 비공개다. 그러다보니 그 날 있었던 내용을 자세하게 다룰 수 없지만, 내가 했던 말을 위주로 이야기를 해볼까 싶다.


간담회에 초대 받고 무슨 말을 할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모 방송국에서 하는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주제가 우연찮게 남성육아였다. 각 나라의 육아휴직 제도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스웨덴의 경우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남성 육아 휴직 할당제가 있다. 엄마,아빠가 육아휴직을 무려 480일이나 쓸 수 있다, 엄마,아빠가 반반씩 나눠 쓸 수 있으며, 적어도 90일을 아빠가 써야 한다. 육아휴직하는 아빠들을 '라떼 대디'라고 부른다. 유모차를 끌고 라떼 한잔 하는 아빠들이라는 뜻이라나.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이번 대선 공약으로 스웨덴과 유사하게 '아빠,엄마 육아휴직 의무할당제' 도입을 내걸고 있다. 육아휴직 기간을 현행 12개월에서 16개월로 확대하되, 3개월씩 부부가 반드시 육아휴직을 사용해야 한다.

스웨덴과 같이 남녀가 평등한 사회적 문화와 직장 분위기가 없는 상황에서 '아빠, 엄마 육아휴직 의무할당제'가 제대로 시행되겠냐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그러기에 오히려 강한 제도를 도입해 사회적 분위기와 인식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 '남성 육아'를 의무화하는 제도가 도입돼야 육아와 돌봄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다. ⓒjtbc 화면 캡쳐


<비정상회담>에서 프랑스 대표로 나온 여성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누가 배우자냐가 가장 중요하다". 즉 아무리 제도적 뒷받침이 잘 되어 있어도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일이라고 하늘이 정해준 일'이라고 생각하는 남자와 한국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살더라도 '독박육아'는 정해진 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첫째 윤슬이 때 육아휴직을 하면서 무척이나 힘들었다. 군대에서 제대를 기다리는 것만큼 육아휴직 기간 동안 시간이 안 갔다. 세상에 육아가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아빠 7년차쯤 되니까 여전히 어려운 것도 있지만, 행복하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이렇게 되는 동안에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래서 든 생각. 초, 중,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육아에 대해서 가르쳐야 한다고. 나는 '제주 지역 남성의 돌봄 참여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참여해서 이 말을 했다. 5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모두 "육아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몫이 있고, 엄마 아빠가 오롯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집에서 기저귀 가는 일, 우는 아이를 달래는 일, 이유식 만들고 먹이는 것까지 국가가 우리 집에 들어와서 해줄 수 없는 노릇이고, 어쨌든 엄마 아빠가 해야 할 일이다.

육아와 돌봄은 부모 공동의 책임이어야 하고, 국가는 공동책임을 뒷받침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학교에서 가르치자. 솔직히 육아의 힘듬도 말하고, 행복함도 말하자. 여성 일자리가 남성보다 임금이 낮고 비정규직이 많은 것은 육아와 가사가 여성이 해야하는 일이라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까지 수업시간에 가르치지면 욕심일까. '착취를 얘기하자'고 주장하면 아마 종북좌파가 되겠지. 최소한, 모성만 강조해서 꼰대만 키우는 교육과 사회에서 탈피하자.

나는 어렸을 때 엄마가 고맙다는 생각을 별로 안했다. 엄마가 우리를 키우고 부엌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못된 생각이다. 얼마 전 윤슬이가 엄마한테 "엄마 아빠 고마워, 우리를 돌봐줘서"라고 말했다. 육아와 가사가 부모 공동책임이 되었을 때, 그 일은 엄마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윤슬이가 몇 십 년 전 어린 나와는 다르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나름 우리 집에서 실현하려는 평등육아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내는 얼마 전부터 성당을 다닌다. 교리공부까지 합치면 일요일 오전은 남자 셋만의 시간이다. 지난 일요일 오전 목욕탕에 가기로 약속했는데, 윤슬이와 은유가 공룡접기를 해달라, 미니카를 접어달라고 요구했다. 그것도 무척이나 난이도 높은 것을. 쉬운 것을 하자고 그렇게 사정했지만 아이들에게 거절당했다. 끙끙대다가 결국 실패. 아이들은 징징거렸고, 지금 안 가면 목욕탕을 못 간다고 협박을 해서 겨우 상황이 종료됐다. 목욕탕 가는 차안에서 나도 모르게 "에휴... 힘들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윤슬이가 "아빠 고생이지. 힘내"라고 말했다. 형아 말을 들은 네 살 은유는 "사랑고생이지"라고 말했다. 만 세 살도 안 된 아이가 무슨 의미로 말했는지 모르지만, 남자 셋이 차안에서 "깔깔깔" 웃음이 터졌다. "사랑고생"이라니...그래 "사랑고생" 맞다.


▲ 유채꽃밭에서 즐거워하는 아이들. "사랑고생" 맞다. ⓒ박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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