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유시민·심상정, 운명처럼 끈끈한 30년 인연
김문수·유시민·심상정, 운명처럼 끈끈한 30년 인연
서울대 운동권 선후배, 정치권 문턱 넘으며 敵으로
2010.05.13 17:07:00
김문수·유시민·심상정, 운명처럼 끈끈한 30년 인연
김진표-유시민 간의 단일화 승부에서 유시민 후보가 드라마틱한 승리를 거두고 민주노동당 안동섭 후보는 사실상 유시민 후보와 단일화 의사를 피력했다. 이로써 경기도지사 선거는 김문수, 유시민, 심상정 3파전이 전개될 전망이다.

현역 도지사인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 '영원한 노무현의 남자' 유시민 후보, 진보정치의 상징 심상정 후보 등 '삼색 후보' 세 사람 간 뿌리 깊은 끈끈한 인연이 다시 화제다.

김문수와 유시민 동생, 전기고문 당하면서 심상정 행방 감춰

세 사람의 인연은 삼십 여 년 이상 묵은 것이다. 김문수 후보가 서울대 경영학과 70학번이고 경제학과 출신인 유시민 후보와 역사교육과 출신인 심상정 후보가 78학번 동기에 1959년생 동갑내기다. 김 후보와 유 후보는 같은 경북 출신이고 유 후보와 심 후보는 같은 시기 서울대 언더서클 농법학회와 대학문화연구회에서 각각 활동했다.

1974년 일찌감치 학교에서 제적되고 노동현장으로 투신한 김문수는 유시민과 심상정의 전범이었다. 김문수는 환경관리기사, 안전관리기사, 열관리기능사 등 각종 자격증을 획득하고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까지 지냈고 심상정은 선배의 뒤를 이어 미싱사 자격증을 따고 구로공단에 위장취업했다.

세 사람은 1980년대 중반 비합법단체인 서울노동운동연합에서 만난다. 전태일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이었던 김문수가 서노련 지도위원이었다. 1986년 '5·3 인천사태'로 김문수가 체포된 이후는 심상정이 뒤를 이었다.

김문수가 송파구 보안사 분실에서 생사를 오가는 전기고문과 물고문을 당하면서도 심상정의 행방을 털어놓지 않았다는 것은 꽤 알려진 일화다. 이때 함께 체포돼 역시 '심상정의 행방을 대라'는 요구와 함께 물고문을 당한 유시주 씨는 유시민의 친동생이다.

김문수의 부인으로 구로공단 세진전자 노동위원장이었던 설난영 씨와 심상정의 친분도 깊다. 심상정에게 부군인 이승배 씨를 소개시켜준 사람은 바로 김문수다. 세 사람은 글자 그대로 피와 눈물과 정을 나눈 사이인 셈이다.

1990년 소비에트 붕괴로 갈라진 길

반독재·노동 운동의 전위에 함께 서 끈끈한 정을 쌓아 온 세 사람은 198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해 1990년 소비에트 붕괴를 기점으로 철학과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먼저 유시민이 1988년 평민당 이해찬 의원의 보좌관으로 제도권 야당에 발을 들였다. 김문수는 1990년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등과 함께 민중당의 깃발을 올렸다. 그는 1994년 한국노동연구원 현대자동차 노사관계진단팀장을 맡으며 오른쪽을 향하기 시작했고 1996년 신한국당 후보로 영입돼 금배지를 달았다.

이후 세 사람 간의 간극은 더 벌어졌다. 김문수는 신한국당-한나라당에서 '매파'로 불리며 승승장구했고 2006년에는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한나라당 기준으로도 오른쪽으로 보인 그의 행보에 대해 "운동권 출신이 더 한다"는 뒷소리가 따랐다.

유시민은 독일로 유학을 갔다 돌아와 필명을 날렸고 2002년 대선 국면에서 개혁당을 창당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옆을 지킨 이래 오늘에 이르렀다. 2004년 민주노동당 깃발 아래 가장 뒤늦게 정치권에 뛰어든 심상정은 단박에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성장해 열린우리당-민주당, 한나라당과 전방위적 대립각을 세웠다.

선명한 입장 차이에도 모진 소리 못하는 세 사람

기구한 인연의 세 사람이 2010년 경기도에서 다시 만났다. 이런 까닭에 정치적 입장은 제각각 다르지만 이들 세 사람은 서로에게 모진 소리를 피했다. 난타전을 앞두고 상대방에 대한 예우를 보인 것이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단일 후보 결정 이후 "유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장관을 지냈고 아직도 노무현의 사람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도민들께서 이런 점을 잘 알고 계실 테고 이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해주시리라 본다"라고 말했을 뿐이다.

외려 그는 "유 후보는 어릴 때부터 워낙 오랫동안 함께 지냈고 가족들까지도 잘 아는 사이라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꿰뚫어 보고 있다"며 "상대가 어떤 행보를 취할지는 서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말했다.

유 후보 역시 "김 후보가 보안사에 불법연행 돼 엄청난 고문을 당할 때 여동생도 같이 가 있었다. 오래 전부터 친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냉철한 이미지의 심상정 후보도 두 사람에 대해선 날선 소리를 피하는 편이다. 사석에서도 몇 번이나 "김문수, 유시민 어때요?"라고 물어봤지만 "똑똑하고 대단한 사람들이지"라는 문장 이상의 답을 들어 본 기억이 없다.

지난달 <프레시안> 주최 경기도지사 야권 후보 토론회 직전 유 후보와 심 후보는 "목소리가 왜 그래?", "응. 감기 걸려서", "나한테 전염시킬려는 거지, 내 옆에 오지 마"라며 흡사 남매 사이 같은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peyo@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