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한민구 면죄부' 배경은?
靑 '한민구 면죄부' 배경은?
文대통령 "충격적"이라던 사드 조사 봉합 수순
2017.06.05 18:28:43
靑 '한민구 면죄부' 배경은?
청와대가 5일 발표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보고 누락 파문 관련 조사 결과는 당초 이 문제를 쟁점화시켰을 때와는 달리 크게 완화된 수준으로 사실상 매듭됐다. (☞관련 기사 : 靑 "황교안엔 보고, 文대통령엔 누락")

이번 진상 조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안보실과 민정수석실에 공동 진상조사를 지시해 시작됐다. 여권은 "국기 문란 사건"으로 규정하고 국회 차원의 사드 청문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당초 실무선에서 작성한 보고서에 언급됐던 사드 반입 현황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삭제했는지가 진상 파악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또한 환경영향평가 회피 목적이 있는지도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국방부 실무자들을 비롯해 한민구 국방부장관,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을 청와대로 불러 조사했다. 특히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오찬 자리에서 사드 추가 반입 여부를 묻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의 물음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하며 짐짓 모른척 했다는 대화 내용까지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핵심 의혹으로 조사한 "의도적 누락" 책임은 위승호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한 명이 짊어지게 됐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보고서 검토 과정에서 위승호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해당 문구들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에 대한 직무배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 실장의 개입 가능성은 청와대의 발표 이전에 거론됐던 내용인 데다, '국기 문란'이라는 지적까지 받은 중대한 사안을 현역 중장인 위 실장 한명이 단독으로 지시했다는 점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민구 장관과 김관진 전 안보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삭제) 지시를 했다든지 이런 내용은 현재로선 확인 된 바 없다"고 했다. 그는 한 장관이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 보고를 받았을 것"이라면서도 "누락 경위에서 (한 장관의) 명백한 지시가 있었느냐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 장관이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회피성 답변을 한 데 대해선 "정 실장이 질문을 해서 답을 받았지만 정 실장은 (한 장관에게) 답변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추가 질문은 하지 않았다"며 "정 실장이 추가 질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장관의) 법적 책임 문제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금 새로운 국방부 장관을 모셔야 할 시점이어서 (한 장관에 대한) 별도의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청와대는 보고 누락 책임자로 위 실장 한 명을 지목한 데 이어, 보고 누락 의도가 무엇인지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은 채 조사를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고위 관계자는 "우리도 이해가 잘 안되는 상황"이라며 "왜 굳이 누락하려 했는지 이렇다저렇다 말하기 어렵지만, 의도성에 대해선 이해가 안 가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미군 측과 비공개하기로 합의했다"는 국방부의 설명 외에는 청와대가 조사를 통해 밝혀낸 부분이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환경영향평가 회피 의혹 조사 제대로 될까?

국방부의 환경영향평가 회피 의혹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추가 조사를 지시함으로써 주한미군 측에 공여된 사드 부지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된 과정이 드러날 가능성은 남아있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윤영찬 수석은 "국방부는 그동안 주한미군에 공여된 부지에 사드를 배치하며 환경영향평가법상 전략환경영향평가 내지 환경영향평가 자체를 회피하려고 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국방부가 지난해 11월25일 작성한 보고서에서 전체 공여부지 70만㎡ 가운데 1단계 공여부지 면적은 32만8779㎡로 제한했고, 2단계는 37만㎡ 부지 공여 계획을 세웠다. 1단계를 33만㎡ 미만으로 지정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받도록 계획한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윤 수석은 "선정된 부지 32만8779㎡는 거꾸로 된 U자형 부지 모양인데, 가운데 부분을 제외하기 위해 기형적으로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를 보고 받은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적 관심사인 사드 배치가 국민이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하게 하려고 국방부에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라"며 "이와 함께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시도가 어떤 경위로 이뤄졌으며 누가 지시했는지 추가로 경위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한민구 장관도 청와대 발표 후 국방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환경영향평가 관련해서는 절차적 정당성을 더욱 더 높이라는 지침이기 때문에 국방부가 그런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국방부와 군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지침을 확실하게 구현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조사 결과 전체 공여부지 면적이 70만㎡인 것으로 드러난 데다, "적정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사드 부지에 대한 일반 환경평가나 전략적 환경영향평가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사드 문제 전반을 재검토할 시간을 벌어놓은 셈이지만, 사드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당초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받도록 한 국방부의 회피 의혹에 대한 추가 조사가 순조롭게 이어질지 확신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민정수석실이 추가 조사에서 손을 뗀 가운데, 추가 조사는 사실상 국방부의 자체 조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위 관계자는 "부처(국방부)가 보다 시간을 가지고 조사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감사원의 추가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물론 국방부가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조사 대상인 국방부가 철저한 추가 조사와 미진할 경우 감사원에 직무감찰까지 요청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새 국방부 장관이 부임 한 뒤 자체 조사와 감사원 감사를 요청할 수도 있으나, 장관 지명에서 인사청문회 통과까지 시일이 걸리는 만큼, 대내외적 상황 변화 여부와 문 대통령이 그때까지 절차적 정당성에 관한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압박' 의식한 정무적 봉합?

이처럼 문 대통령이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한 지 일주일 만에 청와대가 서둘러 보고 누락 파문을 봉합하게 된 배경은 국내 정치와 함께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 가능성을 감안한 조치로 관측된다.

우선 사드를 둘러싼 논란이 더 확산될 경우 정권교체기의 불협화음으로 비쳐 지지기반 다지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주보다 6%포인트 하락한 78%로 집계됐다. 

리얼미터는 "인사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공세가 본격화되고, 사드 보고 누락 파문과 관련한 야당의 대여 공세가 이어지면서 지지층 일부가 이탈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청와대는 여러차례 "국내적 조치"라고 이번 조사의 의미를 한정했음에도 이 문제가 이미 외교적 관심사로 부상한 대목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특히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각각 예민한 반응을 보이자 사드 문제를 둘러싼 외교적 부담을 줄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지난 1일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게 진상조사 경위를 설명한 데 이어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3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을 만나 "한국 정부의 조치"를 전했다.

미측이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 청와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맥마스터 보좌관은 "설명해줘서 고맙다"고 했고, 매티스 장관은 "이해하고 신뢰한다"고만 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방침을 일단 인정하겠다는 외교적 수사로 해석됐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고리로 사드 배치와 실전 운용 시기를 늦추려는 데 대한 미국의 의구심은 여전해 보인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와 국회 비준 동의 과정을 모두 거칠 경우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 연내 배치를 완료하려던 미국 측의 당초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속내를 반영하듯, 미국이 5일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군사 실무 책임자인 제임스 실링 국방부 미사일방어청장 및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접견토록 한 대목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링 청장과의 면담에서도 사드 보고 누락 조사 대한 정 실장의 설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에 적정하게 오늘 조사 결과에 대한 내용과 추가 조사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은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정 실장은 면담에서 "사드 관련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국내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사드 배치 관련 재검토 과정은 국익과 안보에 대한 최우선적 고려 하에 한미 동맹의 기본 정신에 입각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룩스 사령관과 실링 청장은 이에 대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신뢰한다"고 매티스 장관과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브룩스 사령관과 실링 청장은 주한미군 사드 체계의 일반 현황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기 체계로서의 사드의 효용성을 정 실장에게 강조함으로써 절차적 논란과는 별개로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재확인 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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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