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살라미 전술', 사드 뇌관 해체 성공할까
문재인의 '살라미 전술', 사드 뇌관 해체 성공할까
[문재인 정부 한달] ③ 살얼음판 외교안보 현안 시험대 올라
2017.06.09 15:03:34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을 달군 외교안보 이슈는 단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다. 미국과 중국의 상반된 이해관계를 배경으로, 국내적으로는 이념 갈등까지 얽힌 난제 중의 난제다. 


사드 도입 결정을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인 박근혜 정부는 대선을 보름 앞두고 사드 발사대 2기와 엑스밴드 레이더를 '알박기' 해 새 정부의 앞길에 빗장까지 걸어 놓았다.  


대선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차기 정부로 넘기라"며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새 정부 출범 뒤에도 이어지는 가운데, 외교안보 분야 최대 뇌관인 사드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접근법도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꺼내든 첫 카드는 '절차적 정당성 검증'이다. 청와대는 지난 5월 30일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 보고를 국방부가 누락했다는 발표를 시작으로 배치 절차에 대한 검증을 벌였다. 이후 청와대는 국방부 위승호 정책실장이 발사대 반입 보고를 누락했다는 점과 함께 환경영향평가 회피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 7일 청와대는 추가 반입된 사드 발사대 4기를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뒤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재 환경영향평가에서 이미 진행된 사항에 대해선 어찌할 수 없지만 추가 배치 되는 부분은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진영과 미국의 조야에선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빌미로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한 수순밟기에 나섰으며 이것이 한미 동맹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비판을 감추지 않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를 한다고 해서 굳이 철회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을 향한 메시지다. 

절차적 정당성 검증의 끝이 지연된 사드 배치일지, 철회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같은 '시간 벌기' 전략으로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열렸다는 점은 인정할만 하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절차 정당성이 확보돼서 실제 사드를 배치한다고 하더라도, 조건을 거는 배치를 하면서 중국에 양해를 구하는 방법을 전략으로 삼을 수 있다"며 "정부는 이와 같은 '전략'을 여러 가지로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일종의 '살라미' 전술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살라미 전술은 하나의 과제를 부분별로 세분화해 해결해 나가는 협상 전술이다. 김 교수는 "시간적인 의미의 살라미일 수도 있고, 전략적인 의미의 살라미일 수도 있다"며 "절차 문제를 따지면서 시간도 벌고 정당성도 확보하면서 전략적 세분화도 가져가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지금 정부의 행동을 단순히 사드를 철수시키는 것으로 기정사실화하면 안 된다"며 "사드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미국과 중국 정부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건데, 절차적인 정당성을 부여 받고 여론의 지지를 받아야 미국과 중국에도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 정상회담, '동맹' 강조하는 선에서 


문재인 정부의 살라미 전술은 당장 외교적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달 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예정돼있다. 문 대통령의 첫 번째 정상외교라는 상징성이 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의 목표치를 낮춰 잡을 것을 조언했다. 한미 양측 모두 외교‧안보 라인의 진용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한 합의에 도달하기는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다.


중앙대학교 이혜정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이 굉장히 특이하다. 보통 실무 선에서 의제를 비롯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그 상황에서 대통령이 만나서 상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인데, 지금은 양측 모두 실무진 진용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그래서 우선은 한미 동맹에 대한 원칙적이고 상징적인 선언 정도만 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한미 동맹 잘하겠다' 정도만 이야기하고 돌아오는 것을 현실적인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나 싶다"며 "진용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현안을 해결하는 정상회담은 힘들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사드 문제를 비롯해 방위비 분담금, FTA 등 한미 양측이 관심있는 현안들은 쌓여 있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최악의 상황은 (미국으로부터 사드, 방위비 분담금 등의) 청구서만 들고 오는 것"이라며 당면한 현안들은 좀 더 시간을 두고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엽 교수 역시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준비는 해야 한다. 하지만 사드든 방위비 분담금이든 우리가 먼저 제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설령 미국에서 사드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명쾌한 답을 주기 보다는, 한미 동맹이 중심이라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사드를 정상회담과 연계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고 주문했다.

이재호 기자 jh1128@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