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 박근혜 정부가 만든 이 '죽음의 숫자'
444, 박근혜 정부가 만든 이 '죽음의 숫자'
감사원 블랙리스트 감사 결과 발표...미르재단은 설립부터 '부실 덩어리'
2017.06.13 18:01:37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실 주도 하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지른 문화계 블랙리스트 지원 배제 사건이 총 444건에 이른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13일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의혹 해소를 위해 감사를 요구함에 따라 지난 1월 19일부터 3월 10일까지 실시한 문체부 기관운영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 결과 블랙리스트 사건이 특검 수사 결과 파악된 374건을 넘어선 444건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체부는 지난 2014년 3월부터 대통령비서실의 지시에 따라 산하기관 심의위원 후보자와 지원 사업 신청자 명단을 대통령비서실로 보냈다. 

비서실은 이를 통해 선정 또는 지원 배제 명단을 작성해 문체부로 내려보냈다. 문체부는 이 명단을 다시 산하기관에 내려보내, 그대로 이행토록 지시했다. 문체부가 비서실의 손발이 되어 블랙리스트 통제에 나선 셈이다. 

그 결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 등 총 10개 문체부 산하 기관이 심의위원 선정 시 특정 후보자를 배제하거나 지원 사업 대상에서 부당하게 배제했다. 분야별 배제 건수는 문화·예술 417건, 영화 5건, 출판 22건 등 총 444건이다. 

블랙리스트는 심의위원에게까지 유포됐다. 문예위의 경우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공연예술발표공간 지원사업'에서, 한문연의 경우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에서 블랙리스트가 활용됐다. 각각 기관은 심의를 주도할 수 있는 친정부 성향 심의위원을 사전 접촉해 블랙리스트를 공유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자가 지원 후보로 오를 경우, 심의위원이 사업계획서 부실 등의 핑계를 이유로 총 364개 특정 문화예술인·단체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영진위의 경우, 지난 2014년 4월 특정 영화를 상영한 전용관이 예비심사결과 지원 대상이 되자, 해당 전용관에 불리하도록 시설 관련 평가항목 배점을 조정한 후 예비심사를 재실시해 해당 전용관을 탈락시킨 사례가 드러났다.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 부당 삭감 논란도 사실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지난 2015년 4월 특정 영화를 상영했다는 이유로 영진위가 추진한 '2015년도 국제영화제 육성지원사업'으로 지원한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을 전년도 대비 50% 수준으로 삭감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해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은 전년 대비 6억6000만 원 줄어든 8억 원으로 결정됐다. 

감사원은 해당 사실을 확인 후 "문화적 표현과 문화예술활동의 지원이나 참여에 있어 차별 받았고, 국민의 문화권과 문화 다양성이 침해되었"다며 "영진위 지원사업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저해되었을 뿐만 아니라, 영진위의 직무상 독립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출판진흥원은 정부 예산으로 심사 후 구입해 공공도서관에 배포하는 세종도서사업에서 블랙리스트를 이용, 특정 출판사 서적을 부당 배제한 정황이 드러났다. 

2014년 문체부는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실에 문학 분야 블랙리스트 도서 9종을 전달받아 이를 출판진흥원에 알려주는 한편, 해당 도서를 세종도서로 선정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출판진흥원은 해당 지시를 무비판적으로 따라 심사위원들이 세종도서 심사 시 해당 도서가 선정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2015년에도 이 같은 절차에 따라 문학과 교양 분야 도서 13종이 세종도서 후보에서 부당하게 배제됐다. 

▲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두 주역 김기춘과 조윤선. ⓒ연합뉴스


한편 감사원은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에 관해서도 해답을 내놨다. 미르재단은 설립 당시부터 법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설립대표자는 재산을 출연하지 않았고, 재단설립자 20명 중 14명의 인감증명서가 불일치했다. K-스포츠재단 역시 설립자 20명 중 16명의 인감증명서가 불일치했다. 설립부터 졸속으로 이뤄진 셈이다. 

플레이그라운드는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멕시코 순방과 아프리카 순방 시 문화행사 대행업체 선정 과정에 허위 실적을 제출했음이 드러났다. 항공료 청구서와 영수증 금액을 조작해 총 5200여만 원을 부당 정산한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문체부는 이 해(2016년) 1~2월경 대통령비서실로부터 플레이그라운드를 선정하라는 지시를 그대로 이행해, 해당 업체에 총 15억여 원의 보조금을 교부했다. 

2014년 11월 문화의 날 행사에 시연된 늘품체조 보급 당시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은 담당자로부터 늘품체조의 운동 역학적,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보고를 받고도 보급을 지시했다. 해당 과정에 소요된 비용만 2억7000만 원이었다. 2015년 1월 국회로부터 늘품체조 최초 제안경위에 관한 질의를 받자, 김 전 차관은 "외부로부터 늘품체조 자료를 받아와서 전달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도록 실무자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김종 전 차관을 직권 남용 혐의로 수사 요청한 것을 비롯, 문체부 국장 7명 등 총 28명의 징계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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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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