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십자포화한 보수, 유일한 무기는 '색깔론'뿐인가?
문정인 십자포화한 보수, 유일한 무기는 '색깔론'뿐인가?
[정욱식 칼럼] 문정인 특보의 발언, 어떻게 볼 것인가?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포함한 한-미 연합군사훈련 규모 축소를 미국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그리고 바른정당에선 "대통령 특보가 북한 김정은 정권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를 대신 쓰는 것 같다"거나 "북한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저자세 외교"라는 식의 색깔론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심지어 문 특보의 사퇴까지 촉구하고 있다.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 언론도 이러한 터무니없는 주장을 유도하면서 밀어주고 있다.

하지만 문정인 특보의 발언은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의 입장과도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은 핵실험 유예와 한미군사훈련 중단의 맞교환이다. 중국의 '쌍중단(雙中斷)'은 여기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반해 문 특보 발언의 요지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미 군사 훈련 축소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정도이다. 여기서 '활동 중단'은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뿐만 아니라 이들 활동의 '동결'도 포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의 입장과 비교해도 훨씬 강력한 요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이러한 활동 중단을 '조건'으로 군사훈련 축소를 '논의'해볼 수 있다는 것도 크게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문 특보의 제안에 호응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문 특보를 '종북·반미'로 몰아붙이고 있는 국내 보수 진영의 행태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한미 군사훈련 중단의 유일한 사례는 '보수' 정권인 노태우 정부 때 있었다. 1991~2년 당시 노태우 정부는 미국의 조지 H.W 부시 행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팀 스피릿' 훈련을 중단키로 하고 이를 지렛대로 삼아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협정 체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하지만 92년 10월 한미 국방 당국이 느닷없이 이 훈련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하고 말았다. 한미 양국의 대선이 조우하는 시점에 양국의 강경파들이 북풍 몰이를 시도한 것이다. 그 결과 비핵화로 가는 문은 닫히고 한반도 핵 위기가 본격화된 바 있다.

이러한 사례가 오늘날 한국 정치에 시사하는 바는 대단히 크다. 보수 진영은 탄핵과 대선 참패를 거치면서 "새롭게 거듭 나겠다"는 다짐을 줄곧 해왔다. 하지만 보수 정당들이 오늘날 안보 문제와 관련해 보여주는 모습은 노태우 정부 때보다도 훨씬 뒤처져 있다.

문재인 정부나 그 주변 인사들이 미국 정부의 입장과 조금만 차이가 나는 입장을 밝히면, 이를 종북으로 몰아붙이면서 문재인 정부 흔들기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포용정책의 계승·발전을 다짐했던 국민의당마저 이와 부화뇌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정의당을 제외한 야당들은 문정인 특보의 발언을 문재인 정부를 공격할 수 있는 호재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야당들의 행태는 적반하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전략 자산이 한미군사훈련에 본격적으로 투입되고 또한 공개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본격화됐다. 그런데 정작 보수 정당들은 대선에서 "한국전쟁 이후 최악의 안보 위기가 찾아왔다"고 주장했었다. 한미동맹의 힘의 과시가 북한의 반작용을 초래해 오히려 한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안보 딜레마'를 본인 스스로도 인정한 셈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문정인 특보의 발언은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의 입장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또한 대북정책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또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좋은 토론거리를 제공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 진영은 문 특보가 마치 미국에 불경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터무니없는 색깔론을 펴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더욱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 있다. 이 땅의 보수 진영은 안보 문제를 문재인 정부의 '약한 고리'로 삼아 자신들의 '정치 안보'를 도모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우리 국민이 이러한 시대착오적이고 한국 국익에도 자해적인 색깔론을 바로 잡아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이 가짜안보와 진짜안보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와 실력을 갖추려고 노력할 때, 망국적인 색깔론은 힘을 잃고 새로운 대한민국이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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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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