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당 '색깔론' 헛심 이낙연 되치기
보수야당 '색깔론' 헛심 이낙연 되치기
청와대·정부 "전술핵 배치 고려 안 해"
2017.09.12 18:11:53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자유한국당 등 보수 일각에서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가 한목소리로 "고려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보수 야당의 주장에 대해 12일 "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어떤 옵션도 있지 않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보수 야당은 북한 핵실험에 대해 '전쟁도 각오해야 한다'는 식의 위험한 발언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전술핵 배치가 왜 불가하느냐고 이낙연 국무총리를 몰아세웠다. 

이 총리는 "전술핵 배치가 된다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무너질 뿐 아니라, 한국이 과연 세계의 경제 제재를 감당할 수 있나. 동북아의 핵 도미노 현상 우려도 있다. 주한 미군도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국제 사회의 반대 속에 핵 무장을 한국 정부가 실행할 경우, 북한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유엔(UN)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보수 야당 의원들을 향해 "전술핵 재배치가 가져올 리스크를 다 아실 것"이라며 "비핵화는 변함 없는 저희들의 정책이고, 정부는 전술핵 배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거듭 못 박았다.

이낙연 총리는 "미국의 전술 개념으로는 (어디서든 미사일을 쏠 수 있으므로) 전술핵을 포함해 그게 어디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이미 돼 버렸다"면서 "미국 핵 우산으로 (전쟁을) 억제하고,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군사적 행동, 또는 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어떤 옵션도 있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도 "진정한 평화는 전쟁을 외면하고 회피한다고 해서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전쟁도 불사할 각오로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한 바 없다"고 하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점을 언급하며 "정부 내에서도 이렇게 엇박자가 나도 되는 것이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국무위원들 사이에 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그것을 정책으로 엮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레벨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국방장관으로서 가용할 모든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수준이었다"고 '톤다운'했다. 송 장관은 "전술핵 배치는 실현 가능하지 않은 얘기인가?"라는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의 질의에 "정확한 말씀"이라고 답했다. (☞관련 기사 : 국방장관 "北 핵폭탄, ICBM 들어갈 수 있다")

전술핵 재배치 요구에 대해선 청와대도 분명하게 선을 그으며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검토한 바 없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는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는 방안의 하나로서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럴 경우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선 그는 "1991년 이후 우리 정부가 유지해 왔던 '한반도 비핵화'의 기본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북한의 핵폐기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명분이 약화되거나 상실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한 "남북한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동북아에 핵무장이 확산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런 문제들은 한반도에 전략적으로 부정적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것이 지금 현재 정부가 가지고 있는 기본 스탠스"라고 확인했다.

보수야당 색깔론 헛심에 이낙연 되치기

이날 대정부 질문에선 남북관계,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보수 야당의 색깔론 공격이 이낙연 총리의 반박에 맥을 못추는 장면도 여러번 나왔다.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평화 협정은 북쪽에서 주장하고 남한 동조 세력이 강조한 내용인 거 알죠?"라며 '평화 협정'을 체결하자는 주장에 색깔론을 덧씌웠다. 이에 이낙연 총리는 "평화 협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명품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남북 간 합의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1972년 박정희 정권이 체결한 '7.4 남북 공동 성명'에서조차 '평화 협정' 개념의 단초가 들어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시 작전 통제권(전작권)' 환수 논의에 색깔론을 덧씌우려는 자유한국당을 향해서도 "전작권 조기 환수도 문재인 대통령의 발명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2013년에 이미 박근혜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 사이에 일정한 조건하에서 전작권 조기 환수가 합의된 사안이고, 그게 그대로 다시 논의된 게 이번 한미 회담"이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이만희 의원은 이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운동권'이고, 위키리크스는 86그룹을 "반미주의자, 친북주의자로 규정한다"면서 문재인 정부 인사가 친북적이라는 색깔론을 들이댔다. 이낙연 총리는 "미국 정부의 시각이 언제나 옳다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 가운데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이명박, 박근혜 10년간 남북 관계가 파탄 났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햇볕 정책을 계승한다고 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고 치켜세워 눈길을 끌었다. 

다만,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에 너무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의를 했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대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미국의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무기 구매, 방위비 분담 인상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옳은 일인가"라고 물었고, 이낙연 총리는 "일방적으로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지원 의원은 "군사적 대응만으로는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도 없고, 수십조 원의 돈만 쓰게 되는데, 이런 상태로 계속 가는 것이 옳은가"라고 물었고, 이낙연 국무총리는 "무한정 끌려갈 수 없다는 것 저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현재는 북한이 대화로 돌아올 가능성을 차단하고 핵 무기를 완성하는 상황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은 국제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보지만, 국제적 지도자든 그 누구든 김정은과 대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밖에 이낙연 총리는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이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너무 시간을 끈 것 아니냐고 묻자, "법적 절차를 중요시하는 것 또한 미국이 한국에 알려준 민주주의의 원칙이다. 미국이 이해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드에 찬성한 국민에게 한마디 하라는 자유한국당 이만희 의원에 요구에는 "정부로서 불가피하게 사드 배치를 결정했습니다만, 이해해주시고 협조해주신 국민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dongglmoon@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획팀에서 노동 분야를 담당하며 전자산업 직업병 문제 등을 다뤘다. 이후 환자 인권, 의료 영리화 등 보건의료 분야 기사를 주로 쓰다가 2015년 5월부터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