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택시는 초록택시가 가야할 길을 갔을 뿐이고
초록택시는 초록택시가 가야할 길을 갔을 뿐이고
[문학의 현장] 5.18민주화 운동을 새로 조명한 <택시 운전사>
2017.09.13 15:03:35
초록택시는 초록택시가 가야할 길을 갔을 뿐이고
초록택시는 초록택시가 가야할 길을 갔을 뿐이고

거기 있던 사람이 없어져도 알 수 없는 장막이었으므로
초록택시는 초록택시의 길을 갈 뿐이었다
가는 길은 넓어졌고 알아야 할 일이 거기 있어서
초록택시는 초록택시의 길을 아직도 달리고 있다

37년 동안 막힌 골목들
들어섰다가 나왔다가 들어섰다가 또 돌아 나왔지만 
아직까지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증언, 규명, 인권, 심판, 회복 
이런 길들이 뚫리지 않아서
출렁이는 몸으로 출구를 찾는 초록누에처럼 
아직도 관통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이 울부짖고 행진을 하고 또 총을 맞고 쓰러질 때
야설(野說)로 막혔던 길
불심 검문을 하고 바리게이트를 치던 길을
날조라는 말로 지금도 막아서고 있다

겹겹이 막혀서 밤이 뿔을 달던 그날
뿔 위로 무수히 총탄이 날아들어도
윤전기는 달구지처럼 삐거덕거리기만 했다

왜곡, 반복, 왜곡, 반복, 왜곡, 반복
광주의 눈을 다 감겨도 
이젠 천만의 몸이 불길 속을 함께 뛰고 있다 
초록 뿔을 따라 이천만 개의 눈동자가 함께 달린다
인정(認定)과 처벌의 노면은 울퉁불퉁하지만
가야할 길을 자신 있게 간 이들이어서
피 흘린 이들의 묘역은 가지런하게 누워서
할 말을 잊지 않고 있다
  

▲ 영화 <택시운전사> 한 장면.


<시작 메모>

영화 <택시 운전사>가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5.18 민주화운동을 담은 이 영화에 전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 37년이나 지난 지금도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기에 국민적 열망은 더욱 간절하다. 이 영화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당시의 권력자들은 법적대응까지 언급했다. '시민 폭동'이었을 뿐이라고 일축하는 그들의 일관된 자세는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1980년의 그 해엔 흉흉한 유언비어가 바람결에 떠돌아다녔고 알 수 없는 피 냄새가 이 나라의 한 귀퉁이를 적셨다. 도시 밖에서는 맛있는 밥을 먹고, 노래를 부르고, 얘기를 나누고, 잠을 잘 동안, 거기에선 총격전이 벌어지고 사람이 죽어나갔다. 그 당시 공군 전투기들이 폭탄을 장착한 채 광주로 출격하려고 대기했다는 공군 조종사의 증언이 나왔다. 더구나 공수부대에 '발포명령'이 내려졌다는 기록까지 나왔다. 그 당시 광주에 주둔한 505보안부대가 작성한 기록이라고 하니 더 이상 왜곡되거나 유보될 수 없다. 

이렇게 하나씩 진실이 드러나게 된 것은 바로 <택시 운전사>라는 영화가 5.18민주화 운동을 새로 조명했기 때문이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영화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또 얼마나 오래 잠잠했을 것인가. 37년 동안 흉흉했던 소문이 자칫 역사 속에 묻힐 뻔했던 것이다. 한국의 언론이 제대로 귀나 입을 열지 못하고 있을 때 힌츠 페터라는 독일기자가 진상을 알리려 애쓴 노력의 결실이다.

영화 <택시 운전사>를 보면서 함께 분노한 관객들은 더 이상 관객으로만 남기를 거부한다. 그때 그 시절에는 떠도는 야설(野說)에 휘둘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모두 한 목소리를 내며 진실 규명을 종용하고 있다. 누가 시민들에게 최초로 발포했으며 또 누가 그러한 명령을 하달한 것인지 제대로 규명되어야 한다. 초록택시가 끊임없이 입구와 출구를 찾으려 노력했듯이 이번 기회에 5.18민주화 운동의 진실을 정확하게 규명할 수 있어야할 것이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이러한 파장은 영화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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