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봉하마을 다큐가 "반정부 보도"라며 개입한 MB국정원
KBS 봉하마을 다큐가 "반정부 보도"라며 개입한 MB국정원
KBS본부,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 방안' 보고서 공개
2017.09.18 15:20:29
KBS 봉하마을 다큐가 "반정부 보도"라며 개입한 MB국정원
좌편향 간부는 반드시 퇴출, 좌파세력 재기 음모 분쇄

국정원이 KBS 사찰을 통해 이른바 '좌편향'으로 낙인찍은 기자와 PD를 분류해 퇴출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명박 정권 당시인 2010년 6월, 국정원이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 방안'이라는 보고서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KBS본부는 18일 KBS본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부급 기자와 PD의 구체적 성향을 사찰한 뒤, 좌파로 낙인찍고 퇴출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KBS본부가 이날 공개한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 방안' 보고서에는 KBS PD와 기자의 실명이 언급됐다. 그러면서 이들 성향이 어떤지, 과거에 어떤 프로그램을 제작했는지, 노조 소속인지 등을 소상히 적어놓았다. 

용태영 취재파일 4321부장은 정연주 전 사장 추종하는 인물로 새노조를 비호하고 반정부 왜곡보도에 혈안, '한명숙 무죄', '4대강에 무슨 일이?', '봉하마을' 등 
소상윤 라디오국 EP는 사원행동 출신, 과거 편파방송 자성 없고 좌파 세력 비호
이강현 드라마국 EP는 PD협회장 출신, 여전히 좌편향 PD들과 연계하며 편파방송 꾸밈, 작년부터는 반미 종북 시각의 드라마 제작 추진 
윤태호 추적 PD는 사원행동, 불법행위 주도, PD들 편파방송 방치, 노무현 특집, 천안함 좌초 의혹제기 

▲ KBS본부는 18일 KBS본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부급 기자와 PD의 구체적 성향을 사찰한 뒤, 좌파로 낙인찍고 퇴출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허환주)


KBS본부는 "이 보고서를 보면 MB정권의 KBS 장악에 협력하지 않거나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간부들을 주요 보직에서 배제하는 등 (청와대 등이) KBS 인사에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있다"며 "이는 KBS를 사실상 정권이 장악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KBS본부는 보고서에 노조 활동 유무가 적시된 것을 두고 "보고서에는 '경영진이 의욕적으로 조직개편 추진 중이니 최소한 기준 제시하고 KBS측에 맡겨 사원행동,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 편파방송 했던 자는 배제할 것 주문'이라고 명시돼 있다"며 "결국, 당시 MB의 국정원 혹은 청와대가 '사원행동에 가담하거나 KBS본부 조합원'에 대해 인사상 배제를 위해 모종의 기준을 사측에 제시하며 인사에 개입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보여주는 보고서"

보고서에서 언급된 용태영 당시 취재파일 4321부장은 "보고서에서 언급된 '한명숙 무죄'의 경우, 1심에서 무죄가 난 재판 관련해서, 쟁점이 무엇인지를 드라이하게 정리한 프로그램이었고, '4대강에 무슨 일이?'는 당시 감사가 진행됐는데 그것과 관련된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지적한 프로그램이었다"며 "또한, '봉하마을'은 당시 노무현 서거 1주기를 맞는 봉하마을을 스케치한 프로그램이었다"고 설명했다. 

용 부장은 "이는 드라이한 프로그램들로 모두 당시 후배들이 하자고 한 것"이라며 "이것이 왜 좌파로 분류돼야 하는 이유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 부장은 "지나고 생각해보니 국정원 보고서가 작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당시 (취재파일 4321부장) 자리에서 옮겨졌다"면서 "공영방송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게 지금의 보고서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소상일 PD도 "방송을 만들 때, 상식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내 이름도 리스트에 올랐다"며 "과거 편파방송에 대한 자성이 없고 좌파를 비호했다는 게 이유인데,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소 PD는 "아마 편파방송은 과거 라디오 '열린토론'을 이야기하는 듯한데, 이는 방송대상까지 받은 프로그램으로 그들이 편파방송이라고 말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며 "그리고 좌파를 비호했다는 건, 후배 PD와 뜻을 같이하고 친하게 지낸 것을 말하는 듯한데,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성향이라는 사실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동관 "국정원 보고서, 본적 없다"

주목할 점은 이 보고서가 작성된 시점이 2010년 6월 3일이라는 점이다. 당시 KBS는 24억 원의 컨설팅 비용을 들여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는데, 조직개편일이 보고서가 나온 지 불과 하루 밖에 지나지 않은 6월 4일이었다. 

KBS는 6월 4일 조직개편 단행하고 후속인사에 착수할 예정으로, 이에 대한 면밀한 인사검증 통해 부적격자 퇴출해야. 

KBS본부는 "보고서는 첫머리에 'KBS는 6월 4일 조직개편 단행하고 후속인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적시해, KBS의 조직개편과 인사에 맞춰 작성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실제 당시 KBS 측은 조직개편을 통해 '추적60분' 등 PD 시사프로그램의 관리를 보도본부로 강제로 이관해 자율성을 억압했다"고 주장했다. 

KBS본부는 이러한 일련의 흐름에는 청와대와 국정원, 그리고 KBS 내부 협력자 간 커넥션이 있었다고 추측한다. 실제 이 보고서에는 부사장과 본부장 인사와 관련해 국정원과 협의해 처리한다고 적시돼 있다. 

돌출보도 등 책임 있는 조대현 부사장, 이정봉 본부장, 길환영 본부장 거취는 김인규 사장과 협의해 처리.

KBS본부는 "KBS 조직개편을 하루 앞두고 이른바 '좌편향 기자·PD' 색출 등 방송 장악의 큰 방향을 설정한 보고서였다"며 "당시 MB 정부 홍보수석은 이동관 씨로서 공영방송 장악이 이명박 정부 최대 관심사였던 만큼 대통령도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론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KBS본부는 한발 더 나가 "국정원 보고서는 구체적 내용상 KBS내부 협조자가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며 "김인규 사장 옹립을 위해 만들어진 사조직 '수요회'의 실질적인 리더였으며 보도국 실세 중 실세였던 고대영 현 KBS 사장이 청와대-국정원의 방송장악 공작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했거나 협조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당시 홍보수석이었던 이동관 씨는 국정원 보고서 관련, “본적이 없다"며 관련성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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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