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 현금 보유한 80대 전 씨, 치매 판정받다
아파트와 현금 보유한 80대 전 씨, 치매 판정받다
[작은책] 고령화 시대, 성년후견제도에 주목하자
아파트와 현금 보유한 80대 전 씨, 치매 판정받다
성년후견제도의 의의

80대인 전 씨는 일평생 모은 돈으로 아파트 2채와 현금 등 20억 원대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전 씨는 6·25 한국전쟁 당시 이북에서 홀로 인천으로 내려와 결혼을 하지 않고 지냈고, 아무런 연고자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전 씨는 치매 판정을 받게 되었고, 피해망상을 수반하는 노인성 치매로 인해 자신을 전혀 돌볼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전 씨는 온전히 자신의 편에서 본인 대신 의사 결정을 해 줄 사람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전 씨는 치매 판정 이후 정신 병원 폐쇄 병동에서 지내고 있었고, 치매 판정 이후 연고자가 없는 상태에서는 일평생 모은 막대한 재산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전 씨처럼 막대한 재산이 있지는 않더라도, 전 씨와 유사한 경우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런 경우를 대비해 민법은 '성년후견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장애·질병·노령 등으로 인해 성인이라 하더라도 재산 관리부터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도움이 필요한지를 법원이 판단해 후견인을 선임하고, 선임된 후견인에게 본인을 대신하여 의사 결정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전 씨처럼 치매 판정을 받아 의사 결정 능력에 장애가 있으면, 물건을 사고 싶어도 제대로 살 수가 없고, 간병인이 필요하더라도 간병인과 계약을 체결할 수 없으며, 보험금을 받을 일이 생겨도 보험금 청구를 할 수도 없기 때문에 후견인으로 하여금 피후견인(치매 환자 등)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의사 결정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동수


후견심판 청구, 누가 할 수 있나


하지만 전 씨처럼 치매 판정을 받은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후견심판 청구가 필요한지 판단하기도, 스스로 후견심판 청구를 하기도 어렵습니다. 이에 민법은 이러한 심판 청구를 구할 수 있는 청구권자를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등 외에도 검사나 지방 자치 단체의 장으로 넓혀 무연고자도 후견 개시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검사는 현행법상 우리나라 공익의 대표자이기 때문에, 그리고 지방 자치 단체의 장은 해당 지방 자치 단체의 주민을 보호할 책무가 있기 때문에, 청구권자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전 씨의 사례는 검사가 후견심판 청구를 하여 최초로 법원에서 인용된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 검사는 후견심판 청구 심문 기일에서 진료 기록, 면담 기록, 사회 복지사의 진술서 등을 자료로 제출하여 전 씨를 돌볼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입증하고 후견 개시의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결국 법원은 후견 개시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성년후견의 종류와 그 특징

ⓒ이동수

성년후견의 종류에는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이 있습니다.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은 장애·질병·노령 등으로 인한 사무 처리 능력의 제약 정도에 따라 구분하며, 성년후견은 피후견인의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경우, 한정후견은 피후견인의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 개시됩니다.

특정후견은 모든 사무가 아니라 특정 사무를 후견인을 통해서 하도록 하거나 일시적으로만 후견인의 보호가 필요할 때 개시됩니다. 치매 증세가 심하지 않은 어머니를 모시는 자녀들이 어머니의 동의도 받지 않고 어머니가 거주하는 주택이자 어머니의 유일한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려고 시도하여 이를 막고자 한다면, 어머니가 부동산 매매를 할 때에만 후견인을 통해서 할 수 있도록 특정후견 개시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미리 후견인을 정할 수 있을까?

임의후견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앞으로 쓰임새가 많아질 수 있는 제도입니다. 전 씨가 만약 자신의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거나 부족하게 될 상황에 대비하여 후견계약을 체결하고 등기하여 두었다면(후견계약은 공정증서로 작성하여야 하고, 후견계약이 체결되면 임의후견인은 지체 없이 후견계약에 관한 등기를 신청하여야 합니다), 전 씨는 자신이 미리 정한 대로 원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수준의 후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여전히 성년후견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개념입니다. 그러나 급속한 고령화 시대를 맞아 현재의 성년후견제도가 갖는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글 보기
월간 <작은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부터 시사, 정치, 경제 문제까지 우리말로 쉽게 풀어쓴 월간지입니다. 일하면서 깨달은 지혜를 함께 나누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찾아 나가는 잡지입니다. <작은책>을 읽으면 올바른 역사의식과 세상을 보는 지혜가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