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헌법', 어떻게 바꿀 것인가?
'경제헌법', 어떻게 바꿀 것인가?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경제민주화의 실질적 보장이 필요하다
'경제헌법', 어떻게 바꿀 것인가?
개헌을 통해 부족하고 고장이 난 민주주의를 제대로 세우기 위한 정치제도를 수선하는 일 못지않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경제구조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는 일도 중요하다. 정경유착을 낳는 경제력 집중, 자유와 평등이라는 민주주의의 이상을 짓밟는 과도한 불평등과 불공정의 만연을 시정하기 위한 헌법적 토대를 공고히 하는 개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경제헌법의 개정 방향을 제시해 본다. (필자)

현재 국회 개헌특위를 중심으로 개헌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시민사회에서도 ‘국민주도 개헌’을 주장하며 개헌논의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국민적 관심은 부족한 편이며, 개헌이 과연 성사될지에 관한 의구심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 개헌특위와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이 공동으로 주최하여 지방을 순회하고 있는 국민대토론회는 성소수자의 권리 보호를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계 중심의 퇴행적인 목소리만 넘쳐나고 있을 뿐, 일반 국민들의 개헌논의 참여를 촉발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촛불시위운동, 그리고 이어진 탄핵과 정권교체라는 맥락에서 헌정체제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개헌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회 중심 개헌논의가 가지는 어쩔 수 없는 한계와 더불어 개헌논의의 초점이 권력과 정치의 문제에 국한되어 있고 일반국민의 삶과 직결된 기본권, 사법제도 및 경제질서의 개혁이 부각되지 않고 있는 것도 개헌논의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참여가 부족한 원인으로 판단된다. 특히 개헌과 경제를 연결시키지 않으면 먹고 사는 일에 바쁜 국민이 개헌에 큰 관심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힘 있는 자들에 의한 ‘갑질’과 불공정 행위가 사라지고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을 바라고 있으며, 지나친 불평등을 해소하여 고르게 잘사는 경제가 이루어지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러한 소망을 담아내는 개헌이 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인가?(필자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서 경제·재정분과 간사를 맡고 있다. 경제헌법 개정 방향에 관한 필자의 생각은 동 분과의 논의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이 글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동 분과의 합의된 의견은 아님을 밝혀둔다.) 

개헌과 경제

개헌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국회의 수장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헌의 핵심은 분권”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권력분산을 이루어야 한다는 데에 별 이견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단, 정치권은 대통령 권력의 일부를 국회 등 타 기관으로 이관하는 권력분산에 주로 관심을 집중하고 있지만, 시민사회와 국민의 관심은 훨씬 폭이 넓어서 중앙정부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것, 그리고 행정부와 국회 등 대의제 권력을 국민이 직접 통제하는 기제를 강화하는 직접민주주의의 확대를 포함한다. 크게 보면, 정치적 자유권을 포함한 기본권의 강화와 선거 및 정당제도 개혁을 통해 대의제의 대표성과 민주성을 강화하는 것도 권력분산에 해당한다. 이상의 내용들이 모두 개헌에 반영되어 민주주의의 제도적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이 촛불시위운동의 지향에 부합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하지만 분권을 중심으로 한 민주제도의 개선만이 촛불시위운동의 요구는 아니었다. “재벌도 공범이다”라는 구호가 광장을 뒤덮었을 뿐 아니라, 경제정의와 공정사회의 실현을 갈구하는 수많은 ‘을’들의 요구가 제기되었다. 불평등은 심화되고 기회는 사라지는 가운데, 금수저 출신이 아니면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젊은이들의 좌절감과 분노가 또한 촛불로 타올랐다. 개헌논의는 반드시 이러한 경제현실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한 사회적 논의로 확대되어야 한다. 물론 헌법의 경제관련 조항들을 개정한다고 경제현실이 바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헌법 개정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경제질서가 지켜야할 원칙과 추구해야할 목표가 분명하게 규정되면, 이는 향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우리 현행 헌법에는 일반적인 헌법에 비해 경제 관련 규정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제119조에서 제127조에 이르는 '제9장 경제의 장'을 따로 두고 있을 정도로 경제를 중시한 헌법이다. 이 장에는 경제질서, 국토와 자원의 이용·개발·보전을 위한 국가의 계획, 경자유전 원칙, 농어업·중소기업·소비자 보호와 지역균형발전, 대외무역 육성과 과학기술 혁신 등 다양한 경제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외에 재산권의 보호와 한계, 근로의 권리, 최저임금제와 근로기준 설정 등 경제와 관련된 내용이 기본권 장에 상당수 규정되어 있다. 

현행헌법의 경제 조항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를 규정한 119조 2항으로서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경제질서를 규정한 외국의 헌법조항 사례는 다음과 같다. 이탈리아 헌법 제41조, '사적인 경제적 창의는 자유이다. 전항의 창의는 사회적 이익에 저촉되거나 또는 안보, 자유 및 인격을 침해하는 방법으로 이를 행할 수 없다. 공적, 사적인 경제적 활동을 사회적 목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적절한 계획과 통제는 법률로써 정한다' 스페인헌법 제38조, 제40조 제1항, 제131조 등에 규정된 '시장경제 범위 내에서 기업의 자유는 인정된다. 공권력은 일반 경제의 수요 또는 어떤 경우에는 계획에 의해 기업의 자유권의 행사 또는 생산성의 유지를 보장 또는 보호한다. 공권력은 경제안정정책의 틀 내에서 사회적, 경제적 진보를 위해 소득의 지역적, 인적 배분을 균등화하는 조건을 형성해야 한다. 특히 완전고용을 지향하는 정책을 실현한다. 국가는 법률로써 전체의 수요를 감안하여 지역의 발전을 균등화하고, 소득과 부의 증대를 촉진하여 이로써 공정한 분배를 위하여 일반 경제 활동을 계획한다' 브라질헌법 제157조, '경제질서는 다음 원칙에 의거하여 사회정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1. 창의의 존중 2. 인간의 존엄을 조건으로 하는 노동의 존중 3. 소유권의 사회적 책무 4. 생산의 제 요인 간의 조화 및 연대 5. 경제개발 6. 시장의 지배, 경쟁의 배제 및 이윤의 독점 증가에 의한 경제권력 남용의 방지') 현행 헌법은 또한 헌법재판소가 누차에 걸쳐 확인한 바와 같이 토지공개념도 담고 있다. 제23조 2항의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규정과 제122조의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는 규정이 바로 토지공개념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외에도 경자유전 원칙이나 중소기업 보호·육성 의무 등 자유시장경제와는 거리가 먼 경제조항들이 많다.

물론 현행 헌법은 시장경제를 기본적인 경제질서로 천명하고 있다. 제119조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되어 있으며,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제126조는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고 천명하고 있는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위에서 본 경제민주화 조항이나 토지공개념 조항 등을 비롯해서 우리 헌법은 공공의 목적을 위한 국가의 시장 개입을 광범위하게 용인 혹은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우 보수적인 성향을 유지해온 헌법재판소조차도 우리나라의 헌법은 ‘사회적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몇 가지 헌법재판소 결정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사유재산제를 바탕으로 하고 자유경쟁을 존중하는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이에 수반되는 갖가지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복지․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적 규제와 조정을 용인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1996. 4. 25. 92헌바47) "국민연금제도는 소득재분배 기능을 함으로써 오히려 위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에 부합하는 제도라 할 것이다" (2001. 2. 22. 99헌마365) "결국 우리 헌법은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 사회국가원리를 수용하여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을 아울러 달성하려는 것을 근본이념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98. 5. 28. 96헌가4등 '98. 8. 27. 96헌가22등 '02. 7. 18. 2001헌마605; '02. 11. 28. 2001헌바50))

그러나 한국의 경제현실은 ‘사회적 시장경제’와 거리가 멀다. 경제민주화와는 반대로 경제력의 집중과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불공정 거래와 갑질이 만연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이 무색하게 부동산 투기와 독점이 일어나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노동권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며, 헌법에 나와 있지도 않은 경영권은 세계 최상위 수준으로 보호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흔히 "헌법은 지키지 않아도 되는 법"이라는 자조적인 말도 하게 된다. 과연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어떻게 헌법을 바꾸면 될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개헌 방향

이승만의 독재, 박정희와 전두환의 군사쿠데타와 독재, 그리고 박근혜의 국정문란 사태에 이르기까지 이 땅의 권력자들이 헌법을 짓뭉갠 역사가 되풀이되었다. 그 때마다 국민은 저항했고, 결국 독재자를 몰아내는 데 성공하였다. 헌법의 국민주권 조항은 국민이 긴 세월 수많은 투쟁을 통해서 그 내용을 채우고 쟁취한 것이다. 반면, ‘사회적 시장경제’ 조항이 지켜지지 않을 때 광범위한 저항과 투쟁으로 이를 지켜낸 경험은 거의 없다. 경제헌법이 개정되어온 역사를 보면 ‘사회적 시장경제’는 우리 헌법에서 갈수록 약화되었고, 이에 대한 저항도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시장경제’ 조항들이 유명무실화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마치 현행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이 1987년 6월 항쟁에 뒤따른 민주화 과정에서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새롭게 우리 헌법에 반영된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제헌헌법에의 제84조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하게 할 수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의 자유는 이 한계내에서 보장된다'고 규정하였다. 유진오 박사의 해석에 의하면 이 조항의 의미는 "우리는 자유방임주의를 취하지 않고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는 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정치적 민주주의와 함께 경제적, 사회적 민주주의를 입국의 기본으로 채택하였음을 명시한 것이다." (유진오, 『헌법해의(憲法解義)』, 채문사, 1952.)
 
이렇게 강력하고 분명한 경제민주주의를 천명한 제헌헌법은 이후 두 번의 중대한 개정을 거치면서 점차 약화되었다. 5·16 쿠데타 이후 1962년에 단행된 제5차 개헌에서 위 조항은 제111조의 1항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와 2항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한다'는 조항으로 변형되었다. 경제상의 자유를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에 종속되는 것으로 규정한 제헌헌법과는 달리, 오히려 경제상의 자유가 기본이고 후자를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한다고 함으로써 경제적 자유권의 지위를 강화했다. 이는 오늘날 제119조 1항의 경제자유가 우선이고 2항의 경제민주화는 부속 조항이냐, 아니면 두 조항을 병렬적인 조항으로 보아야 하느냐 하는 논쟁을 낳게 되었다. 

경제질서에 관한 두 번째 중대한 개헌은 1987년의 제9차 개정헌법, 즉 현행헌법에서 이루어졌는데, 이 때 위의 제111조가 현행 헌법 제119조로 변경되었다.(1972년의 제7차 개정헌법, 소위 유신헌법에서는 동 조항이 제116조로 이동하였고, 전두환의 쿠데타 이후 실시된 1980년의 제8차 개정헌법에서는 제120조로 이동함과 동시에 “독과점의 폐단은 적절히 규제·조정한다.”는 3항을 신설하였다.) 내용 면에서 세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첫째, 1항에서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의 주체로서 개인에 더하여 기업을 추가함으로써 기업의 지위와 발언권을 강화하였다. 둘째, 국가의 경제 개입 목적을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정의'라는 쉽고 분명한 표현에서 '적정한 소득분배, 경제력의 남용 방지, 경제주체간의 조화' 등 다소 모호하고 난해한 표현으로 변경하였다. 셋째, 가장 심각한 변화는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한다'를 '할 수 있다'로 개정하여 국가의 의무를 희석한 것이었다. 이렇게 87년 헌법은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만 도입했을 뿐, 내용적으로는 경제민주화를 크게 후퇴시키는 헌법이었다.

이번 제10차 개헌에서는 시대정신과 촛불광장의 요구를 집약하여 경제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표현이야 다를 수 있겠지만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임은 분명하다. 세계적으로도 2008년 월가의 붕괴와 연이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시장의 자유만을 우선하는 신자유주의 사조가 후퇴하였고, 경제안정과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개입에 대한 요구가 비등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돌이켜보면 박근혜 후보를 비롯하여 모든 주요 대선후보들이 경제민주화를 최우선 정책으로 내놓았던 2012년 대선 당시부터 이미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어처구니없게도 경제민주화를 제1의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후 재벌과 유착하여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면서 국정농단을 저지른 것이 촛불시위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다. 경제민주화를 강화하는 헌법개정이야말로 촛불시위운동을 촛불혁명으로 완성하는 주춧돌이 될 것이다. 

경제헌법 개정의 방향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민주화 조항의 충실화와 토지공개념의 강화다. 먼저 경제민주화 조항의 충실화를 위해서는 제119조 1항에 현행 2항의 경제민주화 규정을 배치하고, 2항에서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는 1항의 범위 내에서 보장된다고 규정하여 경제의 목표로서 경제민주화의 우선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제헌헌법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만약 반대가 강하여 사회적 합의가 어렵다면 적어도 2항의 경제민주화 규정 말미에 '할 수 있다'를 '하여야 한다'로 수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경제민주화가 1항에 부속된다는 억측을 없앨 수 있다. 경제민주화의 내용에 대해서도 수정·보완이 필요하다. 현행 경제민주화 조항은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한다고 되어있는데, 그 구조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력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는 근원적 처방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재벌개혁과 정경유착 근절이라는 과제와 관련해서도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는 것만이 근원적인 대책이다. 또한 현행 조항이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언급하고 있으나, 그 의미가 매우 모호하여 이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별도의 조 혹은 항으로 경제주체들의 참여, 상생,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 의무를 규정하자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다음으로 토지공개념을 보다 분명하게 규정하자는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행 헌법도 기본권 장의 제23조 2항과 경제의 장의 제122조에 토지공개념을 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토지공개념 법안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토지공개념 자체가 헌법에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해당 법률이 잘못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간에 인식이 왜곡되어 있는 점과 무엇보다 정부가 토지공개념의 실현을 위해 충실하게 노력하지 않고 오히려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사실에 비추어, 명명백백한 토지공개념 조항을 따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소득에 비해 집값이 너무 커서 서민들의 주거비 압박이 심하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불평등이 고조되는 현실을 볼 때, 이는 매우 중요한 개헌 사항이라고 여겨진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국가는 토지의 독점을 방지하고 투기를 억제하기 위하여 특별한 제한과 부담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제122조의 2항으로 신설하면 될 것이다. 토지공개념의 궁극적인 목적이 모든 국민의 안정적인 주거 확보라는 점에서, 이러한 수요 억제 정책 외에 공공주택 공급 노력을 3항으로 추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외에도 경제헌법에서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여럿 있는데, 지면 관계상 두 가지만 언급하자면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의 도입과 노동권의 강화다. 현행헌법은 제120조에서 국토 및 자원의 이용·개발을 위한 특허와 계획의 수립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시대에 뒤떨어진 개발주의적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겠다. 노동권의 강화와 관련해서는 근로의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헌법 기본권 장의 제32조를 수정하여, 근로를 노동으로 대체하고, 고용의 안정과 실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해 본다. 앞서 경제민주화 조항의 개정방향으로 언급한 참여·상생·협력 조항의 신설을 노동자의 경영참가를 뒷받침하여 경영권을 신성시하는 풍토를 불식하고, 노사협력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재정민주주의를 위한 개헌 방향

광의의 경제헌법에는 재정과 감사원 관련 규정도 포함된다. 이는 경제와 행정이 겹치는 부분이고, 재정이 어떻게 운영되는가에 따라 경제가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재정의 규모와 적자재정 편성 여부 등은 거시경제의 안정에, 조세와 재정지출의 구체적 내용은 성장잠재력과 소득분배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부자감세와 4대강사업을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 식의 방만한 재정운영이 되풀이되지 않고, 경제의 안정적 성장과 소득분배 개선에 도움이 되는 재정운영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재정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나아가 재정민주주의의 실현 없이는 경제민주주의도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재정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개헌 방향을 몇 가지 제시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재정의 기본원칙으로서 재정의 민주성을 천명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와 아울러 재정의 건전성과 효율성 혹은 경제성 또한 재정의 기본원칙으로 함께 천명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재정민주주의와 재정의 책임성 강화를 위하여 반드시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해야 한다. 예산법률주의는 예산의 사업목적 및 집행기준을 법조문 형식으로 명확히 하는 등 예산의 규범력을 강화하고, 재정투명성과 예산사업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제고하며, 예산과 법률의 불일치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법률주의 정신에 따라 기금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여 헌법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으며, 조세법률주의를 강화하기 위하여 사용료·수수료·부담금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국회의 결산심사권 강화도 필요하다. 그동안 국회의 재정통제기능은 예산안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나, 국가재정 집행의 적정성을 확보하고 재정 성과를 제고하는 것이 재정민주주의에 중요한 요소이므로 국회의 결산 심사를 강화하여야 하며 이를 헌법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국회에도 결산을 송부하도록 하고, 결산심사 후 국회의 본회의 의결 등 결산의 심사 절차를 명시하며, 결산의 심사결과에 따라 국회가 정부에 시정을 요구할 권리와 정부가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명시하여야 할 것이다. 

감사원과 관련해서는 감사원의 소속 변경이 핵심 이슈다. 현행헌법에서는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 기관으로 되어 있어 대통령과 관련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감사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행사 도구로 전락한 것이 현실이다. 국회에서는 감사원을 국회소속으로 이관하자는 안이 나오고 있으나, 필자는 독립기구화가 더욱 바람직하다고 본다. 감사원이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감사원이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기구로 설치되어야 하며, 감사원이 준사법적 기능을 한다는 면에서도 독립기구화가 바람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회계검사기능과 직무감찰기능을 분리하여 회계검사기능만 국회로 이관하자는 논의도 있으나, 이 두 기능은 현실적으로 분리가 어렵고 상호 연관되어 수행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감사원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소속 변경뿐만 아니라, 감사원의 구성 및 임기에 있어서 정치적 영향력의 최소화, 구성원에 대한 법관과 같은 정치적 중립성과 신분보장, 내부조직의 자율성과 예산의 독립성 확보 등도 필요할 것이다.

기사를 끝까지 읽으셨다면…

인터넷 뉴스를 소비하는 많은 이용자들 상당수가 뉴스를 생산한 매체 브랜드를 인지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온라인 뉴스 유통 방식의 탓도 있겠지만, 대동소이한 뉴스를 남발하는 매체도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관점이 있는 뉴스 프레시안은 독립·대안언론의 저널리즘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저널리즘에 부합하는 기사에 한해 제안 드립니다. 이 기사에 자발적 구독료를 내주신다면, 프레시안의 언론 노동자, 콘텐츠에 기여하는 각계 전문가의 노고에 정당한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쓰겠습니다. 프레시안이 한국 사회에 필요한 언론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다른 글 보기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홈페이지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지식과 문화의 생산과 공유 및 확산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협동조합입니다. 공동체를 위한 종합적인 Think Tank 기능과 다양한 지식관련 경제사업을 수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