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청소 팔걷은 사장님들 "창원공단 청소의 날 만들어요"
공단 청소 팔걷은 사장님들 "창원공단 청소의 날 만들어요"
창원 웅남단지 60번지 일대 업체 대표 14명 결성 '육공단지자치협의회'
2017.10.04 08:47:02
공단 청소 팔걷은 사장님들 "창원공단 청소의 날 만들어요"

“오늘도 출석 체크부터 하겠습니다. 청소에 참가하지 못한 대표님들에게는 사무국장님이 벌금 통보 하세요. 자, 시작해볼까요.”

경남 창원시 성산구 웅남동 웅남산업단지의 60번지 일대 창원부품소재단지에서는 매달 셋째 수요일마다 진풍경이 벌어진다.

노란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들고 단지 공용도로에 떨어진 담배꽁초며 각종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얼핏 보기에도 나누는 대화며 겉으로 드러나는 차림이나 태도가 예사롭지 않은 이들은 단지 내 14개 업체 ‘사장님들’이다.

 

▲경남 창원 웅남산업단지 60번지 일대 업체 대표들로 구성된 '육공단지자치협의회' 회원들이 공용도로와 단지 일대 청소를 자발적으로 해오면서 한결 깔끔해진 공단으로 변모했다. 사진은 협의회 회원들이 청소를 하고 난 뒤 출석 체크 자료로 남기기 위해 촬영한 사진. 불참 땐 벌금을 내야 한다.ⓒ사진제공=육공단지자치협의회


“직원들에게 시키지 왜 우리가 거리 청소를 직접 하냐고요? 자율성과 책임, 모범 같은 거죠.”

방위산업부품과 정밀부품, 특수강소재, 반도체부품 가공용 설비, 항공부품 가공업체 등 14개 업체가 300m에 이르는 공용도로 양쪽으로 들어선 이 단지는 지난 2003년 조성됐다.

7년이 지난 후 ‘60번지 일대’ 업체 대표들은 ‘육공단지자치협의회’를 구성했다. 공용도로 유지와 관리, 보수 등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육공단지자치협의회 소속 업체 대표들이 야무지게 청소를 하고 있다.ⓒ

“아스팔트 재포장이나 가로등, 정화조 직관시설 설치 문제에서부터 수시로 파열되는 공업용수 관로 보수 등을 하려다보니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습니다.”

입주 업체 대표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4개 업체가 분산소유하고 있는 공용도로를 창원시에 기부체납하기로 뜻을 모았다. 시 소유지가 되면 재산상의 손해야 감수해야겠지만, 유지·관리·보수에 행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원시는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획된 공업도시 특성상 단지가 쉽게 없어질 것도 아니어서 기부체납을 받더라도 재산상의 활용가치가 거의 없고, 예산 투입 등 관리에 따르는 문제도 뒤따랐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두고 머리를 맞댄 업체 대표들은 ‘스스로 해결하자’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난 2010년에 결성된 것이 ‘육공단지자치협의회’이다.

공용도로의 굵직굵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의회는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실천으로 옮겼다.

“협의회가 결성된 그해에 당장 도로공사 등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그래서 실행에 옮긴 것이 쓰레기 줍는 일부터 솔선수범하자는 것이었죠.”

현재 협의회 3대 회장을 맡고 있는 정효운 (주)미래하이테크 대표는 그동안 회원들의 활동 내용을 담아온 사진과 관련 자료들을 보여주며 ‘격세지감’이라고 뿌듯해 했다.

협의회는 지난 2013년부터 매달 첫째, 셋째 수요일에 쓰레기 줍기를 시작했다. 직원들은 일절 참여시키지 않고, 오로지 업체 대표들만 나와서 청소를 했다.

청소하는 날 불참하면 벌금도 받았다. 1회당 2만 원이다. 출장 등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참가하지 못해도 벌금 수령은 여지가 없었다. 직원이 대신 나와도 규칙은 엄격했다.

“이것저것 따지면 누가 청소하러 꼬박꼬박 나오겠습니까. 벌금은 모아서 청소도구나 쓰레기봉투를 구입하기도 하고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데 사용합니다.”

거리가 한결 깨끗해지기 시작했다. 업체 대표들이 청소를 하니 직원들도 눈치가 보이고 미안했던지, 그 많던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들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던 것이다. 쓰레기봉투도 처음엔 100ℓ짜리가 3개 이상 필요했지만, 지금은 봉투의 반도 채우지 못할 정도로 양이 줄었다.

“올해 7월부터는 매달 두 차례 하던 청소를 셋째 수요일만으로 횟수를 줄였습니다. 일이 바빠서가 아니라 주울 쓰레기가 없어서요. 이것도 그간의 노력이 만들어낸 작은 성과인 셈이죠.”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아스팔트 재포장 공사를 하기도 했다. 단지가 조성된 지 13년이나 지났으니 공용도로 상황이 나빠질 대로 나빠졌기 때문이었다. 14개 업체 대표들이 2,600만 원을 모아 2,429.9㎡ 면적의 새 아스팔트를  깔았다.

주차선도 그어 만성적인 주차난도 해결했다. 그동안 공용도로는 이중주차가 많아 통행에 큰 불편을 초래했는데, 이 문제도 깔끔하게 정리가 됐다.

무엇보다 골칫거리는 각 업체로 연결되는 공업용수 배관 파열이었다. PVC(폴리염화비닐) 관로 파이프는 10년 정도 지나면서 고압을 이기지 못해 곳곳에 생긴 미세한 균열에서 파열이 발생했다.

“공업용수는 수자원공사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데, 공용도로가 개인소유지여서 관로가 파열돼도 보수공사를 해주지 않아요. 신고를 해도 보수공사 업체만 소개해주고 더 이상 관여는 하지 않죠.”

지난 2012년과 이듬해, 그리고 지난해까지 모두 세 번의 관로 파열이 있었지만 수자원공사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기에 한 번에 400만~500만 원 이상 비용이 드는 공사를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시에 기부체납을 하려고 했던 것인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거죠. 사실 창원지역 협동화단지 대부분이 개인소유의 도로여서 마찬가지 사정입니다.”

정효운 회장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업체 대표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감사함을 표시했다.

“육공단지자치협의회가 거둔 최고의 성과물은 대표들의 자율적 청소와 직원들의 환경의식 변화라고 생각해요. 나머지 일들이야 어차피 해야 하는 것이었고요. 그런 측면에서 창원지역 전체로 공단청소의 날이 만들어지면 좋겠네요. 이것도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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