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수출국 된 독일, 비법은 탈원전
전기 수출국 된 독일, 비법은 탈원전
[함께 사는 길] 원전보다 안전·② 에너지전환, 에너지민주주의 시대
전기 수출국 된 독일, 비법은 탈원전
역사는 민주주의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왔다. 소수의 이익 대신 다수의 생존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인류의 끊임없는 투쟁과 저항을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지난겨울, 우리들이 거리에서 '박근혜 탄핵'을 외쳤던 것도 역사의 발전을 믿었기 때문이다. 소수에게 집중된 권력으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나라를 정상화하기 위해 다수의 힘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함께사는길(이성수)


에너지전환, 에너지민주주의 시대

에너지정책도 그렇게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전기를 생산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소수 대기업들과 전문가들만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로 확대되는 전환이 이미 시작되었다. 소수의 전문가와 권력자들의 결정에 의해서 원전이 추진되어 오던 것이 다수의 시민들의 정책 결정으로 에너지전환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안정적인 전기사용도 중요하지만, 원전 주변 지역의 주민들이 방사능 오염으로 고통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100만 년 가는 핵폐기물을 무책임하게 넘겨주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대용량 중심, 공급 위주의 전력정책, 원전과 석탄발전은 이제 쇠퇴하고 에너지효율산업과 재생에너지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에너지정책 결정의 주체, 에너지생산의 주체가 시민으로 옮겨가면서 에너지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세계적으로 증가한 태양광발전 설비는 75기가와트(GW)이다. 1GW가 원전 1기 설비용량이니 원전 75개만큼의 태양광발전소가 한 해 동안 늘어난 셈이다. 누적 태양광 설비는 303GW이다. 풍력은 55GW가 늘어서 누적량 487GW가 되었다. 전 세계 원전 설비용량이 7월 현재 391GW니까 태양광과 풍력 설비만으로도 원전 두 배의 설비용량이다. 다른 재생에너지를 포함하면 2016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수력발전 제외)은 921GW다. 원전은 2040년까지 약 150GW가 폐쇄될 예정이다. 원전발전량 비중은 1996년 17퍼센트를 정점으로 하락해서 2016년 10.5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규원전 건설 계획은 중국, 인도, 러시아와 같이 국가가 주도하는 발전소 건설이 대부분이고 유럽 등 선진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부터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는 늘려왔다. 태양광은 지난 10년간 세계적으로 연평균 49퍼센트 성장해왔고, 풍력은 연평균 21퍼센트 성장했다. 2016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4.5퍼센트이다.

원전 건설은 10년에 걸쳐 진행되면서 현재 신규 시장이 연간 60조 원 시장밖에 되지 않고 일부 국가에 제한적이다. 재생에너지 산업은 연간 300조 원 시장이고 전 세계 국가에 퍼져있다. 2015년 신규 투자가 312조 원 규모다. 그만큼 일자리도 늘었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분야 일자리는 1000만 명에 육박한다. 그중 태양광발전 일자리가 300만 명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태양광이 6퍼센트 정도지만 일자리는 30퍼센트가량이다. 태양광 산업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든다. 이런 성장의 배경에는 급속한 발전단가 하락으로 인한 경제성 확보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다. 2020년대에는 원전과 석탄발전보다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더 저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2001년 독일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채택했을 때 원전전기 비중이 30퍼센트였고 재생에너지 전기가 6.6퍼센트였는데 15년 만인 2016년 원전 전기는 13퍼센트, 재생에너지 전기는 30퍼센트로 자리를 바꿨다. 독일은 유럽에서 전기 수출국으로 꼽힌다. 하지만 주변국과 전력거래량은 10퍼센트 미만이고 재생에너지로 100퍼센트 전기를 공급하는 에너지자립이 지역에서부터 차례대로 실현되고 있다. 지난 4월 30일에는 독일 전역에서 소비하는 전기의 85퍼센트가 재생에너지 전기였다. 포르투갈은 작년 5월에 4일간 재생에너지만으로 100퍼센트 자국의 전기를 공급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탈원전, 탈석탄으로 에너지전환 시대에 동참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탈원전, 에너지전환'을 선언하면서 우리나라도 이제 늦었지만 세계적인 에너지전환의 대열에 동참할 길이 열렸다. 그 시작은 문 대통령이 공약한 '신고리 5, 6호기 백지화 선언'이었어야 했다. 하지만 공정률 29퍼센트, 매몰비용 1조6000억 원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대선기간 동안 5명의 주요 후보들은 신고리 5, 6호기 백지화나 재검토를 주장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백지화를 공약했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는 재검토를,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는 지질조사 등 안전성 여부를 조사한 이후 결정해야 한다고 각각 주장했다. 모든 후보들이 건설 중인 신고리 5, 6호기에 대해서 백지화나 재검토를 주장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부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 사이에 위치한 신고리 5, 6호기는 세계에서 가장 밀집한 핵단지를 만드는 계획이다. 이런 위험한 계획이 박근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추진과 거수기 역할을 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으로 강행되었다. 게다가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건설허가가 나기 2년 전에 2조3000억 원의 주기기설비 공급계약을 하고 1년 전에 1조1775억 원의 건설계약을 하면서 돈을 먼저 투입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건설허가 당시 이미 종합 공정률은 18.8퍼센트가 되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5, 6호기에 대해서는 결국, 공론화에 맡기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에너지전환 정책의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 공론화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에너지전환 정책이 정권과 상관없이 비가역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이 정부의 역할이 크다. 우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가 첫 번째 숙제다.

노후원전·신규원전, 노후석탄·신규석탄 폐쇄해도 충분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박근혜 정부에서 수립한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하위계획이므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전반적인 에너지정책의 방향과 장기적인 에너지원별 비중을 설정하는 데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2035년까지 원전 설비 목표 43GW를 명시했다. 고리1호기가 폐쇄된 지금 22.5GW이므로 이후 원전의 수명연장과 11기의 추가 신규 원전 계획을 암시한 셈이다.

그런데 현재 수립 중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수요예측에서부터 기존의 과잉 수요예측의 문제점을 받아들여 수정했다. 그동안 수요예측을 과잉으로 하는 바람에 효율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전력수요가 너무 높아서 대형 원전과 석탄발전소를 계속 지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초안이 준비 중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최대목표 전력수요를 기존의 113GW에서 100.4GW로 낮추었다. 신고리 5, 6호기와 같은 대형 핵발전소 9기가 필요 없게 된 셈이다.

사실, 지금도 우리나라 1인당 전력수요는 OECD 최고수준이고, 특히 산업용 전기소비의 절반가량이 전기로 물 끓이는 것과 같은 전기의 열수요라서 전력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런 비정상적인 전기소비 급증이 문제가 되어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5년간 39퍼센트 증가했다. 최근 들어 전기소비가 정체에 들어간 원인이기도 하다. 가정용 전기소비는 OECD 평균보다 한참 낮아서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전체 전력소비의 14퍼센트밖에 되지 않아서 증가하더라도 큰 영향은 없다.

이번 폭염에서도 최대전력소비는 작년 여름의 최대전력소비인 85GW를 넘어서지 못했는데, 전기소비를 줄이기로 계약하고 미리 돈을 받는 수요자원시장을 가동시켰기 때문이다. 현재 이런 수요자원시장이 원전 약 5기 분량이다. 따라서 앞으로 13년 후에 지금보다 원전 15기 분량인 15GW 이상 전력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것도 여전히 과잉 추정이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7차보다 늘려서 계획하고 있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33GW였던 신재생에너지를 8차에서는 63GW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함께사는길(이성수)


노후원전과 신규원전, 노후석탄과 신규석탄을 폐쇄하고 취소하면 약 30GW의 설비가 줄어들어도 총 전력설비는 164GW다. 2030년 최대전력소비는 100GW로 예측하고 있어 이로써도 충분하다.

전력수요를 낮추고 한편으로는 재생에너지를 늘리게 되니, 재생에너지 간헐성에 따른 신재생 피크기여도를 감안하더라도 설비예비율은 22퍼센트를 보장한다. 이 수치는 1년 중 가장 전기를 많이 쓰는 때를 기준으로 한 것이니, 평소에는 30~40퍼센트 이상 설비 여유가 있는 셈이다.

에너지민주주의 세상을 기대하며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존의 전력공급 개념을 바꾸고 있다. 원전은 자본 집약적이고 대기업 중심, 전문가 중심이라면 재생에너지는 소비자, 일자리, 지역이 중심이 되는 분산형이다. 소비자는 어떤 전기를 쓸 수 있을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방사능과 미세먼지 오염을 일으키고, 아이들에게 핵폐기물을 남기면서 초고압송전탑의 반대를 무릅쓴 나쁜 전기를 안 써도 된다. 전기소비자가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 프로슈머'다. '에너지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세상을 보게 되길 기대한다.
yangwy@kfem.or.kr 다른 글 보기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