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 자격증 장사'하겠다고 나선 프로야구 선수협
'에이전트 자격증 장사'하겠다고 나선 프로야구 선수협
[기고] 굶주린 에이전트는 선수를 잡아먹는다
'에이전트 자격증 장사'하겠다고 나선 프로야구 선수협
2018년부터 프로야구에 '선수대리인(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된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선수대리인 자격증'을 신설하여 일정 시간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 한하여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예정이며, 프로야구선수협의회가 이 모든 과정을 기획∙주관한다. 물론 여기에는 일정 부분 KBO(한국야구위원회)와의 협의가 전제될 것이다.

선수대리인은 당연히 필요하다. 구단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선수는 계약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보력에서도 구단에 비해 크게 열세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정한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선수대리인 제도는 이러한 불합리를 바로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이미 KBO 규약 제30조는 '선수가 대리인을 통하여 계약을 체결하고자 할 때는 변호사만을 대리인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한국프로야구의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 그 선수대리인 제도의 시행이 잠정 보류되어 있었을 뿐이었다(KBO규약 173조). 따라서 선수대리인 제도를 시행하고자 한다면, '그동안 보류되어 있었던 선수대리인 제도를 시행한다'는 KBO의 공식 발표 한 마디면 그만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변호사 수는 2만 명을 넘어섰다. 애초 계획대로, 이들을 활용하면 된다. 이들에게는 계약에 필요한 법률 지식을 교육하기 위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선수대리인 자격증 제도'를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계약과 법률 지식을 갖춘 법률 전문가들이 넘쳐나는데,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처음부터 교육을 실시하고, 시험을 통과한 자에 한하여 선수대리인 자격증을 부여하려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 '201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 대 기아 타이거즈, 기아 타이거즈 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오는 25일부터 펼쳐진다. ⓒKBO


굶주린 에이전트는 선수를 잡아먹는다

선수협이 발표한 바와 같이 '선수대리인 자격증'이 신설될 경우, '프로야구 선수대리인'이라는 새로운 독점적 직업군이 탄생하게 된다. 선수대리인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할 경우 선수대리인으로 활동할 수 없고, 또한 위 선수대리인 자격증을 가진 자는 오직 프로야구 선수 계약이라는 '시장'에서만 활동할 수 있는 자격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롭게 탄생한 이 '시장'의 총고객 수는 5000만 국민 중 맥시멈으로 잡아도 250명을 넘지 않는다(각 팀 1군 선수 수 기준). 총 시장규모는 20~3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나름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선수대리인 자격증'을 취득한 선수대리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선수대리인이 수익을 내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다음 행동은 뻔하다. 속된 말로 선수에게 '빨대를 꽂거나', 구단과 결탁하는 것이다. 얼마 전 <엠스플 뉴스>에서 보도된 프로축구 이승렬 선수의 '20년 노예계약'에서도 언급되었거니와, 태생적으로 일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선수대리인들은 △ (아무래도 사회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에게 이런 저런 명목으로 계약서에도 없는 돈을 뜯어가거나, △ 구단과 결탁하여 선수의 몸값을 낮춘 후 낮아진 몸값의 일부를 리베이트로 되돌려 받는 등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 굶주린 선수대리인들이 선수들을 잡아먹으려 드는 것이다.(☞ 관련 기사)

경험으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사람보다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위 모든 과정은 프로야구 선수협이 주관한다고 한다. 선수협은 '선수대리인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사업도 실시하고, 교육이수자를 대상으로 자격심사료 10만 원, 자격시험응시료 40만 원을 받고 자격시험도 치를 계획이라고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선수협은 선수대리인 자격증을 취득한 후 2년 동안 선수대리인이 선수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이미 취득한 자격을 무효화시키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2년 단위로 자격증 갱신 장사하겠다는 거다.

위 상황에 이르면, 선수대리인은 더 이상 선수의 조력자가 아니다. 오히려 구단 편에 서서 선수와 대립하는 상황이 일반화될 것이다. 그리고 '에이전트협회'라는 것을 만들어 그들 스스로 하나의 이익집단을 형성할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협이 선수대리인 자격증 장사에 열을 올리는 사이, 쏟아져 나온 함량 미달의 에이전트로 인해 한국 프로야구는 근간부터 병이 들고 말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 자신에게 돌아갈 것이다. 한국프로야구 선수협은 K리그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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