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문 평택기지 공사비가 한국민 혈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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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칼럼] 노골적인 트럼프의 '무기 장사',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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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 미일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희한한 풍경이 연출됐다. 두 번째 질문자로 나선 <뉴욕타임스>의 마크 랜들러 기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미중간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아베 신조 총리에게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 대책을 물었다.

그러자 트럼프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베 총리의 답변"을 대신하겠다고 나섰다. "아베 총리가 미국으로부터 다량의 군사 장비 도입을 완료하면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서 트럼프는 일본이 미국 무기를 많이 도입하면 "미국에서는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일본의 안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라면서 말이다.

아베 신조도 이에 화답하고 나섰다. 그는 F-35A 구매에 이어 "SM-3 Block IIA도 구매할 예정이며, 이지스함도 질적, 양적으로 증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더 많이 (군사 장비를) 구매할 것"이며, "이것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풍경은 '트럼프-아베' 시대 미일 동맹의 본질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선 미국 대통령이 무기상을 자처하면서 공개적으로 무기 구매를 요구한 것부터 대단히 이례적이다. 특히 동맹국의 미국 무기 구매가 미국의 일자리 창출과 동맹국 안전에 기여한다는 식의 접근은 군산복합체의 논리가 트럼프의 외교정책을 지배하고 있다는 우려마저 갖게 한다.

아베가 이에 적극 호응하고 나선 데에도 여러 가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그는 트럼프와의 '찰떡궁합' 과시를 유력한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왔다. 또한 트럼프가 전격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보험'으로서의 성격도 짙다. 아베는 1기 총리 재임 시 믿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섰던 쓰라린(?) 경험을 한 바 있다. 무엇보다도 아베는 미국 무기 구입이 자신의 평생의 과업인 평화헌법 개악과 군사 대국화 추진에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조성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

▲ 6일 일본 수도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그런데 이는 미일 동맹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한국은 일본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미국 무기 수입국이다. 일례로 2011~2015년 5년간 미제 무기 수입 순위에서 한국은 4위를 기록한 반면에, 일본은 10위권 밖이었다. 트럼프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한국에 추가적인 무기 구매를 요구해왔다.

최근 관심을 끄는 것은 SM-3 도입설이다. 이지스함에 장착되는 SM-3는 미국 주도의 해상 MD의 핵심 무기체계이다. 해군과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한국도 SM-3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왔는데, 트럼프의 방한을 계기로 이것이 공론화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도 문재인 정부가 사드 추가 배치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만큼, SM-3 도입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SM-3 도입은 크게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품고 있다. 하나는 사드보다 더 고고도 요격미사일인 SM-3가 북한과 휴전선을 맞대고 있고 종심이 짧은 한국에서 과연 방어적 효율성이 있느냐는 문제이다.

또 하나는 SM-3 도입 시 "미국의 MD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주권적 판단이 더욱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한미일은 이지스함을 동원해 미사일 경보 훈련을 실시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SM-3마저 도입하면 MD '불참'과 '참여'의 경계는 더욱 흐릿해질 수 있다. 이는 천신만고 끝에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튼 중국의 반발을 야기하고 만다.

어려운 처지에 몰린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의 무기 구매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트럼프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미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은 트럼프의 무기 상업주의와 미국 군산복합체의 영원한 '호갱'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미제 무기 수입국 가운데 하나이다. 미국에 주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의 불용액도 매년 1000억 원 안팎에 달한다. 트럼프가 첫 방문지로 선택한 평택 미군기지 확장 사업비의 92%를 한국이 댔다.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면서 한국은 이미 '동맹 비용'을 충분히 지불하고 있다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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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