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경종 울린 故 이민호 군 장례…"미안하다!"
현장실습 경종 울린 故 이민호 군 장례…"미안하다!"
[언론 네트워크]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로 일했것만…"
분명 '어른'들의 책임이었다. 대처도 그렇고 제도도 그렇고 모든게 어른들이 허술했다. 만 18세 청년은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었다.

그래선지 청년을 떠나보내는 어른들의 입에선 사과와 반성, 다짐이 쏟아졌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고 했던가. 늦어도 한참 늦었다. 기가 막히고, 분통이 터질 텐데도 유족들은 말없이 눈물만 훔쳤다.

전날처럼 추위가 닥쳤다면, 마지막 가는 길이 더 쓸쓸했을지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언제 그랬냐는 듯 따뜻한 날씨가 그를 위로하는 것 같았다.

허점 투성이인 현장실습 제도에 경종을 울린 고(故) 이민호 군이 6일 오전 영영 우리 곁을 떠났다. 이날 오전, 그가 다녔던 제주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에서 이 군의 장례가 제주도교육청장(葬)으로 엄수됐다.

▲ 장례식에 맞춰 장례식장으로 옮겨지는 민호. ⓒ제주의소리


사고가 발생한지 28일, 숨진지 18일 만이다.

운구 차량이 서귀산과고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길목에는 학교 친구·후배들이 고개를 숙인 채 길게 늘어서 민호 군을 맞이했다.

영정사진을 든 친형은 아무 말이 없었다. 뒤 따르는 아버지와 어머니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장례식장인 체육관에는 원희룡 지사와 이석문 교육감, 윤춘광·현우범·강익자·오대익·강시백·김광수 도의원, 제주도·교육청 관계자, 재학생 등 수백여명이 하늘나라로 가는 민호 군을 배웅했다. 서귀포시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고, 대신 성명으로 민호 군의 명복을 빌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석문 교육감은 추도사를 통해 "민호님, 사람들의 그리움이 느껴지나. 지울 수 없는 미안함이 느껴지나"라며 "미안하다"를 연발했다.

이어 "어른들의 왜곡과 욕망, 이기심이 꽃다운 삶을 저물게 했다. 피와 눈물이 없는 쇳덩어리에 눌렸을 때 어른들의 따뜻한 구원이 절실했을 것"이라며 "전하지 못한 말이 너무 많다. 사력을 다해 아이들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영면을 기원한다. 잊지 않겠다"고 추모했다.

▲ 이민호 군 장례식 모습. ⓒ제주의소리


원희룡 지사는 "하늘의 별이 된 민호군을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 유족들에게 도민의 마음을 담아 위로를 전한다. 안전한 교육환경이 중요하다는 기본을 되새긴다. 민호 같은 사고 재발을 막는 것이 고인을 편히 보내는 길이다. 남은 우리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여선 '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목숨만 살려달라는 가족과 친구들의 기도에도 민호는 우리 곁을 떠났다. 후배들에게 인정받는 선배가 되기 위해,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로 민호는 일했다"고 회고했다.

학생대표로 나선 친구 강진호(19) 군은 "민호를 이 자리에서 보내려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민호와 함께 게임하면서 판타지에 빠졌던 즐거운 날이 어제 같다. 민호는 앞에 (누워)있고, 나는 서 있다. 믿기지 않는다"고 슬퍼했다.

이어 "자격증을 먼저 따겠다던 내 친구 민호야. 취업해 부모님을 돕겠다고 다짐하던 내 친구 민호야. 너를 더 따뜻하고 포근한 곳으로 보내려 한다. 더 이상 차갑지 않은 곳으로 가라. 사랑하는 친구 민호야 잘 가라"라 작별인사를 건넸다.

▲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는 민호 군 유족. ⓒ제주의소리


유족들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장례식이 끝나고 유족들은 민호가 썼던 기숙사와 교실을 둘러봤다. 못다핀 아들을 결코 쉽게 떠나보낼 수 없었으리라. 아버지 이모(55)씨는 민호 책상에 손을 얹고는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학교 건물에는 민호 군이 염원했을 법한 '사람을 품는 학교, 꿈을 가꾸는 교실'이라는 글귀가 선명했다.

민호 군은 지난달 9일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단지 내 음료제조업체 공장에서 일하다 제품적재기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병원으로 옮겨져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다 열흘 뒤인 19일 생사를 달리했다.

유족들은 회사의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장례 일정을 미루다가 이날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사고 이후 '조기 취업형' 고교 현장실습 제도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가 됐고, 급기야 정부는 최근 취업형 현장실습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학습형 현장실습 제도로 개선을 약속했다.

▲ 민호 아버지가 아들이 썼던 책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 장례식이 끝난 뒤 학교를 벗어나고 있는 운구 차량.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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