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은 '황제'가 될 수 있을까?
시진핑은 '황제'가 될 수 있을까?
[최성흠의 문화로 읽는 중국 정치] 장기 집권을 위한 2가지 과제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가 끝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시황제(習皇帝)의 대관식 같았다는 평가에서부터 여전히 집단지도체제의 규칙이 지켜지고 있다는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시진핑의 1인 지배체제가 확립됐다는 평가를 하는 전문가들은 시진핑의 이름이 '신시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사상'이라는 이념과 함께 공산당 당장에 삽입되고, '위대한 영수(북한식으로 말하면 위대한 수령)'이라는 호칭을 시진핑에게 부여한 것 등을 근거로 든다. 

한편 사정의 칼날을 휘둘렀던 왕치산(王岐山)이 물러남으로써 당대회 시점에 67세는 유임되고 68세는 은퇴한다는 '7상8하'의 불문율이 지켜졌고, 파벌 간 세력도 균형 있게 배분됐다며 집단지도체제 하에서 시진핑의 역량이 좀 더 강화됐을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치국 상무위원 7인 중에 리잔수(栗戰書)와 자오러지(趙樂際)는 시진핑 계이고, 리커창(李克强)과 왕양(汪洋)은 공청단파, 한정(韓正)은 상하이방, 왕후닝(王滬寧)은 무당파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리 있는 분석이다. 

시진핑 1인 지배체제에 무게를 둔 전문가들은 상무위원 중에 리커창을 제외하고 나머지 다섯 사람은 크던 작던 시진핑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며 다음 지도자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세력이 견고해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대회가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시진핑에게 부여됐던 위대한 영수 호칭이 지면에서 삭제되기 시작한 것을 보면 1인 숭배의 분위기를 경계하는 것 같다. 요약해보면 '시진핑은 황제가 되고 싶은데 아직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지루할 정도로 길었던 시진핑의 당대회 보고에서 계속해서 등장한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은 시진핑의 핵심적 정치 구호이다. '위대한'이란 단어는 75차례 나왔고, 중화민족은 43번, 부흥은 32번, 강국(强國)은 20번 언급됐다. 쟝저민과 후진타오가 덩샤오핑의 유지를 받들어 경제성장에 주력했다면 시진핑은 그 성과를 바탕으로 중국을 세계적 강국으로 도약시키는 역사적 사명을 부여받았음을 강조한 것이다. 

시진핑은 당대회를 통해 중국의 신시대(新時代)를 열어갈 영도자임을 천명했다. 이제 그에게는 적어도 두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 하나는 2020년까지 모든 중국인들이 먹고 살만한 소강(小康)사회를 이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둘 중 하나라도 성공하면 장기집권의 길이 열릴 것이다. 이번 당대회 보고의 두 번째 장에서 언급한 '신시대 중국공산당의 역사적 사명'을 초안으로 삼아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0년에 공산당의 이름으로 '역사결의'를 채택하면 집권의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 

▲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9차 당 대회에서 18차 중앙위원회 업무보고를 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AP=연합뉴스


문제는 그 두 가지가 다 달성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지금처럼 도시빈민을 '저급한 인간(低端人口)'이란 딱지를 붙여 강제철거하고, 이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을 반국가행위로 단속한다면 경제지표 상으로는 어떻게 해서든 소강사회의 실현을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심각한 빈부의 격차는 지역적으로 동서 간의 격차이며 이는 또한 한족과 소수민족 간의 격차이기도 하다. 게다가 시진핑이 벌이고 있는 부패와의 전쟁이 정말 부패를 추방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그저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해서인지 모를 정도로 중국의 인민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부패문제는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3년 만에 중국의 모든 인민이 소강사회로 진입했다고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다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의 꿈'이라는 구호와 함께 세계로 뻗어나가는 '일대일로'의 성과를 보여주고, 군사강국이 되어 강대국으로 대접받는 모습을 인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럼 민족주의에 고취된 중국인들이 중화민족의 부흥을 이끈 시진핑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군사강국이 되는 것과 강대국으로 대접받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주변국의 동의가 있어야 할 문제이며 특히 중미관계가 재설정되어야 하는데 이것도 그리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을 잘 다뤄야 하는 대상으로 보지 진지한 협상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을 우리는 전통적으로 강대국이라 불러왔다. 이들은 근대 이후에 제2차 세계대전까지 자신들의 군사 활동을 영토 밖으로 확장하면서 충돌과 협력을 경험하며 국제체제(regime)를 정립했다. 비록 일본은 전쟁에서 패했지만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통해 그 체제에 다시 합류했다. 지금은 미국이 초강대국이 되어 이전의 국제체제와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들이 국제정치의 주요 행위자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 그들 사이에는 근대화를 먼저 달성한 문명국으로서 상대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다. 명백한 거짓말을 삼가하고, 약속을 준수하며 독설을 회피하고 절박한 경우가 아니고는 친선을 희생하지 않으려 한다. 

20세기 초에 일본이 등장한 것처럼 중국은 20세기 말에 이들 사이에 갑자기 끼어든 셈이다. 과거에도 중국은 무시해도 될 만큼 약한 존재는 아니었지만 세계무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지금처럼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기존의 강국들이 중국을 강대국으로 대접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는 아직 기타의 강국을 대하는 태도와는 다르다. 서구의 동양에 대한 편견인 오리엔탈리즘이 아직 유효하다고 말할 수도 있고, 미국 주도의 국제정치체제를 유지하는 데 위협이 된다고 볼 수도 있다. '중국 위협론'은 미국과 일본의 주류사회 기저에서 유통되는 중요한 담론이다. 

중국은 미국과 대등한 협상 파트너가 되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다. 방위비 규모가 세계 2위이긴 하지만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군사기술은 러시아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냉전기의 소련처럼 광범위한 동맹국을 형성하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여러 주변국과 영토분쟁을 일으키며 반감을 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은 과연 강국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 실제로 군사강국이 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강대국으로 대접 받기는 더욱 어려워 보인다. 중국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민주주의 가치도 공유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중국 인민들에게 보여주고, 집권을 연장하려 한다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어가게 하면 된다. 금년 7월에 중국 재정부 부부장 주광야오(朱光耀)가 자신했던 것처럼 GDP 1만 달러 시대는 가능할 것 같다. 단지 소강(小康)이라는 단어가 강조하는 삶의 질이 향상되는 혜택이 중국 인민에게 골고루 돌아갈 가능성은 없다. 이때 중국공산당이 가지고 있는 언론통제의 역량이 발휘될 것이다. 위대한 1만 달러 시대를 선전하고, '저급한 인간'들의 불만은 쉽게 잠재울 수 있다. 

2020년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지만 미국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이기도 하다. 트럼프처럼 딜(deal)하기를 좋아하는 인물에게 재선을 위한 좋은 선물을 줌으로써 중미관계를 변화시키려고 할 수 있다. 2019년 쯤 미국 내에서도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북핵문제를 해결해주면 재선을 기대하는 트럼프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될 수도 있겠다. 그렇게 해서 '일대일로' 사업에 미국의 참여를 이끌어 내거나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권리를 일정 정도 미국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될지도 모르겠다. 시진핑은 강대국 대접을 받는 강국의 꿈을 실현한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혹시 내년에 중국이 시사군도(西沙群島)라고 부르는 파라셀 제도(Paracel Islands)와 관련하여 베트남과 분쟁이 뜨거워진다면 그런 의심을 한 번쯤은 해보는 것도 좋겠다. 강대국 간의 외교는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재료가 많을수록 정치적 타협을 보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협상은 국제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두 지도자의 이기적 거래에 불과하겠지만….

위에서 거론한 두 가지가 성공해서 시진핑이 장기집권을 하게 된다면 오래전 한나라 무제(武帝)가 그랬던 것처럼 번영의 최정점을 찍고, 서서히 쇠락과 분열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지금의 공산당 지도부는 성장과정에서 문화대혁명을 겪었고, 홍위병 활동을 했었다. 그들의 뇌리 속에는 모택동 사상과 공산당 일당독재에 대한 신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신념은 20년 후면 사회의 주류 세력으로 성장하게 될 개혁개방 세대의 요구와 일치할 수는 없다. 한 자녀 정책에 따라 태어나고 자란 외아들과 외동딸의 사회적 욕구를 전체주의적 방식으로 통제하거나 억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진핑이 민족주의를 고취하여 국가적 통합을 이루려는 것이겠지만 기득권을 향유하며 자란 고위층의 외동 태자(太子)들에게 공산당 독재는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도구가 될 뿐이다. 사회적 갈등은 더욱 커지고 공산당 지배의 정당성은 위협받을 것이다. 

시진핑이 20차 당대회에서 정권을 이양한다고 해도 사회변화에 맞는 정치적 규범을 세우지 못한다면 갈등과 분열은 피할 수 없다. 단지 시기적으로 좀 앞당겨지거나 늦춰질 뿐 개혁개방 세대가 사회의 주류가 되는 것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지금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변화가 세대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시대 차이에서 오는 것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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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중국 문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대륙연구소, 북방권교류협의회, 한림대학교 학술원 등에서 연구원을 역임했다. 중국의 관료 체제에 관한 연구로 국립대만사범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중국의 정치 문화에 대한 연구로 건국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 권으로 읽는 유교> 등의 번역서와 <중국 인민의 근대성 비판> 등 다수의 연구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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