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 소녀들은 건강하게 살고 있나
엄마가 된 소녀들은 건강하게 살고 있나
[서리풀 연구通] '현대판 민며느리'의 비극, 재발 막아야
엄마가 된 소녀들은 건강하게 살고 있나

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후원금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이영학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이 딸에게도 상습적 폭행을 가했고, 키우던 반려견을 학대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관련 기사 : 이영학 "망치로 개 6마리 때려 죽이자 딸이 무서워해") 남은 재판을 통해 이미 고인(故人)이 된 부인 최미선 씨와 관련된 혐의도 상세하게 밝혀지길 바란다. 


보도에 따르면, 고 최미선 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가출해 있던 14살 무렵, 일하던 가게에서 이영학을 처음 만났다. 이후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7세에 딸을 출산했다. (☞관련 기사 : '17살 맘' 이영학 아내 고 최미선어떻게 살았나). 이후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며 성매매를 강요당했고, 계부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며, 급기야 석연찮은 자살로 삶을 마무리했다. 그녀의 신산한 삶은 죽음 이후에나 겨우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 10월에는 '현대판 민며느리' 사건이라며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의 사연이 보도되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이 소녀는 지역아동센터 교사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고 등교도 거른 채 소위 '시부모' 병간호까지 도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남자 교사와 그 부모를 아동학대와 미성년자 의제강간 혐의로 기소했다. (☞관련 기사 : '10대 현대판 민며느리' 남편 '아동강간죄' 구속). 이런 사건들이 뉴스가 되는 이유는 민법상 혼인적령(만 18세)을 두고 있어서 10대의 결혼 혹은 사실혼 자체가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일단 알려지는 사건들은 극단적 상황이나 범죄적 요소가 결부되어 선정적인 기삿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2015년 인구센서스 자료에 의하면, 국내에서 15~19세 기혼여성의 숫자는 4660명이며 20세 미만 미혼모는 350명 수준이다. 하지만 민법에 혼인 적령제도를 두고 있고, 또 미성년자 결혼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숫자는 실제보다 과소추정되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편 출산 통계를 살펴보면, 1981년 19세 이하 산모에 의한 출생아 수는 3만4600여 명으로 전체 출생아 수의 약 4%를 차지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6년에는 1922명, 전체 출생아의 0.5%로 집계되었다.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10대의 임신과 출산에 관한 논문들은 한결같이 '물질만능주의', '향락적 성문화', '성에 대한 조숙', '성윤리 장벽의 붕괴'를 그 원인으로 지목해왔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고 만족할 만한 성교육이 시행된 덕분에 10대 임신이 감소한 것 같지는 않다. 임신을 경험한 여학생의 85.4%가 낙태시술을 받았다는 이임순 등(2009)의 연구, 잊을 만하면 보도되는 신생아 유기 사건, 미혼모 가운데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율이 1980년대 24.9%에서 2000년대 53.5%로 늘었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06)의 연구 결과가 이러한 의심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국내외 많은 연구들은 10대의 임신과 출산이 모성사망률과 영아사망률을 높이고, 산모의 불충분한 산전관리, 임신/분만 합병증과 미숙아, 저체중아 출산 위험과 관련 있다고 보고해왔다. 그런데 10대 임신과 결혼은 단순히 모자보건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스토니 부룩 의과대학의 레이첼 키드먼 박사 연구팀은 최근 <국제역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어린 나이의 결혼이 젠더 폭력 피해 위험과 관계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연구진은 34개국 자료를 이용하여 18세 이하 배우자가 포함된 '아동결혼'과 '친밀한 배우자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 IPV)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우선 현재 결혼 중이거나 배우자가 있었던 20~24세 여성 총 3만9877명을 대상으로 결혼 시점 연령을 기준, 15세 미만 결혼집단, 15~17세 결혼집단, 만18세 이상 결혼집단의 세 그룹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배우자로부터 신체적 혹은 성적 폭력을 당한 적이 있는지 질문했다. 신체적 폭력의 경우, 15세 미만 집단에서는 26.2%, 15-17세 집단 25.8%, 만18세 이상 에서는 18%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인 폭력 경험률은 각각 10.4%, 8.8%, 5.9%였다. 두 가지 폭력 모두 18세 이상 성년이 되어 결혼한 여성에 비해 어린 나이에 결혼한 여성일수록 경험율이 높았다. 여성의 초등교육 수료 여부, 거주지, 가구 자산 등의 요인을 보정한 분석에서도 아동결혼은 배우자 폭력의 유의한 예측인자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연구진은 추가분석을 통해 20~39세 여성들의 결혼 시점과 지난 1년간의 신체적·성적 폭력 경험도 비교했다. 분석 결과, 여성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친밀한 배우자 폭력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지만, 전 연령군에서 만 18세 이후 결혼한 이들에 비해 미성년 시기에 결혼했던 이들의 폭력 피해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예컨대 18세 이전에 결혼했던 경우는 거의 20년이 흐른 35~39세가 되어서도, 성년이 되어 결혼한 이들에 비해 지난 1년 동안의 배우자 폭력 위험이 12~17% 높았다. 아동기에 결혼한 여성은 결혼생활 동안 지속적으로 폭력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아동기에 결혼하는 여성은 대체로 학력이 낮고 빈곤한 가정출신으로 전통적인 젠더규범에 순응하며 자율권이 부족하기 쉬운 반면, 남성 배우자는 나이가 많고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경우가 많다. 이는 배우자 간에 심각한 권력 불평등을 발생시키고, 폭력을 낳거나 혹은 폭력 이후에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영학 사건이나 소위 '민며느리'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이 연구 결과를 보면, 10대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 동거와 결혼을 소수 일탈청소년의 문제적 행동이라는 편견이나 가십거리로 다루지 말아야 함이 분명해진다. 어떤 경로로 소녀들이 임신과 출산에 이르게 되었는지, 혹시 그것이 성폭력과 아동학대의 결과는 아닌지, 불법적 낙태시술을 통해 건강을 해치지는 않았는지, 비혼 출산을 결심했거나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상황이라면 그러한 관계에서 가정폭력이나 학대에 노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모든 생명은 귀한 것이라며 낙태를 반대하고 인구절벽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아이들의 숫자를 늘리는 데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이미 세상에 나온 이 소중한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살아가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마땅하다. 


이영학 사건이나 '민며느리' 사건은 우리 사회가 10대 소녀들을 보호하지 못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렇게 극단적 사건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에선가 피해자들이 고통과 두려움에 떨고 있을 수 있다. 원래의 가족으로부터의 보호받지 못하고 제때에 정규 교육을 마치지 못했던 10대 엄마들이 남은 생애 동안 지속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이지 않도록 사회가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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