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시절 '안티조선' 명단까지 뒤져 '블랙리스트' 올렸다
DJ시절 '안티조선' 명단까지 뒤져 '블랙리스트' 올렸다
진상조사위 "블랙리스트 1만1000여명...2000년 명단도 블랙리스트에 활용"
2017.12.20 12:01:39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이명박 정부 출범 6개월 후인 2008년 8월부터 작성되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원세훈 원장 시절부터 국정원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블랙리스트에 활용된 가장 이른 명단은 무려 2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갔음도 확인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 작성된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계 인물은 총 1만1000여 명에 달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자료를 고려할 때, 실제 블랙리스트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문화예술계 유력 인물 대부분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해 보인다. 

진상조사위는 아직 블랙리스트 전모를 밝힐 자료가 모두 공개되지 않았다며 대통령기록관에 블랙리스트 관련 모든 문건의 공개를 공식 요청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20일 블랙리스트 관련 사건의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 

20일 현재 확인된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는 총 2670건이었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8월 31일부터 11월 30일까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또는 관련 잔체의 조사신청을 접수받고, 제보를 접수한 결과 여태까지 175건의 피해 사례를 접수받았다. 

ⓒ진상조사위 제공


이명박 정부 출범 6개월 후부터 블랙리스트 가동

조사 결과, 특검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블랙리스트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고 진상조사위는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문화균형화전략(2008) △국정원 블랙리스트(2009, 이상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융성기반 정비(2013) △국정원 '좌성향' 블랙리스트(2014) △국정원이 문체부에 선별 통보한 블랙리스트(2014) △청와대 문제단체 블랙리스트(2014) △문체부 예술과 관리 블랙리스트(2014~2016) △아르코 창작기금 블랙리스트(2014) △문체부 영상콘텐츠산업과 관리 블랙리스트(2015) △시국선언 명단(2015, 이상 박근혜 정부 당시) △감사원 감사 결과(2017) △서울중앙지법 1심 판결 범죄일람표(2017) 등 총 12개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을 조사한 결과,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걸쳐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 블랙리스트 명단이 공문서·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작성돼 특정 문화예술인 배제에 실제 활용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중 가장 이른 2008년 8월 27일 작성된 블랙리스트 문건인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은 작성 시기가 이명박 정부 출범 6개월 후다. 이 문건은 문화예술인을 '문화권력'으로 지칭해 "이념지향적 정치세력"으로 규정, '건전 문화세력 형성과 좌파집단에 대한 인적청산, 건전 문화세력에 대한 전폭적 자금지원과 좌파 자금줄 차단'을 대책으로 보고했다. 이 문건에는 문화예술인 3명과 문화예술단체 2곳이 블랙리스트로 올랐다. 

진상조사위는 이와 관련해 "그간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명단 9473명이 블랙리스트의 기초 자료로 알려졌으나, '이명박 정부 비판 6.9 작가 선언' 등 박근혜 정부 이전부터의 시국선언 명단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이들 12개 문건을 모두 조사하고, 중복자를 고려한 결과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문건화해 배제를 공식화한 블랙리스트 명단이 총 1만1000여 명에 달했으며, 실제로는 이를 초과하는 수준의 인사가 정부 배제 명단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은 지난 6월 20일 서울중앙지법에 김기춘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4년 5월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작성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에 기재된 "3000개 문제 단체와 8000명의 좌편향 인사 데이터베이스 구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신동철 비선관이 2만 명 가까이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완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 증언에 관해 진상조사위는 "현재까지 파악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1만1000여 명 명단과 상관성이 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구축한 전체 사찰 명단 2만 명 중 절반이 넘는 수의 명단이 문화예술 분야였으며, 이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의 심각성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이 같은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인해 구체적 피해를 입은 이는 20일 현재 문화예술인 1012명, 문화예술단체 320곳으로 총 1332명이었으며, 피해건수는 문화예술인 1898건, 문화예술단체 772건으로 총 2670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1012명의 문화예술인 피해자 중 475명은 박근혜 정부 시절 시국선언 명단 9788명에 포함된 인물이나, 나머지 537명(53%)은 별도 리스트로 관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진상조사위는 이들을 두고 "이명박 정부 시기 선언 명단, 국정원 관리 리스트 등이 출처가 되었을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 제공



2000년 명단도 블랙리스트에 활용,,,진상조사위 "블랙리스트 문건 모두 공개" 공식 요청

특히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선언 명단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적극 활용되었는데, 가장 앞선 시기는 2000년 만들어진 '안티조선 지식인 선언명단'이었음이 확인됐다.

2006년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민주노동당 지지선언 명단, 2010년 쇠고기 파동 당시 시국선언 명단도 블랙리스트 작성의 기초가 됐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취임사 준비위원회 명단, 2008년 <조선일보> 거부 1차 지식인 명단, 2009년 MB정부 비판 젊은 문인 선언 명단, 2010년 6.2 지방선거 범야권단일후보 명단, 2012년 출판인 516명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 명단, 2012년 경남지역 문화예술인 문재인 지지선언 명단, 안철수 팬클럽,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촉구운동 명단, 콜트콜택 노동자 2000일 투쟁 지지 명단, 용산참사 해결 시국선언 명단 등도 블랙리스트 작성의 기초 자료가 됐다. 

극우 보수정권이 정권을 잡은 직후부터 이른바 '좌파'로 낙인찍은 인사를 억누르기 위해 광범위한 명단을 활용한 셈이다. 

이들 명단의 출처는 대부분이 국정원으로 추정된다. 진상조사위는 "이는 국정원법이 금지한 정치개입 및 민간인 사찰이 오랜 시기 지속되었음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위는 블랙리스트 작성에 활용된 이들 명단을 분석한 결과 △노무현, 문재인, 안철수, 도종환, 김두관, 박원순, 노회찬 등 당시 야권 인사와 민주통합당,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 지지자 △안티조선일보, 남북정상회담, 한미FTA 쇠고기 협상 반대, 4대강 사업 반대, 용산참사 시국 선언, 5.18광주민주화운동, 제주 4.3사건, 전태일 열사 추모 등에 참여한 인사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콜트콜택, 쌍용자동차 등 노동자 문제에서 노동자를 지지한 인사 등이 주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진상조사위는 여태 입수한 자료가 아직 부족해 추가 자료 공개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진상조사위는 '캐비넷 문건'으로 호칭되는 지난 9월 29일 대통령기록관 자료(2013년 3월 10일경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를 분석했으나 "이 같은 자료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현재 대통령기록관에는 '문화융성 기반정비' 관련 문건 40여 권, 청와대 부속실 생산 4테라바이트 분량의 방대한 문건이 있으며, 이는 블랙리스트 사건의 전모를 밝힐 핵심 자료"라고 강조했다. 

진상조사위는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은 공개함이 원칙이고, 더구나 위 문건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니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개할 이유가 상당하다"며 "대통령기록관은 공익 검증 목적에 따라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을 모두 공개"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진상조사위 제공


새로운 블랙리스트 사례 발견

이번 조사를 통해 새롭게 드러난 지원배제 현황도 확인됐다. 한국문학번역원과 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국학진흥원이 공모사업 과정에서 블랙리스트를 활용, 지원 적격 인사를 부적격 인사로 바꾸는 등의 방법으로 특정 인사의 지원을 배제한 구체적 증거가 나왔다. 예술인경영지원센터의 '재외문화원 현지특화 프로그램 지원사업'과 '작가미술장터지원사업' 등에서도 블랙리스트가 활용됐다. 

출판진흥원의 경우 출판 저작물 수출 지원 사업인 '초록·샘플 번역 지원 사업'에 문체부가 특정 도서를 배제하라는 지침이 내려오자, 심사표를 조작해 이를 이행했다. 이를 통해 지원이 배제된 작품은 <차남들의 세계사>(이기호 지음, 민음사 펴냄)와 <삽살개가 독에 감춘 것>(정지형 지음, 창조의뿔 펴냄), <텔레비전 나라의 푸푸>(정지형 지음, 창조의뿔 펴냄)이다. 

출판진흥원은 이밖에도 '찾아가는 중국 도서전' 사업 심사위원회 회의록을 허위 작성해 특정 도서를 배제하기도 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극단 마실이 2015년 8월 7일 뉴욕문화원과의 매칭사업에 최종 선정되자 '다른 사업에서 이미 지원 받은 사업은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중복지원 불가 원칙을 새로 만들어 사업 자체를 무효화했다. 극단 마실은 2016년 '커넥션-스페인·중국 참가자 선정사업'에도 지원 배제 대상이 됐다. 

현실 비판적 영화인 <불안한 외출>(김철민 감독)과 <자가당착>(김선 감독) 심의 과정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블랙리스트를 활용했고, 전시·만화 분야에서도 세월호와 관련된 내용의 작품을 배제한 의혹도 새롭게 추가됐다. 

국립극단과 국립현대무용단, 국립국악원 등 국립예술단체에도 블랙리스트가 활용돼 작품의 사전검열이 이뤄졌고, 특정 공연이 취소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그야말로 한국의 모든 문화·예술 분야에 블랙리스트가 이른바 '좌파 색출' 도구로 적극적으로 활용되었음을 확인 가능한 대목이다. (☞관련기사 : 블랙리스트 예술인이 지원받게되자 아예 사업 자체를 폐지)

진상조사위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지원사업 배제를 넘어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검열'의 형태로 체계적으로 작동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며 "이번 조사 신청을 통해 청와대와 국정원을 통한 문체부 산하기관과 지역문화재단에 관한 부당한 인사개입과 배제 등 다양한 유형으로 블랙리스트가 작동되었다"고 지적했다. 

내년 초 중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 컨퍼런스 개최

진상조사위는 향후 대책 방안도 이번에 밝혔다. 

우선 올해 중 개선안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고 내년 1월 9~10일(예정) 중 컨퍼런스를 열어 주요 지원기관 개선안과 블랙리스트 방지 법제화, 문화행정 혁신안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개헌까지 고려해 국가 문화정책의 기본 틀을 담을 방안을 정리하리라고 진상조사위는 밝혔다. 

문화예술인의 추가 피해사례도 계속 접수한다고 진상조사위는 강조했다. 사건의 특수성 상 2차 피해를 우려해 조사신청 자체를 두려워하는 문화예술인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진상조사위는 "조사신청 마감 이후에도 홈페이지와 소셜 미디어, 전화,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익명, 실명 제보를 계속 받을 예정"이라며 "피해 정황이 구체적이고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의 경우, 진상조사위 직권으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보는 진상조사위 홈페이지 제보센터(http://www.blacklist-free.kr)와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blacklistfree2017), 전화(02-739-2611), 현장 방문(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78 KT광화문빌딩 12층)으로 가능하다. 

'황당 사례'...지자체도 블랙리스트 올라

지자체도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황당한 정황도 포착됐다.

박근혜 정부 시기 작성된 문체부 예술정책과 관리 블랙리스트에는 지난해 공연예술창작산실(음악) 지원사업과 관련해 안산, 전주, 성남시, 충청북도가 배제 대상으로 올랐다. 특히 해당 문건을 보면 'B(8.10)'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청와대 지시가 직접 내려왔음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진상조사위는 밝혔다. 

ⓒ진상조사위 제공


청와대가 특정 지자체까지 낙인찍은, 정상적 민주 국가에서는 일어나리라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진 셈이다. 

블랙리스트에 오를 당시 이들 지자체장은 제종길(안산), 김승수(전주), 이재명(성남)이며 충북 도지사는 이시종 지사다. 이들은 모두 민주당원이거나 민주당 공천을 받은 이들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 이 중 전주시, 성남시, 충청북도 세 곳은 실제 관련 사업 지원이 배제됐다. 

지난해 문체부의 '예술정책관 소관사업, 문화파출소 운영사업'에서는 군포문화재단도 배제 명단에 올랐다. 김윤주 군포시장 역시 민주당 출신이다. 해당 문건을 보면 '2016년 예술정책관 소관사업, 문화파출소 운영사업(7.21) 군포문화재단(군포시장 김윤주)-(B/7.22), K(8.22)-서강석'이라고 되어 있다. 김윤주 시장은 청와대(B)가, 서강석 군포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은 국정원(K)이 배제하라고 지시했음을 보여준다. 

진상조사위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 자료와 맥을 같이 한다"며 "특정 지자체 블랙리스트 검열 및 배제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관통함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평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1년 9월 국정원이 작성한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 자료를 보면 이시종 당시 충북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좌파 단체 지원' 등의 명목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지자체는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지역문화재단 블랙리스트 적용 의혹 사건에 관해 직권조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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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